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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갈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부상
아주경제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최대 노조는 파업을 피하기 위해 정부 중재 아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협상이 삼성전자에 민감한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이익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추격도 받고 있다.
쟁점은 성과급 배분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직원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근로계약에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두고, 업계 기준을 웃돌 수 있다고 설명한 일회성 특별 보상 패키지를 제안했다.
직원 불만은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속에서 커졌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2025년 초 이후 5배 급등해 한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밀어 올렸지만, 직원들은 성과가 보상으로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그동안 노조 영향력이 제한적인 구조로 운영돼 온 만큼 사측과 노조 모두 대규모 단체교섭 경험이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막판 타협 가능성은 남아 있다. 노조 요구가 전면 수용되지는 않더라도 성과급 확대나 보상 조건 일부 개선으로 파업을 피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단기 파업이 곧바로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반도체 공장은 자동화 비중이 높고 24시간 가동 체계로 운영된다. 블룸버그는 노조가 순환 파업이나 하루 파업, 집회 등으로 협상 압박을 이어가더라도 생산 차질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법원 판단도 파업 수위를 제약한다. 법원은 18일 삼성전자 측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필수 유지 업무와 보안·안전 업무 담당자는 파업 중에도 업무를 계속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반도체 생산라인, 연구시설, 유해화학물질 저장시설 등 핵심 생산·운영 시설 점거도 금지했다.
다만 시장 리스크는 남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회사 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작은 차질 신호도 투자자 불안을 키울 수 있다. 고객사들도 노사 갈등이 길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공급 안정성을 다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장기화 여부다. 반도체 공장이 자동화돼 있더라도 핵심 엔지니어와 유지보수 인력, 생산 인력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국면에서는 숙련 인력의 공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파업이 장기화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정부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은 30일간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안을 마련한다. 한국에서 긴급조정권은 1969년 이후 네 차례만 발동됐고, 마지막 사례는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이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한 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반도체가 올해 1분기 한국 전체 수출액의 36%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파업이 장기화돼 생산 차질로 이어지면 한국 수출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노사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로 읽히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