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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합의, 언론의 노조 때리기와 프레임 왜곡 분석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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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밤 파업 예고 시점을 1시간여 앞두고 가결한 잠정 합의안이 27일 가결됐다. 합의안은 기존 초과 이익 성과급(1.5%) 제도를 유지하되, 영업 이익금의 10.5%를 특별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해 자사주로 받고 상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을 골자로 한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성과급 요구는 반도체 산업은 물론, 기업의 초과이윤이 누구의 몫인가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붙였다. 다수 언론은 논조를 막론하고 노조의 요구가 집단 이기주의라는 관점에 집중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과 ‘국가경제 위기’ 가능성을 과장하는 보도를 쏟아내면서,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기업의 이익 분배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정부 앞서 ‘파업금지 긴급조치’ 촉구한 언론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둘러싼 보도를 두고 언론이 적극적으로 ‘노조 때리기’에 앞장섰다. 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장은 지난 25일 통화에서 긴급조정권과 관련해 다른 사안에선 상반된 논조를 보여왔던 매체들이 한 목소리로 노조를 때리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총평했다.

언론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치 관련해 여론을 지폈다. 중앙일보가 앞장섰다. 언론재단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중앙일보가 지난 8일 처음 “업계에선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반도체 산업은 국가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 데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썼다. 이튿날 1면에도 “파업을 강행하면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
이후 언론 전반에서 관련 긴급조치 검토 필요성을 역설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 12~14일 사이엔 중앙일보·서울신문·조선일보·국민일보·문화일보·세계일보·한국일보·서울경제·매일경제·한국경제가 사설에서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를 주문했다.

이는 실제 정부의 긴급조정권 언급으로 이어졌다. 구윤철 부총리가 지난 12일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SNS에 밝히자 언론은 이를 ‘긴급조정권 적극 검토 가능성이 커진다’고 재생산했고, 이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14일), 김민석 총리(17일), 이재명 대통령(18일)이 긴급조정권을 시사했다.

MBC, 조선일보 주장 받아 ‘근거 희박’ 노조 비판

통상 노동 문제에 상반된 해석을 보여 온 조선일보와 MBC는 노조 파업이 법적으로 부당하다는 주장까지 나아갔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 사설에서 “대법원은 2024년 삼성전자 성과급(OPI) 소송에서 성과급은 근로 대가인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며 “이를 이유로 파업하는 것 역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저녁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 대법원 판결은 성과급 성격에 따라 (임금 인정 여부가) 다르다고 봤다”며 “막대한 영업이익은 AI 산업 호황에 힘입은 반도체 수퍼사이클에서 비롯됐다. 성과급을 놓고 총파업까지 예고한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탁종열 센터장은 이를 두고 “이는 상당한 법리적 비약이 들어간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성’ 여부를 판단한 사건이지, 노동조합이 이를 교섭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를 판단한 사건이 아니었다. 그런데 언론은 이 판례를 ‘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다’라는 일반론처럼 확대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MBC ‘뉴스데스크’가 조선일보 사설을 ‘복사해 붙이기’ 수준으로 보도한 것이 긴급조정권 관련 여론 조성에 전환점이었다”며 “‘파업하면 경제 위기가 온다’는 명분만으로는 약하기 때문에 조선일보가 주도한 ‘불법화 프레임’을 MBC가 받아든 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파업권 제한까지 주장 ‘고무줄 논리’

조선일보는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 이후 ‘양상훈 칼럼’에서 “방위산업처럼 반도체도 파업권 없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철저한 이권 단체가 국민 경제를 볼모로 삼는 국가적 위협”이라며 ‘주요 방위산업체 근로자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33조3항에 반도체도 포함하는 개헌을 주장했다.

이는 노동3권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고무줄 잣대’라는 지적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저자인 임승수 작가는 지난 25일 통화에서 “그 주장을 따라가면 장사가 잘 되는 사업장은 다 파업권 제한하자는 것인가? 세상에 그런 고무줄 법이 어디있나”라며 “반도체가 필수재라면 언론도 인류 공동체에 필수적인 존재다. 학교 급식, 자동차 생산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노동자의 재화와 서비스 생산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에서 이런 주장은 결국 노동자의 권리 주장을 제한하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파업 손실액, ‘추정치’로 부풀리기

언론이 강조하는 삼성전자 파업 손실액도 40조 원부터 100조 원까지 널뛰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잠시 멈춰도 수개월 마비로 이어지고, 공정 내 제품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 손실은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 정상 상태 회복에만 수개월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근거가 희박한 언론 보도를 인용한 것이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JTBC가 파업 손실액을 강조한 지난 14일 보도를 지적하면서 “2018년 삼성전자 평택공장 정전 사고로 생산라인이 28분 멈추며 5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를 확인해보면 실제 피해액이 아닌 ‘추정치’일 뿐”이라며 “JTBC는 이 추정치를 근거로 ‘1분당 손실액이 18억 원, 하루로 환산하면 2조6000억 원이라고 계산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전, 사후 작업까지 감안해야 한다며 손실이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부풀렸다”며 “노동3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어떻게 이런 수준의 내용으로 확신에 찬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실망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국민밉상’ ‘황제노조’ 낙인 재생산

