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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부당 할인 표시, 공정위 개선 권고
우먼컨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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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의 ‘대폭 할인’ 문구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착시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할인행사 기간에 정가를 끌어올려 할인율을 부풀리거나, ‘오늘만 특가’처럼 시간제한을 내걸고도 행사 종료 후 같은 가격 또는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소비자가 본 것은 할인 혜택이 아니라 정교하게 포장된 가격 착시였던 셈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할인 표시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4개사 입점 상품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가와 할인율 표시 방식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쿠팡, 네이버, G마켓, 11번가에 입점해 판매된 상품 1335개다. 설 선물세트 상품 800개와 시간제한 할인상품 535개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 일부 상품에서는 정가를 인상해 할인율을 키워 보이게 하거나, 시간제한 할인 종료 후에도 동일하거나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문제는 단순한 표시 실수가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직접 흔드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는 ‘정가 대비 몇 % 할인’이라는 숫자를 보고 가격의 합리성을 판단한다.

그러나 기준이 되는 정가가 실제 거래가격과 다르거나 행사 중 임의로 높아졌다면, 할인율은 더 이상 혜택의 지표가 아니라 소비자를 오도하는 장치가 된다.

소비자원이 지난 설 명절 할인행사를 진행한 선물세트 800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12.8%인 102개 상품은 할인 기간에 정가를 인상해 할인율을 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6개 상품은 정가를 행사 이전의 2배 이상 부풀렸고, 최대 3배 이상 인상한 사례도 확인됐다.

쇼핑몰별로는 쿠팡이 23.0%로 가장 높았다. 이어 네이버 13.0%, G마켓 9.0%, 11번가 6.0% 순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명절 선물 수요가 몰리는 시점에 ‘할인’이라는 표현을 믿고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할인율 자체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시간제한 할인도 소비자 신뢰를 흔드는 대표적 사례로 지적됐다. 지난 1월 시간제한 할인을 진행한 535개 상품을 대상으로 가격 변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2%인 108개 상품은 행사 종료 후에도 가격이 같거나 오히려 더 낮아졌다.

이 가운데 96개 상품은 할인행사 종료 다음 날에도 같은 가격이 유지됐고, 12개 상품은 가격이 더 내려갔다. 행사 종료 7일 뒤에도 64개 상품은 행사 가격과 동일했고, 8개 상품은 더 저렴하게 판매됐다.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압박이 실제 희소한 혜택이 아니라 구매를 서두르게 만드는 심리적 장치였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쇼핑몰별로는 네이버가 37.0%로 가장 높았고, 11번가 35.4%, G마켓 14.3%, 쿠팡 2.2% 순이었다. 같은 ‘시간제한 할인’이라도 플랫폼별 관리 수준에 차이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드러났다.

현행 기준상 할인율을 과장하기 위해 정가를 올려 표시하는 행위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제한된 시간 동안만 혜택이 제공되는 것처럼 알렸지만 이후에도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온라인 다크패턴 문제와 맞닿아 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및 주요 온라인 쇼핑몰 4개사와 두 차례 사업자 간담회를 열고 가격할인 표시 방식 개선을 권고했다.

개선 권고의 핵심은 네 가지다. 첫째, 상품 상세페이지에 할인 전 기준가격인 정가의 의미와 근거를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종전 거래가격, 공식 판매처 실제 판매가격, 시가 등 정가의 유형과 개념을 명확히 표시하라는 것이다.

둘째,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 할인가와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최대 할인가를 구분해야 한다. 소비자가 실제로 받을 수 없는 최대 할인율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할인쿠폰의 유효기간과 사용조건을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해야 하거나 1일 적용 횟수 제한이 있는 경우, 이러한 조건을 눈에 띄게 표시해야 한다.

넷째, 플랫폼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입점업체가 가격을 정하는 구조라 하더라도, 플랫폼 역시 법 위반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 4개사는 이번 개선 권고를 수용하고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법 위반 소지가 확인된 입점업체에 대해서는 즉시 자진 시정을 유도하고, 향후 같은 행위를 반복할 경우 엄중히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먼컨슈머 =임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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