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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근절, 인격체 존중 및 인식 개선이 우선
시사위크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의 인생을 바꿔놓은, 그리고 국내 아동학대 문제의 큰 전환점이 된 2013년 ‘울산 계모 살인사건’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무수히 많은 아동학대 사건을 마주해왔다. 최근에도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한 친모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기저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3살 아이를 돌침대에 내팽개쳐 숨지게 한 친부가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10여 년 전이나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 사건의 양상과 잔혹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짧은 생을 마친 피해 아이들에게 어떠한 잘못도 없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가장 사랑받고 안전했어야 할 공간이 그 아이들에겐 죽음에 이르는 지옥이 됐다.
현재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동 수는 연간 40여명에 달한다. 10여년 전과 별 차이가 없다. 그 사이 우리 사회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건 아니다. 아동학대 처벌법도 마련됐고, 그에 따라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제도적 개선도 꾸준히 이어져왔다. 하지만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보면 무엇이 달라진 건지, 무엇이 달라져야 끔찍한 반복을 끝낼 수 있는 건지 물음표가 붙는다.
Q. 앞서 그간의 활동과 성과를 짚어봤듯이 분명 개선된 점들은 있다. 그런데도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A. 많이 나아지고 있다. 아동학대로 아이가 죽어도 징역 5년 미만이었던 처벌이 이제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되는 등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강력한 경고가 지속되고 있다. 법은 분명히 달라진 거다. 그런데 그 사이 근본적인 사회적 인식이 변했느냐, 그건 그렇지 않다. 처음 아동학대 문제에 뛰어들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법이나 정책이 달라진 것에 비해 사회적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은 느낄 수 없다.
아동학대 사건에 많은 이들이 공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이들이 뭔가 잘못하면 “덜 맞아서 그런다”는 소리가 여전히 들린다. 촉법소년들이 잘못을 저지른 기사를 보면 “안 때려서 그렇다”는 댓글들이 쭉 달리는 것도 볼 수 있다. 결국 이런 사회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실제로 많이 들은 말이기도 하고, 고민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A. 아이들에게도 미숙하나마 희노애락과 자존감, 독립심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이 독립된 인격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아동학대는 계속될 거고, 중대한 범죄들도 끊이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도리로 여긴 전통적·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불과 20~30여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들로부터 매를 맞거나 심지어 심한 구타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고, ‘사랑의 매’라는 표현이 당연하게 여겨졌을 정도다.
그렇다보니 여전히 훈육의 필요성과 방식, 그리고 아동학대와 훈육의 경계 등을 두고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동학대로 아이를 죽인 이들도 대부분 훈육의 탈을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Q.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 훈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도 하다. 훈육과 아동학대의 경계는 무엇인가.
A. 사회적으로는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들쭉날쭉한 면이 있다. 일단 우리는 단 한 대라도 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랬더니 어떤 아이가 “그래도 너무 나쁜 짓을 하면 맞아야 되지 않나요?”라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이렇게 답했다. 소년원에 가보면 맞고 자란 아이들이 많다.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맞았는데도 계속 잘못을 한 거다. 맞는 걸로 고쳐졌다면 소년원은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어야 한다.
우리 어른들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자. 아이들이 뭔가 잘못해서 고치기 위해 맞아야 한다면, 어른들도 그런가.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때려도 되나. 음주운전자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게 하겠다며 때리나. 군대에서 기강을 잡겠다며 때려도 되나. 회사에서 업무를 잘못했다고 맞나.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자녀가 사춘기에 오토바이 타고, 말도 너무 안 들어서 두들겨 팼더니 사람이 됐다는 거다. 정말 맞았기 때문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들겨 패면서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같이 울기도 하고, 아이가 잘 때는 잘되라고 기도해주고 그랬다고 한다. 그런 부모의 진심이 어느 순간 아이에게 통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린 거다. 결코 맞았기 때문이 아니다.
