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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사고, 고의 없으면 교사 민형사 책임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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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부터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인솔 교사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교육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학교안전법 개정이다. 현행법은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만 법적 책임을 면한다. 개정안은 이 기준을 뒤집어, 안전사고 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하는 수준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교장과 교직원, 보조인력 모두 책임을 지지 않도록 했다.

즉 단순 실수나 예측 불가한 사고로는 처벌받지 않지만 지침을 명백히 어긴 경우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진다.

이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잇따른 유죄 판결이 있다. 2022년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초등학생이 주차장에서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에서 인솔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3년 전남 목포 특수교육 현장체험활동 중 학생이 바다에 빠져 숨진 사고에서도 인솔 교사들에게 같은 혐의의 유죄가 선고됐다.

판결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 체험학습 기피 현상이 급속도로 번졌다. 전교조가 실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서 교사의 89.6%는 사고 발생 시 개인이 질 형사책임에 극심한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시도교육청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은 2023년 63.2%, 2024년 65.7%로 올랐다가 2025년 62.2%로 다시 낮아졌고, 초등학교는 같은 기간 53.3%, 57.2%, 48.1%로 지속 감소했다. 작년 기준 대전 초등학교의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은 4.0%에 그쳤고, 서울(7.7%), 경기(9.7%), 인천(13.6%) 등도 낮은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지시도 이번 방안의 물꼬를 텄다. 대통령은 지난 달 국무회의에서 "요새 소풍도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더라"며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 장독을 없애면 안 된다"고 개선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교육부는 교원단체·학부모단체 간담회, 교육공동체 대토론회, 시도교육청 협의 등을 거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 학교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다.
사고 발생 이후 교사를 지원하는 체계도 대폭 강화된다. 기존에는 소송 이후에나 법적 지원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고 발생 즉시 교육청 전담팀이 수습에 나서고 전담변호사를 지정해 법률 상담부터 소송 대응까지 일괄 지원한다. 교원보호공제사업을 통한 배상 책임 지원도 2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상향됐으며 추가 인상도 검토 중이다.

현장 인력 배치 기준도 바뀐다. 체험학습 보조인력 배치 기준이 기존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된다. 소방청과 협력해 응급구호 역량을 갖춘 인력도 확보한다.

제주·경주·강화·순천 등 일부 지자체가 운영 중인 안심수학여행 서비스는 수학여행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순차 확대된다. 민관 합동 점검단이 숙박시설 건축·소방·가스·전기, 음식점 위생, 여객선 안전 운항 여부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방식이다.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국 교육지원청에 전담 인력을 배치한다. 내년에는 200명이 추가돼 교육지원청별로 최소 1명 이상이 배치될 예정이다.

다만 교원단체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일부 요구가 반영됐지만, 현장의 불안감 해소와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부족하고 아쉽다"고 밝혔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혐의와 행정 서류 처리를 개별 교사에게 책임 지우는 현재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서는 현장체험학습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역시 성명을 통해 "현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금 학교 현장을 가장 크게 위축시키는 문제는 사고 발생 시 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피의자와 피고인이 되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교사 완전 면책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법 개정 과정에서 부처 간 이견 조율이 남은 과제로 꼽힌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안에서의 배움을 삶과 연결하는 중요한 교육활동"이라며 "교사와 학생 모두를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고, 양질의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마음껏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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