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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이그 CEO, 유럽의 미 위성·AI 의존 경고
디지털투데이
2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올리비에 루사 부이그 CEO는 인터뷰에서 "유럽이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분야는 AI와 위성"이라며 "미국 인프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유럽은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사가 강조한 핵심은 연결 인프라 통제권이다. 그는 유럽이 스타링크 같은 미국 기반 위성 인터넷 서비스에 의존하는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루사는 "스타링크 같은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유럽도 일정 수준의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위성 인터넷 시장의 현실과 맞물린다. 현재 스페이스X 산하 스타링크는 약 1만기 수준의 저궤도 위성망을 운영하며 글로벌 위성 인터넷 시장에서 사실상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타링크가 전 세계 위성 인터넷 인프라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루사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한 기술 의존을 넘어 지정학적·전략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정 국가뿐 아니라 민간 기업 하나가 유럽 대륙의 연결망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번 발언은 최근 프랑스 통신시장 재편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부이그는 지난 4월 경쟁사 SFR 최대 지분 인수전에 참여했다. 거래 규모는 약 203억5000만유로로, 최근 수년간 유럽 통신업계 최대 규모 인수전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제안에는 프리-일리아드 그룹과 오랑주도 함께 참여했다. SFR은 프랑스 2위 통신사업자로, 거래가 성사될 경우 부이그 텔레콤은 SFR 지분 42%를 확보하게 되며, 프랑스 통신시장 구조는 현재 4개 사업자 체제에서 3개 사업자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유럽 통신업계의 수익성 회복과 전략 인프라 통합 흐름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 통신시장은 오랜 기간 과도한 경쟁과 가격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왔다.
다만 인수 성사 여부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반독점 심사에 달려 있다. EU 집행위가 통신시장 통합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루사는 규제 환경에 대해선 조건부 낙관론을 내놨다. 그는 "EU 집행위원회의 역할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언이 단순한 통신업계 구조조정을 넘어, AI와 위성망 같은 핵심 디지털 인프라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유럽의 전략적 고민을 다시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스타링크와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인프라 의존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럽이 자체 위성망과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유럽의 통신 규제와 산업 정책은 시장 경쟁뿐 아니라 디지털 주권 확보 문제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