반대로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 보면 그 상처가 너무나도 깊고 오래간다는 걸 알 수 있다. 50~60대는 물론 70~80대인 어르신들도 만나봤는데 엉엉 울면서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그렇게까지 때렸냐고 부모 무덤을 파헤쳐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결국 때려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물론 아이들이 잘못하면 당연히 제지해야 하고 혼내야 한다. 엄한 훈육도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그걸 때리는 걸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더욱이 내 자식이니까 내 마음대로 빚어야 되고, 그러다 안 되면 때려서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Q. 아동학대의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은 폐쇄된 공간과 관계에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대부분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부터, 자신이 가장 안전하고 평온해야 할 장소에서 아동학대를 당하게 된다. 때문에 조기발굴이 중요하지만 이 지점에서 난관이 있기도 하다. 한 명의 아이라도 아동학대에 의한 사망 위기에서 구해내려면 각 가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일이 필요한데, 대다수 일반 부모들은 아동학대로 의심받는 것은 물론 가정을 개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A. 그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이기도 하고 정말 중요한 문제다.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는 말이 있듯 부모들도 그렇다. 절대 다수인 일반 부모들이 있고, 극히 일부는 지나칠 정도로 아이들을 지극히 대하거나 절절맨다. 반대쪽의 극히 일부는 아이를 죽이는 등 심각한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나쁜 부모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그리고 그게 가능한 대상은 절대 다수의 일반 부모다. 반면, 나쁜 부모들은 조기발굴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수조사 등 여러 방안이 마련돼오고 있는데, 일반 부모들은 아동학대를 의심받는 것에 대해 불쾌해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명칭도 긍정적으로 바꾸고, 양육 상담 등 정책 서비스와 연계하는 등 보다 세심한 접근을 통해 풀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전수조사 등을 통해서도 조기발굴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다. 점점 더 심각한 아동학대로 이어져 사망 등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걸러지지 않는 나쁜 부모들을 어떻게 줄여나갈지도 큰 과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에 정부에서 발표한 ‘생애 초기 건강관리 사업’이나 전수조사를 위한 방문을 두 차례 거부할 경우 경찰과 동행하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부모자식 간에도 다양한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자 무척 힘든 일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 선에서 갈등이 해소되면 다행이지만,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도 한다. 부모가 극심한 양육 스트레스로 정서적·심리적 문제를 겪거나, 아이가 아동학대 피해를 입는 등이다. 싸움이 나면 말리듯, 이때도 주변의 적절한 개입과 중재,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문화적 특성 등으로 인해 이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강하다. 이는 일상적인 아동학대 문제는 물론, 사망에 이르는 중대 아동학대 사건을 근절하는데 있어 커다란 장벽이 되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와 아동학대 문제 전반을 이야기하면서 모든 사안은 결국 인식의 문제로 귀결됐다. 10여 년 전이나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아동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Q. 과거에도 그렇고 최근에도 아동학대가 의심돼 조사까지 이뤄졌음에도 무혐의 처분된 뒤 결국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 일이 있었다.
A. 이 역시 우리 사회의 인식에서 비롯되는 큰 문제점이 있다. 우리는 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으로 여기고, 떼어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저는 그건 천만의 말씀이라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 무언가 문제가 있고 서로 힘들거나 흥분된 상태라면, 잠시 떼어놓는 것도 필요하다. 각자 떨어져서 무엇이 문제였고 잘못이었는지 반성하고,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등 냉각기가 필요하다. 심리 치료나 교육 등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모자식 관계와 가정 상황이 근본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부모자식 관계를 절단 내고 무조건 강하게 처벌하고 그런 게 아니다. 시간을 갖고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 부모자식 관계와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만약 부모자식 중 어느 한쪽이라도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정말 심각한 상태인 경우엔 장기적인 분리와 필요한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정상적으로 돌볼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고, 소위 ‘금쪽이’인 자식을 부모 선에서 개선할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부모자식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천륜을 갈라놓고, 가정을 깨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경찰청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분리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는데 이번에 또 반복되지 않았나. 분리와 관련한 매뉴얼이 있긴 하지만, 판단이 자의적이고 주먹구구식이다. 분리 조치에 대해 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민원을 막 넣기도 한다.
부부싸움이나 가정폭력의 경우엔 쉼터를 안내해주고 이혼 방법 등을 상담해주는 등의 지원도 이뤄진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서 또 맞고 살라고 돌려보내는 거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라고 하면서, 부모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건 이중적이지 않나. 그렇게 재학대로 죽은 아이가 얼마나 많았나.
Q. 가정 내에서나 주변의 신고도 소극적인 면이 있는 것 같은데.
A. 이 또한 계속 이어지는 인식의 문제다. 가정 내에서 엄마가 아이 양육문제로 너무 힘들어하다 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아빠가 신고하지 않는다. 아빠가 버릇없는 아이를 혼낸다며 때린다고 엄마가 신고하지도 않는다. 신고를 하는 게 가정을 깨트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치료나 상담, 교육 등 우리 가정이 외부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받게 된다는 생각보다 가정이 깨진다는 생각이 앞선다. 아이가 맞더라도 가정이 깨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건데, ‘매 맞는 아내 증후군’과 다를 게 뭔가.
주변에서의 신고도 마찬가지다. 우리만의 문화적 특성이 크다. 다른 나라는 경찰보다 이웃의 눈을 더 무서워한다고 하던데 우리는 서로 봐주는 문화, 신고를 꺼려하는 문화가 있다.
또 신고를 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질지 신뢰가 없는 점도 신고를 소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신고의무자임에도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운 이유가 본인에게 어떤 불이익이 올까봐서가 아니라 피해 아동이 더 곤경에 빠질까봐서라는 거다. 경찰에선 훈방조치를 할거고, 그러면 아이는 더 혼나고 맞게 될 거라 걱정한다. 국가가 아이를 보호해줄 거란 믿음이 없고, 국가가 그만큼 개입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