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읽음
삼성 노사 임금협상 타결, 경영 위기 속 생존 결단
최보식의언론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규모가 될 뻔한 파업 사태를 봉합했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OPI(
성과인센티브
)
는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에 따라 지급하고
,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로 정했다
.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40%
를 반도체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
나머지
60%
를 반도체 부문 사업부별로 나누기로 했다
.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한다
.
임금 인상률은
6.2%(
기본급
4.1%
성과기준
2.1%)
로 하고 완제품
(DX)
부문에 대해선
600
만원 규모 자사주를 지급하는 걸로 합의했다. (편집자)
필자가 만약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이라면.... 상처뿐인 영광 뒤에 숨은 기업가의 적나라한 고뇌와 생존 결단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매주 어김없이 법정을 오가며 피고인석에 앉아 있어야 했던 무수한 날들, 경영자로서의 미래 구상과 과감한 투자 결단을 통째로 멈춰 세워야 했던 그 사법 리스크의 나날들은 내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DNA에 지울 수 없는 잔혹한 흔적과 깊은 내상을 남겼다. 우리가 그렇게 사법의 덫에 걸려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춤거리는 사이, 글로벌 테크 전선은 1분 1초가 급박하게 돌아갔고 냉혹한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한 경쟁자들은 저만치 앞서나가며 삼성을 위협했다.
피를 말리는 노력과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 끝에 비로소 2025년을 기점으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그동안의 눈물겨운 투자가 빛을 발하며 겨우 대규모 영업이익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삼성을 다시 전 세계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는 안도감과 감회가 채 가시기도 전이었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숨 돌릴 틈은 너무나도 짧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방에서 청구서가 날아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청구서들은 세계 무대에서 고군분투한 기업을 향한 축하의 꽃다발이나 격려의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관철하겠다는 일방적인 강요와 법의 허점을 파고든 협박의 언어로 가득 찬 냉혹한 요구서들이었다.
가장 먼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주저앉히려는 것은 다름 아닌 내부에서 터져 나온 극단적인 노사 갈등이다. 그동안 적자를 보던 반도체 실적이 돌아서고 흑자가 나자마자,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는 거대한 정치·노동적 패러다임을 등에 업은 노조는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전면에 내세우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영업이익’ 기준의 성과급 지급 요구를 마주하고 있으면, 솔직히 경영자로서 가슴이 턱 막히고 깊은 환멸마저 느낀다.
반도체와 같은 초격차 첨단 산업은 눈앞에 수조 원, 수십조 원의 이익이 찍히더라도 그 돈을 고스란히 곡간에 쌓아두거나 나누어 가질 수 없는 특수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당장 내일 어떤 기술 권력이 부상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고, 대당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첨단 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차세대 생산 라인을 끊임없이 구축해야만 겨우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호실적이 났다고 해서 곳간을 열어 잔치를 벌이자는 요구는, 결국 몇 년 뒤에 찾아올 기술 고립을 자초하고 다음 세대의 미래 먹거리를 통째로 포기하라는 무책임한 주장에 불과하다.
더욱 씁쓸한 것은 기업의 방패가 되어주어야 할 사회적 환경마저 기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나 위기에 처하고 적자의 늪에서 허덕일 때는 냉정하게 외면하던 정치권이, 실적이 조금 회복되기가 무섭게 공공연하게 ‘사회적 환원’과 ‘초과 이익의 공유’라는 도덕적 프레임을 씌워 압박의 수위를 높여온다. 민노총 출신의 고용노동부 장관의 편향적 압박에, 현 집권당의 대표는 이 모든 사태를 삼성 경영진의 탓으로 몰아부치니 더 이상 정치권에 기대할 것도, 희망도 없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조만간 대기업의 단체교섭 대상을 확대하는 노동 환경의 변화를 무기로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손을 벌리며 성과급 분배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상상만 해도 기업의 영속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재앙에 가깝다. 대기업이 번 돈을 협력사와 노동자가 아무런 기술적 리스크 분담 없이 나누어 가져야 한다면, 과연 어떤 기업가가 리스크를 짊어지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겠는가.
