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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간첩 조작 김병진 씨 43년 만에 직권 구제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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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과거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의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김병진씨(71)에 대한 공소보류 처분을 43년 만에 취소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공소보류 처분을 받은 피해자를 검찰이 직권으로 구제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공소보류 처분됐던 김씨 사건을 직권 재기한 뒤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28일 밝혔다. 김씨가 지난해 8월 대검찰청에 공소보류 취소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지 약 9개월 만이다.

검찰은 민간인 수사권이 없던 보안사가 김씨를 수사·불법구금한 점과 함께 공범으로 기소됐던 재일교포 서모씨가 재심 끝에 2017년 무죄를 확정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이던 1983년 7월 영장 없이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연행돼 약 3개월간 조사를 받았다. 당시 보안사는 김씨가 일본 유학 시절 재일동포 간첩 서씨를 만나 사상교육을 받은 뒤 1976년 귀국해 국가기밀을 수집하고 공작금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김씨는 같은 해 11월 서울지검에서 공소보류 처분을 받았다. 공소보류는 국가보안법 제20조에 따른 처분으로 범행 동기나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 기소를 미루는 제도다. 현행 기소유예와 유사한 개념으로 사실상 유죄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공소보류 처분을 받은 경우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 청구가 가능하지만, 공소보류 처분을 받은 사람은 재판 자체를 받지 않아 재심도 청구할 수 없다.

김씨 역시 공범 서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이후에도 별도의 법적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없었다. 공소보류는 2년이 지나면 기소할 수 없지만 처분 자체는 유지된다.

검찰은 이 같은 제도적 사각지대를 고려해 직권으로 사건을 재기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보류 처분을 받은 사람은 당사자가 진행할 수 있는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가 없는 점을 감안해 검사가 직권으로 사건을 재기하고 혐의없음 처분한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동안 보안사 수사관들의 고문과 협박 속에 허위 자백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1986년 일본으로 건너간 뒤 1988년 저서 '보안사'를 출간해 당시 국가폭력 실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2009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김씨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인권침해 과거사 사건에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객관적 법집행기관으로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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