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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된 호실적…LG유플러스 덮친 성과급 청구서
한국금융신문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임단협 공동교섭단(민주유플러스지부·한마음지부)과 사측은 최근 진행된 4차 본교섭에서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노사 간 격차가 워낙 극명해 올해 교섭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LG유플러스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성과급의 영업이익 30% 지급 및 성과급 체계의 투명한 제도화’다. 개인인센티브(PI)와 경영성과급(PS)을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산입하라는 법적 압박까지 병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임금 총액 8% 인상’이다. 지난해 임단협 합의안이 ‘평균 임금 정률 1.3%+정액 19만 원 인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상향 요구다.
이 같은 노조의 전방위 압박에 대해 사측은 성과급 본질을 짚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교섭 과정에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성과급과 관련해 “경영 성과의 일시적 분배일 뿐,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며 임금 인상률 상향을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올해 1분기에 거둔 호실적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3조8037억 원, 영업이익 272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6.6%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경쟁사들의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증명해 낸 셈이다.
노조는 과거 실적 하락세가 뚜렷하던 시기 회사의 고통 분담 요구를 충실히 수용해 왔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임금 인상률은 지난 2022년 8.7%에서 2023년 6.5%로 낮아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5.0%까지 떨어지며 매년 하락세를 그려왔다.
그러나 사측의 셈법은 복잡하다.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의 배경을 고스란히 기업의 기초체력 성장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이번 호실적에 AI 데이터센터(AIDC) 가동률 상승 등 신사업 수익 확대가 기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외부 돌발 변수에 따른 일시적 기저효과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도 지난 경쟁사의 대규모 유심(USIM) 해킹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과 이에 따른 가입자 이동 효과가 1분기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올해 LG유플러스 임단협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AI 합의서’ 요구안이다. 노조는 기술 도입으로 인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방지하기 위해 ‘AI 기술 및 시스템 도입 6개월 전 노사 합의 의무화’ 조항을 요구안에 포함했다.
이는 고용 불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전체 직원의 약 5.7%에 달하는 600여 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게다가 현재 추진 중인 전사적 조직개편에서도 ‘AX(AI 전환) 중심의 조직 슬림화’ 기조가 뚜렷하다. 노조는 이 같은 기술 전환기 속에서 안전망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와 증권가의 우려도 깊다. 통신 시장이 장기 침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건비성 고정비 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도 부담인데, 기술 도입 절차마저 노사 갈등으로 발목 잡히면 AI 인프라 투자 규모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성과급 지급과 경직된 제도 도입이 단기적으로는 직원 보상을 충족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미래 성장 잠식과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LG유플러스 노조는 현재로선 파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시사하며 극단적인 파국은 피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LG유플러스의 교섭 결과가 다음 달 임단협 요구안 발표를 앞둔 KT나, 올해 초부터 협상을 이어온 SK텔레콤 등 통신업계 전반의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뒤흔들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