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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웅빈 2경기 연속 끝내기, 역대 6호 기록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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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빈이 5월 20일 끝내기 안타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고척=김경현 기자
2026년 5월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웅빈이 9회말 2사 1.2루서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고척=유진형 기자
[마이데일리 = 고척 김경현 기자]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요즘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가 바로 김웅빈(키움 히어로즈)이다. 김웅빈이 KBO리그 역대 5호 기록을 세우면서 그간 설움을 떨쳐냈다.

1996년생 김웅빈은 서라벌초-울산제일중-울산공고를 졸업하고 2015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7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았다. 2016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둥지를 옮겼다.

프로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대부분의 세월을 백업으로 보냈다. 2군에서는 펄펄 날았지만 1군에서는 타격 재능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보다는 공격력에 방점이 찍히는 선수라 타격이 살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었다. 그렇게 2026년까지 무명에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올해도 쉽지 않아 보였다. 송성문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 내야에 구멍이 생겼다. 키움은 김웅빈보다는 유망주들에게 먼저 기회를 줬다. 유망주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자 마침내 김웅빈에게 기회가 왔다. 김웅빈은 지난 13일 1군에 처음 부름을 받았고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김웅빈이 5월 19일 고척 SSG 랜더스전 끝내기 홈런을 치고 있다./키움 히어로즈
19일 고척 SSG전 대형 사고를 쳤다. 양 팀이 6-6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국대 마무리' 조병현을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친 것. 커리어 첫 끝내기 안타를 홈런으로 만들었다.

이날 김웅빈은 중계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많은 팬들이 김웅빈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20일 경기 전 설종진 감독도 "퓨처스 있을 때부터 항상 '기회는 언젠가 온다. 포기하지 마라'라고 이야기했다"라면서 "(김)웅빈이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앞으로 지금처럼 잘 해보자'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며 선수에게 박수를 보냈다.

드디어 김웅빈에게 운이 따르는 것일까. 20일에도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첫 두 타석은 각각 삼진을 당했다. 6회 1사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첫 출루에 성공했다. 8회 2사에서 좌전 안타를 친 뒤 김건희의 투런 홈런 때 홈을 밟았다.

키움이 4-5로 밀리던 9회말. 서건창과 임병욱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1사 1, 2루에서 최주환이 동점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이형종은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 그리고 2사 1, 2루 끝내기 찬스에서 김웅빈이 타석에 섰다. 상대는 이번에도 조병현. 김웅빈은 조병현의 3구 직구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3-유간을 빠져나갔고, 2루 주자 박수종이 빠르게 홈을 찍었다. 6-5 키움의 승리. 김웅빈은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2026년 5월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웅빈이 9회말 2사 1.2루서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고척=유진형 기자
2026년 5월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웅빈이 9회말 2사 1.2루서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고척=유진형 기자
2경기 연속 끝내기는 KBO리그 역대 6번째 기록이다. 앞서 현 SSG 감독 이숭용(당시 현대 유니콘스)이 2023년 8월 28~29일 밀어내기 볼넷과 안타를 친 바 있다. 이어 문규현(롯데 자이언츠)이 2016년 6월 28~29일 홈런과 안타로 경기를 끝냈다. 박한이(삼성 라이온즈)는 2018년 7월 21~22일 안타와 2루타로 끝내기를 만들었다. 한때 동료였던 KIA 타이거즈 주효상도 키움 시절인 2020년 6월 18~19일 2루타와 안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태곤(SSG 랜더스)이 가장 최근인 2025년 4월 4일과 6일 단타 2개로 연속 끝내기를 만들었다. 5일은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전체 끝내기를 따진다면 역대 6호, '안타'만 따진다면 5번째 대기록이다.
2026년 5월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웅빈이 9회말 2사 1.2루서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고척=유진형 기자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을 만난 김웅빈은 "인생 살면서 이런 일이 없지 않을까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전날(19일) 끝내기 홈런을 친 뒤 2군 시절 타격 스승인 허문회 전 롯데 감독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김웅빈은 "정말 감사하다고,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감독님 덕분이라고 했다. 기술적인 면들도 허문회 감독님에게 많이 배웠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날 타격 컨디션은 어땠을까. 김웅빈은 "상대 팀 선수가 워낙 변화구가 좋아서 저도 모르게 제가 잘 치는 직구가 아니라 변화구를 생각했다"라면서 "운이 좋아서, 코스가 좋아서 안타가 나와 다행"이라고 했다.

포기하지 않아 고맙다는 설종진 감독의 말을 듣고 "아직 저는 주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매 타석이 저에게 정말 소중하다. 수비 나갔을 때도 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1군에서 야구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6년 5월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웅빈이 9회말 2사 1.2루서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고척=유진형 기자
9회말 타석에 서기 전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김웅빈은 "끝내기 찬스 걸렸을 때,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보다는, 저 자신을 믿었다. 저를 믿고 타석에 임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힘줘 말했다.

나 자신을 믿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김웅빈은 "작년, 재작년 진짜 남들보다 일찍 와서 연습을 해도 노력에 보답이 없으니 솔직히 속상했다"라면서 "오윤 2군 감독님이 '네가 노력했던 게 지금 나오는 거다. 좀 더 열심히 하자. 최선을 다하면 언제든지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설종진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것은 맞지만, 그 기회에 부응하는 건 저다. 그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경기 연속 끝내기는 김웅빈에게 어떤 의미냐고 묻자 "야구 인생에 좋은 밑거름"이라면서도 "내려놓아야 한다. 내일 또 경기를 해야 한다. 다시 내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겠다. 야구장 나와서 루틴처럼 지켜야 될 것도 많다. 자신감보다는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26년 5월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키움 김웅빈이 9회말 2사 1.2루서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고척=유진형 기자
11년 차 선수가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 그동안 흘린 피, 땀, 눈물은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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