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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리포트 배그부부 아내 김혜빈, 31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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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배그부부' 사연의 주인공 아내 김혜빈 씨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31세. 지난 18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다시, 사랑'은 생전 혜빈 씨 부부의 이야기를 전하며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배그부부는 젊은 시절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아내 혜빈 씨는 특수 교육 교사로 재직하며 아이들을 각별히 아끼는 따뜻한 인물이었다. 남편 '도시파파'는 "항상 나를 1순위로 생각하고 지켜주는 사람"이라는 아내의 말처럼 다정다감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두 사람은 결혼 후 5살 첫째와 둘째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결혼 5년 만에 예기치 못한 비극이 찾아왔다. 2025년, 혜빈 씨가 갑작스럽게 복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응급실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미 대장 80%가 괴사되고 복막 전체에 암이 전이돼 장기들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상태였다. 진단명은 위암 보르만 제4형 복막전이. 둘째를 출산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받아든 말기 판정이었다.
위암 보르만 제4형은 CT와 MRI에서도 식별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사실상 불가능한 유형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치료법도, 수술 방법도, 완치 사례도 전무하다. 대부분의 환자가 호스피스로 전원해 고통 완화 목적의 치료만 받다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담당의는 회진마다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기"라며 호스피스 전원을 권장했다.

혜빈 씨는 3개월째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받으면서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물로 입만 적시는 생활을 반복했다. 남편은 방송에서 "복막 전체로 암이 돌처럼 딱딱하게 퍼졌다고 한다"며 당시 심각한 상태를 전했다. 한때 중환자실에서 승압제 3개, 인공호흡기, 신장투석장치를 달고 의식을 잃은 채 "오늘 또는 내일 임종 예정"이라는 선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혜빈 씨는 기적적으로 회복해 일반병동에서 진통제와 항생제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육아와 병간호를 고스란히 맡게 된 남편의 일상도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육아휴직 후 홀로 다섯 살 첫째와 한 살 둘째를 돌보면서 병간호까지 감당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재운 뒤에는 밤마다 병원으로 향했고, 홈캠으로 아이들을 확인하며 밤을 지새웠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온 남편은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주방에서 즉석밥과 김치로 홀로 끼니를 해결했다. 밥을 먹다 흐느껴 우는 모습은 스튜디오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남편은 아내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아내의 입술에 립글로스를 발라주고, 발톱을 깎아주며 "발에서 꽃향기가 난다"고 말해 아내를 웃게 만들었다. 아내는 "남편이 있으면 덜 아픈 기분"이라며 "남편이 없으면 방패막이 깨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5살 첫째는 "엄마 언제 와?"라고 묻고, 친구에게 "너 엄마 없지?"라는 말을 들으며 힘들어했다는 사연도 공개됐다. 혜빈 씨는 영상 편지를 통해 "엄마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나가면 맛있는 것도 먹고 재밌는 곳도 많이 가자. 사랑해"라고 아이들에게 전했다. 남편도 아내에게 "평범하게 살자. 버텨줘, 제발"이라고 간절한 바람을 전하며 눈물을 쏟았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의 상태를 깊이 우려했다. "남편 루틴 속에 본인을 돌보는 건 빠져 있다. 건강이 걱정될 정도다. 이런 건 아내 분이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암 투병 경험도 털어놨다. "암 판정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는 자식 생각뿐이었다. 하루라도 더 살고 싶더라. 오늘 하루를 잘 보내자는 마음으로 지내길 바란다"고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스튜디오에 함께 있던 MC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하며 촬영장 전체가 눈물바다가 됐다.
'배그부부'라는 별명은 남편의 특별한 선물에서 비롯됐다. 호스피스 전원까지 고민하던 2025년 2월, 남편은 배틀그라운드 공식 카페에 사연 글을 올렸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내에게 최고의 플레이를 선물해주고 싶다"며 '아내에게 일부러 킬 당해줄 유저'를 모집한 것이다. 사연이 알려지자 스트리머와 운영진까지 힘을 보탰고, 2월 22일 밤 99명의 유저가 참가한 커스텀 매치가 성사됐다.
혜빈 씨는 그 경기에서 무려 95킬을 기록했다. 게임 화면에는 두 사람이 가장 좋아했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경기를 마친 뒤 남편은 "말기 판정 이후 처음 보는 미소였다"고 적었다. 이후 혜빈 씨는 체념하고 무덤덤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남편에게 울면서 "나, 살고 싶어"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부부의 결정을 바꿨다. 2026년 2월 27일, 부부는 연명치료 희망서를 제출하며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했다.

이 사연은 전국 뉴스에 소개되며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남편은 "빽도 돈도 없는 우리 가족 사연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알게 됐다"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여러분과 함께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기적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총 117일간의 투병 끝에, 31번째 생일이 다가오던 지난 4월 24일 혜빈 씨는 세상을 떠났다. 남편 도시파파는 "더 이상 고통 없는 곳으로 떠났다"고 전했다.

방송 말미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떠오르자 스튜디오는 다시 한번 눈물에 잠겼다. 절망 속에서도 끝까지 서로를 놓지 않았던 두 사람의 사랑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이들만 두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 젊은 나이에 안타깝다", "남편과 아이들이 건강하길 바란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길" 등 댓글을 남기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MBC '오은영 리포트 – 다시, 사랑' 2부는 오는 25일 오후 9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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