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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 해저 케이블 의존 심각, 단절 시 통신 마비 위험
디지털투데이
17일(이하 현지시간) IT 전문매체 테크레이더에 따르면, 해저 케이블은 정원용 호스 수준의 굵기에 불과해 우발적 사고와 고의적 훼손 모두에 취약한 구조다.
국제해저케이블보호위원회(ICPC)는 해저 케이블에서 매년 150~200건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집계했다. 이 가운데 70~80%는 선박 닻 투하 등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다. 나머지는 기술적 결함과 자연재해, 악의적 행위로 추정되는 사례들이다. 다만 실제 고의 훼손 여부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 분석은 영국 보안업체 컴패리테크(Comparitech)가 케이블 연결 수, 어업 활동 수준, 실제 무력 충돌 지역과의 근접성 등 3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섬나라별 취약도를 평가한 결과다. 위험 점수는 0점이 가장 낮고 8점이 가장 높다.
뉴질랜드는 10개 이상의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력 충돌에 관여하지 않고 산업 어업 활동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위험 점수 0점을 기록했다. 반면 아이슬란드는 유럽 섬나라 가운데 가장 높은 5점을 받았다. 아시아에서는 브루나이와 바레인이 각각 6점으로 가장 취약한 국가로 분류됐다.
인구가 적은 섬나라 5곳은 백업망 없이 단일 해저 케이블에만 연결된 상태였다. 투발루는 668km 길이의 바카(VAKA)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는데, 해당 케이블은 더 큰 지역 시스템의 지선 형태다. 나우루는 2250km 길이의 이스트 미크로네시아 케이블 시스템으로 처음 연결되지만, 괌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다른 네트워크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 키리바시는 총연장 1만3700km 규모의 서던크로스 넥스트 케이블 지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일 케이블에 의존하는 국가는 케이블 하나만 끊겨도 국가 전체 기능이 사실상 멈출 위험이 크다. 실제로 통가는 2022년 해저 화산 폭발로 유일한 해저 케이블이 절단되면서 5주 이상 전국 인터넷망이 마비된 바 있다.
문제는 해저 케이블이 단순 통신 인프라를 넘어 전략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전역의 해저 케이블 위치를 파악했다고 공개했다. 영국군은 북대서양에서 러시아 잠수함이 케이블 정찰 활동을 벌이는 정황을 추적했으며, 중국은 유인·무인 잠수정을 활용해 수심 4000m에서 작동 가능한 케이블 절단 장비 시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은 커지고 있지만 보호와 복구 체계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수천km 길이로 해저에 설치된 인프라를 상시 감시하기 어렵고, 전용 수리선도 전 세계에 4척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블 소유권 역시 소수 사업자에 집중돼 있어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에 큰 비용 부담을 안고 있다.
영국과 일본 같은 주요 경제국은 다수의 해저 케이블과 여러 육상 접속 지점을 확보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외딴 섬나라는 단일 시스템이나 지선 연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구조적으로 고립 위험이 크다. 이에 따라 대체 연결망이나 자체 복구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케이블 하나가 끊기는 순간 디지털 암흑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