이쯤 되면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냉정하고 뼈아픈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기업을 사법적 여론적 볼모로 삼아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소비하고, 노동계는 정치가 깔아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발판 삼아 기업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흔들어댄다. 이런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어디 무서워서 한국을 기반으로 세계 1위 기업을 유지하고 키워낼 수 있겠는가" 하는 솔직하고도 적나라한 속내가 매일 밤 경영자의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내가 이 모든 리스크와 책임, 그리고 전세계의 수십만 임직원의 생계를 온몸으로 짊어진 최종 결정권자니, 이제 삼성전자의 생존과 다가올 미래 백 년을 위해 기존의 경영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는 전면적인 대전환과 결단을 고심할 것이다.
우선, 생산 기지와 경영 인프라의 ‘탈(脫)한국’과 글로벌 다변화 전략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길 것이다. 노동 유연성이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고 정치적 역풍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국내 환경에만 그룹의 미래를 목매다는 것은, 냉정하게 말해 투자자와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자 기업을 침몰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방임이다.
규제가 적고 기업의 투자에 세제 혜택과 법적 안정성으로 보답하는 미국, 유럽, 혹은 동남아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핵심 제조 공정과 법인 구조를 과감하게 이전하고 분산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한국 내부에서 발생하는 정치적·노동적 리스크가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 전체의 존폐를 흔들지 못하도록 단단한 울타리를 치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동시에 나는 인적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제조 공정의 무인화 및 AI 자동화’를 전격적으로 가속화시킬 것이다.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생산 라인을 멈추고 파업을 무기로 기업을 협박하는 구시대적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전 사업 영역에 스마트 팩토리와 인공지능 기반의 자율 제어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겠다.
노사 갈등과 파업으로 인해 공장이 마비되고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가 깨지는 치명적인 리스크를 휴먼리스크(human-risk)가 없는 첨단 기술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노조와 싸우고 협상하는 비용보다 대규모 기술 투자가 훨씬 싸게 먹히는 시대를 삼성이 앞당겨 구현해야만 한다.
나아가 과거의 정에 이끌린 일방적인 퍼주기식 동반성장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기반한 ‘글로벌 공급망(SCM)의 전면적 재편’을 단행할 것이다. 국내 노동 환경의 변화를 무기로 삼아 대기업의 이익에 무임승차하려는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생산성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비용 청구만을 일삼는 국내 협력업체가 있다면 과감하게 글로벌 대체 선을 발굴하여 공급망의 독점 구도를 깨뜨려야 한다. 진정한 상생과 생태계 조성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기술 고도화를 함께 이룩할 때 가능한 일이지, 대기업이 피 흘려 벌어온 성과급을 나눠 갖는 약탈적 구조 속에서는 결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며, 기업은 국가의 소유물도, 노동조합의 전유물도 아니다. 약육강식의 냉혹한 자본 세계와 글로벌 기술 패 패러다임 전쟁에서 살아남아 고용을 창출하고, 굳건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것 자체가 기업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애국이자 본연의 사회 환원이다.
정치가 끊임없이 기업을 흔들고 노동계가 발목을 잡는 이 해묵은 기업 잔혹사가 대한민국에서 멈추지 않는다면, 삼성이 결국 대한민국을 떠나 온전한 글로벌 외국 기업으로 거듭나는 길을 택하는 것은 이제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시간 문제일 뿐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당장의 포만감을 채우려는 이 무모하고 어리석은 질주를, 우리 사회는 이제 정말로 멈추어야 한다.
나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이런 결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을 위해 가야하는 길이라면 선택해야 한다.>
위의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상상으로 쓴 글이니 이재용 회장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삼성전자 #기업하기좋은나라 #반도체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