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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 도시 양봉으로 꿀벌 보존 및 자립 지원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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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규리 인턴기자】2013년 3월 30일 서울 한강 노들 텃밭에 벌통 하나가 놓였다. 빌딩 숲 가득한 도심 한복판에 벌통을 들여놓는 일은 당시 생소하다 못해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벌이 쏘는 건 아닌지, 생산된 꿀을 먹을 수는 있는지 등 주변에서 우려 섞인 질문이 이어졌다. 공공기관을 막 그만두고 나온 서른둘의 박진 대표는 쏟아지는 의구심에 일일이 대응하는 대신 묵묵히 벌통 앞을 지켰다.

시작은 취미였다. 박 대표는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며 취미가 업(業)으로 확장된 과정을 회상했다. 환경·농업·사회적 경제라는 관심 분야의 교집합을 찾던 박 대표가 2007년 스크랩북에 적어둔 아이디어가 ‘도시 양봉’이었다. 종이 위에 머물던 생각은 그가 직장 생활 중 주말마다 벌통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실현됐다. 소박한 취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벌들이 가져다주는 이로운 변화에 확신을 얻은 그는 끝내 직장에서 퇴사하고 어반비즈서울을 창업했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다. 박 대표가 운영하는 어반비즈서울은 현재 서울과 수도권 26곳을 포함해 부안과 부산까지 전국 28곳에서 약 300통의 벌통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노숙인부터 경계선 지능인까지 다양한 이들과 동행하며 70여개 기업과 협력하는 도시 생태계의 핵심축이 됐다. 기업의 외형은 훌쩍 커졌지만 박 대표는 13년 전 그날과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꿀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벌을 키우고 사람을 돕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꿀’보다 ‘벌’이 먼저임을 강조한다.

투데이신문은 유엔(UN)이 지정한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를 만나 위기에 처한 꿀벌 생태계의 현주소와 그가 꿈꾸는 공존에 대해 알아봤다.
‘도시’와 ‘양봉’. 익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공해 가득한 도시에서 키운 벌과 그 벌이 생산한 꿀이 과연 안전할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박 대표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박 대표는 “서울의 미세먼지가 가장 심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항구 등이 자리한 물류·교통 중심지의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보다 더 높고 서울의 1인당 녹지율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4년 한국환경공단 대기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평택·김포·이천 등 경기권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19~21㎍/㎥로 서울(18㎍/㎥)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 녹지 현황 통계 역시 서울의 1인당 녹지율이 2024년 기준 13.15㎡임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먹이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도시는 농촌보다 이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박 대표는 “농촌의 논밭이나 과수원 옆은 꽃이 지는 순간 벌들에게 사실상 ‘녹색 사막’이 된다”며 “단일 작물 외 식물은 제초제로 모조리 제거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반면 “서울의 여의도나 남산 등은 지자체의 관리 덕에 계절마다 다양한 밀원식물이 공급돼 벌들에게 풍부한 먹이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도심 속 벌들에게만 주어진 가혹한 조건은 없을까. 박 대표는 기후 위기에 더해 도시 특유의 환경이 벌들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짚는다.

가장 큰 문제는 ‘열섬 현상’으로 인한 개화 시기의 급격한 변화다. 올해 도심의 꽃들은 예년보다 빨리, 한꺼번에 피어버렸다. 박 대표는 “3·4·5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피어야 할 꽃들이 기온 상승으로 한꺼번에 피어버리면 벌들의 먹이 다양성이 무너진다”며 “벌들은 여러 꽃 중 꿀을 따기 쉬운 종류에만 몰리는 습성이 있다. 한 번에 많은 꽃이 피는 것은 벌들에 결코 이로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벌들의 입장에선 12첩 반상을 즐기다 갑자기 흰 밥만 먹게 된 셈이다.

부족한 영양을 설탕이나 고체 사료로 보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꽃꿀은 단당류라 벌이 먹는 즉시 흡수되지만 설탕은 다당류라 분해 과정이 필요하고 미량의 미네랄과 비타민조차 들어있지 않다. 결국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려 벌들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습도 역시 골칫거리다. 비가 길어지면 벌들의 질병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최장 장마를 기록했던 2020년 여름 어반비즈서울 양봉장의 꿀벌들은 집단 질환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도시로 유입된 외래종 ‘등검은말벌’의 공습이 더해졌다. 아열대 지역에서 유입된 등검은말벌은 토종 말벌보다 번식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도심지 어디서든 둥지를 틀 만큼 높은 적응력을 지니고 있어 꿀벌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박 대표는 “등검은말벌이 2003년 부산에 처음 유입됐을 때만 해도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봤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잡히는 말벌의 70%가 등검은말벌”이라고 설명했다.

