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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폐인의 날, 임은택 곽경순 모자 협회장상 수상 영예
투데이신문이번 포상은 그 성격의 다양성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과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상, 오티즘 프렌들리 어워드가 수상됐다. 국가 차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은 지속적인 인식 개선과 사회통합의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협회장상은 당사자와 가족의 삶 속 실천과 성장을 조명했다. 오티즘 프렌들리 어워드는 사회 전반의 환경 변화를 이끈 협력의 가치를 드러냈다.
투데이신문은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의 권리 증진과 사회 인식 개선에 기여한 오티즘 동행인(人)들을 조명해 봤다.

제19회 세계자폐인의 날을 맞아 오티즘 당사자와 가족을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한 한국자폐인사랑협회장상(이하 협회장상) 수상이 이뤄졌다. 이번 협회장상은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핵심 가치인 연대·참여·성장을 반영한 상징적 포상이다. 오티즘 당사자상을 받은 임씨와 오티즘 어버이상을 받은 곽씨는 오티즘 당사자·가족 중심 활동의 의미를 인정받아 수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곽씨는 말이 늦던 생후 21개월의 아들을 안고 병원을 찾았던 순간부터 특수교육과 치료, 성인기 돌봄과 자립 준비에 이르기까지 40년 넘는 시간을 오티즘 당사자인 아들 임씨 곁에서 함께 걸어왔다.
그 결과 임씨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들을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후보자로 추천한 센터봄 이혜린 원장은 “은택씨는 항상 나누고 돕는 사람이다. 식사할 때 제게도 휴지를 챙겨 준다”면서 “어머님도 애정이 많으시다”고 설명했다.
곽씨는 거창한 인식 개선 운동이나 활동보다 오티즘 당사자인 아들이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앞길을 열어 주는 일에 집중해 온 인물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 돌봄의 현실과 한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증언자이기도 하다.
갈 곳 없는 성인 오티즘 당사자의 현실 속에서 시설과 센터를 찾아다니며 아들의 일상을 지켜왔지만, 현재는 보호자 없는 미래까지 대비해야 하는 부모의 불안을 감당하고 있다. 이 불안은 같은 길을 걷는 모든 부모에게도 적용되는 현실이다. 그 애환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곽씨는 인터뷰 중 수상의 기쁨보다 같은 길을 걷는 부모들에 대한 연대감을 먼저 이야기했다. 다음은 곽씨와의 일문일답.
Q. 제19회 세계자폐인의날 기념행사에서 협회장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번 수상자 가운데 유일하게 모자가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아 더욱 뜻깊은 사례인데. 수상에 이르기까지 오티즘과 관련해 그동안 어떤 활동에 중점을 두고 이어왔는지 소개해 달라.
다른 수상자들처럼 인식 개선이나 전문적인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오티즘 당사자인 아들이 어릴 때부터 가정 안에서 생활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돌보는 데 집중해 왔다. 생후 21개월 무렵 말이 늦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을 찾은 뒤 조기교실과 언어치료, 특수학급과 특수학교 등을 거치며 교육과 적응을 위해 동분서주하며 노력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마땅히 갈 곳을 찾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주간보호시설과 지역 기관을 찾아 연결하며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지하철 노선도에 관심을 보인 것을 계기로 글자를 익히게 됐고 지금은 글을 읽고 이름을 쓰는 등 생활 속 자립에 필요한 능력을 하나씩 갖춰가고 있다.
최근 은택이는 건강 문제에 대비해 장애인단기보호센터 ‘센터봄’에서 혼자 지내는 훈련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보호자 없이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준비해 온 오랜 과정이 이번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이번 수상은 분명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오랜 시간 아이를 위해 살아온 시간들을 누군가 알아봐 주고 그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 같아서 큰 의미로 다가온다. 힘들었던 순간들이 오늘을 위한 과정이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고 미안한 마음도 함께 든다. 같은 자리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모들이 너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 소식을 들으며 스스로를 더 부족하게 느끼거나 마음 아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도 쉽게 말하지 못했다.
사실 이 상은 아이와 함께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낸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함께 담긴 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긴 시간의 고생을 위로받고 보상받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아이 곁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많은 부모들에게도 언젠가는 꼭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순간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Q. 수상이 있기까지 오티즘 당사자를 돌보고 함께 성장해 오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방송에서 혼자 중증 장애 자녀를 돌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았을 때다.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여러 곳에서 거절당하고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하는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은택이도 어느덧 41세가 됐고 이제는 노년을 앞두고 있다.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앞으로 아이를 누가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점점 커지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최중증 오티즘 당사자에 대한 국가 책임 돌봄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분명히 있고 그 부담을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특히 최중증 아이들이 낮 동안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주간보호시설이나 보호자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단기보호시설이 더 필요하다. 증상이 심하다는 이유로 맡길 곳에서 거절당하거나 병원에서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오티즘 가족에겐 큰 막막함이 찾아온다.
보호자가 더 이상 오티즘 당사자를 돌볼 수 없게 됐을 때 이들의 삶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중증 오티즘 당사자도 안전하게 보호받고 가족들도 최소한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는 제도와 시설이 꼭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오티즘 인식 개선 및 관련 활동과 관련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무언가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 아이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그룹홈도 알아봤지만 스스로 씻고 정리하고 외부 활동을 하는 공간은 아이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아이의 특성과 정서 상태를 생각하면 오히려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찾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현실에서는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최중증 오티즘 당사자들이 분명 존재함에도, 현재 있는 시설들은 대부분 단기보호 중심이거나 어느 정도 스스로 생활이 가능한 당사자들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에 각자의 상태와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돌봄 환경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무조건적인 탈시설보다는 투명하고 안전하게 운영되는 시설이 오히려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보호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오티즘이라는 말 자체도 낯설었고 어떤 장애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약을 먹이거나 교육을 받으면 금방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오랫동안 삶 전체와 연결되는 문제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쉽게 고쳐지거나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하는 ‘오티즘을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왜 저럴까를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방식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더 가깝다. 또 오티즘은 사람마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모습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아직도 오티즘 스펙트럼의 전체를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이와 함께 살아오면서 그리고 비슷한 아이들과 가족들을 보면서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결국 오티즘을 이해한다는 것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긴 시간 동안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느낀다.
Q. 오티즘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한 시점에서, 비장애인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린다.
오티즘 당사자를 바라볼 때 왜곡된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이들도 나름대로 생각과 감정이 있는데 표현이 어려운 것일 수 있다고 이해해 줬으면 한다.
어린아이일 때는 어느 정도 넘어가 주는 경우도 있지만 몸이 자란 성인 오티즘 당사자에게는 시선이 더 차가워질 때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살아가는 어려움은 계속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가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 이상하게 보거나 피하기보다 ‘힘들겠구나’, ‘표현이 잘 안 되는구나’ 하고 이해해 주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겪으며 살아왔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한다.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조금이라도 웃으면서 지내길 바란다. 돌봄에 많은 시간을 쓰다 보면 자신을 돌보는 일이 뒤로 밀리기 쉽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취미생활도 조금씩 즐기고, 틈을 내서라도 자신을 위해 무언가 시도해 보면 좋겠다. 부모가 지치지 않고 건강해야 아이 곁도 더 오래 더 따뜻하게 지킬 수 있다.
Q. 협회장상을 함께 수상한 은택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나님 앞에 가는 날까지 그저 즐겁게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아픔 없이 건강하게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