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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 긴급조정 검토, 노란봉투법 모순 비판
최보식의언론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라는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협상을 거부하자, 국가 경제에 미칠 치명적 타격을 우려해 정부가 파업권을 강제로 박탈하는 초강수를 예고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하면 30일간 쟁의 행위가 금지-편집자
).
국가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라인이 멈추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의 위기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 사태를 빚어낸 인과관계를 차갑게 복기해 보면, 작금의 상황은 블랙코미디를 넘어 한 편의 부조리극에 가깝다.
지금 삼성전자 노조가 국가 경제의 명운을 볼모로 잡고 '성과급 상한선을 없애라'며 저토록 당당하게 몽둥이를 휘두를 수 있는 근본적인 배경이 무엇인가. 바로 이재명 정권과 거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노란봉투법'이다.
파업으로 기업에 천문학적인 손해를 끼쳐도 책임을 묻기 힘들게 만들어, 노조에게 면죄부를 쥐여준 것이 현 정권이다. 며칠 전 카카오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내놓으라"며 떼를 쓰고, 포스코 노조가 밥그릇을 지키겠다며 직고용을 반대할 수 있었던 것도 권력이 합법이라는 도장을 찍어주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시장에 '괴물'을 풀어놓고, 이제 와서 그 괴물이 통제 불능 상태로 국가의 심장인 반도체 라인까지 물어뜯으려 하자 당황한 권력이 황급히 꺼내 든 카드가 고작 긴급조정이다.
이 얼마나 자가당착인가. 한 손으로는 노동자의 권리라며 파업의 무한 자유를 보장해놓고, 다른 한 손으로는 국가 경제가 위험하다며 노동 3권을 강제로 짓밟는 21년 묵은 독재적 권한을 휘두르려 한다. 자신이 던져준 칼에 베일까 두려워, 스스로 만든 법의 취지를 국가 권력으로 뭉개는 지독한 모순이다.
이 부조리극에서 진정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지점은 따로 있다. 노조의 무리한 파업과 정부의 긴급조정이 결합하는 이 기형적인 구조가 가리키는 정치경제학적 종착지다.
기업과 노조의 자율적인 협상에 맡겨야 할 시장의 룰을 파괴하고, 국가가 개입해 노조에 힘을 실어 기업의 이윤을 빼앗게 만든다. 그러다 파국이 오면 다시 국가가 강제 권력을 발동해 노사를 모두 억누르고 통제한다. 즉, 자본가도 노동자도 결국 국가 권력의 통제 아래 종속되는 거대한 국가 독점 시스템의 완성이다.
이건 그냥 국가협동조합 아닌가? 20세기 초, 무솔리니와 히틀러가 국가의 이름으로 자본과 노동을 통제하며 전체주의를 완성했던 바로 그 파시즘의 경제 모델이다.
삼성전자의 파업도 비극이지만, 이를 해결하겠다며 파시즘의 낡은 칼을 만지작거리는 권력의 태도는 국가 경제를 완벽한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독약을 먹여놓고 '긴급조정'이라는 극약으로 살려내겠다는 통치술 앞에서, 글로벌 자본이 이 나라에 머물 이유는 단 1그램도 남지 않게 되었다. 이념에 취해 산수를 잊어버린 권력은 언제나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파국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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