언론이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각하는 표현이 잇따랐다. JTBC는 잠정합의 다음 날인 21일 「철저히 이익에만 집중…“황제노조” 시민들은 분노했다」 리포트와 앵커멘트를 통해 “삼성전자 사태는 노동자가 헌법상 권리를 넘어설 때 우리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이번 사태를 거치며 ‘국민 밉상’, ‘황제노조’라는 비판에 휩싸였다”며 “과도한 권리 행사에 시민들이 분노했다”고 했다.

MBC 역시 예고된 파업 하루 전인 지난 20일 ‘뉴스데스크’에서 연달아 12개의 리포트로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 사안을 다뤘다. ‘교섭 결렬되자마자 서로 손가락질’, ‘라인은 돌아가도 불량품 속출’, ‘삼전 노조에 이 대통령 직격’, ‘더 많은 성과급 요구에 사라진 사회적 기여’, ‘긴급조정권 발동되면?’, ‘삼전노조 국가경제 흔든 한 달’ 등 제목으로 노조의 파업권 행사를 국가경제 위협으로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언론 전반의 도 넘은 노조 때리기엔 여론과 정부의 메시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 상당수가 삼성전자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데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언급하면서 헌법상 권리인 파업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을 사실상 공인한 면이 크다.

임승수 작가는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상황에서 파업은 곧 주가 하락과 내 자산 감소로 연결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 역시 주식 투자에 몰입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본가적 의식을 내면화하게 된다”며 “노동자이면서도 임금을 줄여야 할 비용으로 여기고 구조조정이나 비정규직 확대를 반기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비정규직 격차’, 노조 임금 요구 공격 수단으로

한편 ‘정규직-비정규직 소득 격차’나 ‘내부 연대 부족’을 언급하며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 자체를 부정적으로 비추는 보도도 이어졌다. 일례로 잠정합의 이후인 지난 24일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주요 일간지들은 앞다퉈 「반도체 계급사회, 수출연봉 양극화」(중앙일보), 「수억 성과급 밀당할 때 반년 이상 실업 11만명」(한국일보) 등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등 전자부품 제조업 상용직과 일용·임시직 근로자 소득 격차가 2.8배로 최대치였다며 “주력산업 결실을 일부 대기업 근로자만 차지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도 커지는 모양새”라고 해설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권에 대한 책임을 사측보다 정규직 노동자에 돌리는 서술이다. 탁종열 센터장은 “노조의 연대 필요성을 구조적으로 제기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삼성전자 노조의 임금 투쟁에만 연대의식 부족을 강조하며 비판하는 건 오랜 노조 공격 프레임과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문제는 반복됐고, 방송사 노조도 비정규직 연대를 거부하며 ‘입직 경로’를 얘기해왔다. 이는 이번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측 발언과 무엇이 다른가 묻고 싶다”라는 반문이다. 임승수 작가는 “이런 보도는 임금을 책정하고 하청 구조를 만드는 주체가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기업이라는 점은 쏙 빼놓았다”고 말했다.
노조의 이익 분배 요구 부정하면서 초과이윤의 분배 공론화 기회도 외면

이번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성과급 투쟁은 반도체산업의 초과이윤을 넘어, 기업에서 발생한 이익 분배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임금 투쟁 앞뒤로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의 한 조합원은 지난 26일 미디어오늘에 “다른 회사에서도 회사의 영업이익을 둘러싸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요구를 가져가는 것 같다. 삼전노조와 함께 새로운 시대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이 노조의 분배 요구 자체를 부정적으로 조명하면서, 이보다 나아간 기업의 이익 분배 방식에 대한 공론화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승수 작가는 “초과이익 공유제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이고 정치적 힘을 가지려면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윤은 당연히 자본가의 몫이라고 여기는 상황에선 많은 이가 그에 대한 배분을 ‘강탈’이라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노조의 ‘장사 잘 될 때 이윤의 15% 달라’는 요구는 당연했고, 이를 흔드는 출발점이었다”며 “언론은 이런 인식 전환을 위해 다양한 관점과 논의를 전달해야 하지만 최소한의 균형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황승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제헌 헌법이 정했던 ‘이익균점권’은 오늘날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급진적 발상이 아니라며 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당시 이익균점권은 사기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윤을 근로대중 전체가 함께 나누자는 취지다. 계급투쟁보다 자본과 노동의 타협, 사회 통합을 염두에 둔 매우 보수적 구상”이라며 “‘초과이윤이 과연 순수한 자본의 힘만으로 만들어진 것이냐’는 당시 문제의식을 지금의 논쟁에 가져와서, 초과이윤을 사회 전체가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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