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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진핑 합의 불발, 미중 전략적 대결 진입
최보식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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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의언론=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트럼프와 시진핑의 베이징 회담은 표면적으로는 '대화와 관리'의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내용은 미·중 전략 경쟁이 타협 단계가 아니라 구조적 대결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공동성명'조차 제대로 도출하지 못했고, 핵심 현안인 대만·반도체·공급망·군사안보·이란 문제에서 실질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단순한 외교 실패가 아니라 국제질서 자체가 '협력적 세계화'에서 '진영화된 전략질서'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회담은 과거처럼 미·중이 경제적 상호의존을 기반으로 갈등을 관리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양측 모두 상대를 '체제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단기적 거래는 가능해도 장기적 신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중국을 단순한 경쟁국이 아니라 기술·군사·이념·공급망 전반에서 미국 중심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 역시 미국의 압박을 체제 생존 차원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회담 이후 가장 중요한 변화는 중국의 전략적 한계가 더욱 분명하게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제조업과 시장 규모를 보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침체·청년실업·지방정부 부채·내수 침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회담 직후 중국 및 홍콩 증시가 하락한 반면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인 점은 국제 금융시장이 이번 회담을 중국의 돌파구가 아니라 '한계 확인'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제 중국을 더 이상 '세계화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 트럼프 진영은 중국 공산체제를 근본적으로 불신하며, 기술탈취·덤핑·회색지대전략·경제침투를 미국 패권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전략은 단순 관세전쟁 수준이 아니라 첨단기술 차단, 공급망 재편, 금융 통제, 동맹 재구성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압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반도체와 AI, 배터리, 우주, 양자기술 분야는 앞으로 '경제영역'이 아니라 국가안보 영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미 동맹국들에게 중국 의존 축소를 압박하고 있으며, 일본·호주·인도·필리핀·한국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양 안보축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냉전 시기의 군사동맹과 달리 경제·기술·정보·금융까지 통합된 '복합 전략동맹'의 형태가 될 것이다.

결국 'G2 시대'라는 표현은 점차 퇴조하고, 미국 중심의 블록과 중국 중심의 블록이 충돌하는 신냉전 구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회담에서 가장 민감한 의제는 역시 대만 문제였다. 중국은 대만 개입 시 충돌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경고했고, 미국은 기존 대만 방어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는 향후 동아시아 안보환경이 더욱 군사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반도는 이제 단순한 남북대치 공간이 아니라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 속 전진거점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군 수뇌부가 한반도를 “제1도련선 내부의 핵심축”으로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앞으로 단순히 북한 억제만이 아니라 대만 유사시 후방기지, 미사일 방어, 정보·군수지원 역할까지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역시 미·중 갈등 구조를 활용하려 할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이 중국에 전적으로 종속되기보다 미국과의 직접 거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려 한다는 점이다. 북한 입장에서 중국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면서도 미국과의 협상 카드 역시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중동에서는 이란 문제가 새로운 폭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사우디·UAE가 사실상 '반이란 전략축'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란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정면충돌은 피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 핵문제를 군사적으로 압박할 경우 국제 유가와 해상 물류가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다.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제 '전략적 모호성'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중 구조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기술·안보·경제가 통합되는 전략환경 속에서 양자택일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단순한 외교적 지지가 아니라 공급망 참여, 방산 협력, 기술통제, 정보공유, 군사적 역할 확대까지 요구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경제보복과 시장압박을 통해 이탈을 견제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은 감정적 친중·친미 논쟁을 넘어 냉정한 국가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단순한 줄서기가 아니라 산업·에너지·식량·방산·기술 자립 기반을 강화하여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제질서는 지금 “힘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국가는 결국 자국의 전략적 가치와 생존 능력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번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계가 더 이상 하나의 글로벌 질서 아래 움직이지 않으며, 앞으로 수십 년간 이어질 새로운 전략경쟁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세계는 다시 블록화되고 있으며, 각 국가는 그 속에서 생존과 번영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중국의 국가적 이벤트에 김정은이 사전 조율차 가거나 할 터인데, 며칠 전 왕이 외교부장이 평양을 다녀가서 중국의 개략적인 의도와 방향을 귀띔했을지라도 트럼프와 내밀한 북한핵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북한 외무상 최선희가 조만간에 북경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무리 김정은이 러시아와 파병을 통해 거래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중국과의 거리두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을 결정적으로 권좌에 앉게 하는 큰 밑그림은 트럼프가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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