벌들이 기후 변화에 맞춰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이는 오랜 세월이 걸리는 일이다. 당장 현장의 벌들은 질병과 굶주림, 천적의 습격이라는 삼중고를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다. 문제는 벌의 위기가 곧 인간의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부터 식탁 위 사과와 딸기까지 인간이 재배하는 주요 100대 작물의 70%가 벌의 수분 매개에 기댄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벌이 일궈 낸 결실로 가득 차 있다. ‘벌 한 마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어반비즈서울의 슬로건이 근래 더욱 절실하게 와닿는 이유다.
박 대표가 지키려는 건 벌만이 아니다. 그의 슬로건은 생태계를 넘어 사람을 향한다. 벌이 꽃으로 세상을 바꾸듯 그는 소외된 이들이 ‘자립’이라는 열매를 맺도록 돕는다. 2014년 노숙인 직업훈련을 시작으로 지역자활센터 협약 그리고 경계선 지능인 양봉 훈련에 이르기까지 어반비즈서울의 벌통 옆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었다.

단순히 인력을 길러낸다는 목적을 넘어 배움의 과정을 함께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그는 “사회에서 거듭된 실패를 경험한 분들이다 보니 자존감이 낮고 스스로를 불신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 대표는 사회복지 단체에 자문하는 등 경계선 지능에 관해 공부하면서 이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노력했다. 사회복지를 공부했던 경험 역시 소통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반복해서 심어주다보면 변화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며 뿌듯함을 내비쳤다.

수많은 교육생 중 유독 박 대표의 기억에 남는 한 청년이 있다. 처음에는 그저 교육 수당을 목적으로 양봉장을 찾았던 경계선 지능인 교육생이었다. 잔뜩 위축된 채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다리만 내려다보던 청년은 교육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양봉가’의 꿈을 품게 됐다. 박 대표는 “최근엔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하더라”며 대견한 듯 웃어 보였다. 청년의 변화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양봉 교육의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꿔놓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생태계의 파수꾼인 벌이 소외계층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그 답을 ‘키운다’는 행위가 주는 힘에서 찾았다. 그는 “반려동물을 키울 때 생기는 유대감과 정서적 안정감이 꿀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며 “꿀벌을 돌보며 교육생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현장에서 매번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양봉이 전문적인 심리치료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가 2015년 시작한 ‘히어로즈 투 하이브(Heroes to Hive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외상성 뇌손상을 겪는 참전 용사들이 양봉을 통해 심리적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이 프로젝트는 양봉의 치유 효과를 입증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어반비즈서울은 오는 6월부터 새로운 상생 모델을 도입한다. 시니어 1명과 경계선 지능인 2명을 한 팀으로 묶어 도심 양봉장을 공동 관리하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어르신은 청년을 보살피며 소일거리를 얻고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은 월 40만원 수준의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는다. 단순한 교육을 넘어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박 대표의 다음 목표다.

어반비즈서울은 매년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다채로운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UN이 세계 벌의 날을 지정한 지 10주년이 된 올해 박 대표는 조금 더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경계선 지능인 교육생들이 생산한 꿀 선판매 펀딩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꿀 한 병에 담긴 이야기가 예년보다 훨씬 묵직하고 따뜻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박 대표의 시선은 더 먼 미래를 향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벌이 세상을 바꾼다’는 감성적인 접근 방식을 꾀했다면 앞으로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해 도시 양봉에 회의적인 시각을 설득해 나갈 계획”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도시 양봉의 생태적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포부다.

인터뷰 내내 수익보다 ‘벌’ 그 자체에 집중한 박 대표.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이유를 묻자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벌이 꿀을 가져오는 행동 자체가 주변을 좋게 만들잖아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죠. 저 역시 제 일을 하는 것이지만 그 노력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꿀벌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서울 빌딩 옥상에 첫 벌통이 올라간 지 어느덧 13년. 자신의 욕심이 누군가의 기쁨이 되길 바라는 박 대표의 삶은 부지런히 세상을 일구는 꿀벌의 궤적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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