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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 황산 중단, 법원 기각 속 아연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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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이번에는 ‘황산 거래 중단’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법원은 최근 영풍 측의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기각하며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계약 종료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황산 처리 구조가 단순 물류 계약이 아니라 아연 제련 생산성과 연결된 공급망의 일부라는 점에서다.

특히 시장에서는 법원의 판단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구조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은 계약 종료의 합리성과 안전 문제, 영풍 측의 자구 노력 부족 등을 중심으로 판단했지만, 업계에서는 황산 처리망이 아연 생산량과 직결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단순 거래 관계 이상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 “황산 거래가 아니라 생산 구조 문제”… 영풍이 억울함 호소하는 이유

앞서 고려아연은 2024년 4월 15일 영풍과의 황산취급대행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고려아연 측은 황산 저장시설 노후화와 유해화학물질 관리 부담, 저장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온산제련소 근로자와 울산 지역사회 안전 문제, 화학물질관리법상 리스크 등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에서 “영풍이 자체적인 황산 처리 역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고려아연에 위험물질 처리 부담과 안전 리스크를 전가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본안 판결 전까지 기존 거래 관계를 유지해달라는 취지의 거래거절금지(예방) 가처분도 함께 신청했다. 다만 법원은 가처분 1·2심에서 모두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8일 항고를 기각하며 고려아연의 거래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고, 영풍 역시 장기간 자체 황산 처리망을 마련하지 않은 채 고려아연에 의존해왔다고 판단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경북 봉화 내륙 산간지역에 위치해 있다. 반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대규모 케미컬 선적이 가능한 울산 온산항과 연결돼 있다. 황산은 유해화학물질인 만큼 저장탱크와 배관, 선적설비, 운송 인프라 등이 필수적인데, 영풍은 그동안 고려아연 온산 인프라를 활용해 황산을 처리·수출해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황산 거래망을 단순 거래처 문제가 아니라 항만·탱크·운송·인허가가 얽힌 ‘인프라 구조’로 바라본다. 특히 국내에서 대규모 황산 선적이 가능한 항만은 동해항과 온산항 정도로 제한적이고 저장시설 역시 화학물질관리법상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문제 등이 얽혀 있어 단기간 내 새롭게 구축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영풍 측은 이런 상황적 특성 때문에 별도의 황산 거래망을 구축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오랫동안 공동구매와 공동영업 체제로 움직여온 만큼 황산 처리 역시 사실상 공동 공급망 구조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실제 양사는 과거 서린상사를 중심으로 원료 공동구매와 제품 공동영업 구조를 유지해왔고, 업계에서도 사실상 하나의 공급망처럼 움직여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법원이 지적한 “영풍의 자구 노력 부족”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린다. 법원 판단 자체는 계약과 안전 문제 측면에서 충분히 가능하지만, 황산 거래망 자체가 하루아침에 새로 구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황산 자체보다 ‘아연 제련 구조’를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황산은 별도 화학사업 제품이라기보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즉 황산 처리망은 단순 부수 사업이 아니라 아연 생산 공정과 연결된 구조라는 의미다. 제련업계에서는 황산을 적정 수준으로 처리·수출하지 못할 경우 저장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조업과 생산량 조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영풍 측은 실제 황산 처리 구조 변화 이후 생산 부담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현재는 자체 설비로 소화 가능한 수준만큼만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며 “기존 처리 구조가 유지되던 시기와 비교하면 아연 생산량 감소 영향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풍 측 설명에 따르면 양사 간 황산 처리 거래는 계약 갱신 거절 이후 약 9개월간 유지되다가 2025년 1월부터 실제 중단됐다. 이후 영풍은 자체 설비를 중심으로 황산을 처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기존 고려아연 온산 인프라를 단기간 내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 관계자는 “동해항 쪽에도 일부 황산 처리와 물류 관련 시설은 갖추고 있지만 기존 고려아연 온산 인프라를 한 번에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황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처리 구조가 제한되면 결국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가처분 판단과 본안소송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가처분은 긴급성과 현상 유지 필요성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반면, 본안에서는 황산 거래망이 실제 생산성과 공급망 구조에 미치는 영향, 거래거절의 경위와 의도성 등이 보다 폭넓게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왜 하필 경영권 분쟁 국면에 거래 단절… 협력 구조 해체 논란

다만 시장에서는 양측 갈등이 본격화된 시점과 황산 거래 종료 시기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오랫동안 공동구매·공동영업 체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2년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지분 확대 움직임 이후 양측 균열이 본격화됐고, 2024년 정기주주총회를 전후해 경영권 충돌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이후 공동영업 구조 종료와 황산 계약 종료가 잇따라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수십년간 유지돼온 협력 구조가 단계적으로 해체되고 있다는 시각이 나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황산 거래 종료를 단순 계약 문제로 보기보다 경영권 분쟁 이후 양사 관계 변화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고려아연 측이 주장하는 시설 노후화와 화관법상 리스크 자체는 하루아침에 새롭게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왜 하필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거래 단절이라는 방식으로 현실화됐느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고려아연 역시 법원 자료에서 2019년부터 노후 저장탱크 철거 조치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단순 기업 간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아연 시장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핵심 축을 이루는 과점 구조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3일 발간한 고려아연 신용평가 보고서에서 고려아연과 영풍이 국내 아연 시장에서 과점적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려아연은 연간 60만톤 이상 아연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수준의 제련업체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풍 석포제련소 역시 국내 핵심 아연 생산기지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오랫동안 공동구매·공동영업 구조를 유지해온 배경 역시 원가 절감과 공급망 효율성 때문이었다고 본다. 공동 원료 구매와 물류 구조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이 오랫동안 유지돼왔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과 별개로 국내 비철금속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는 양사가 일정 수준 협력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황산 거래 갈등 역시 단순 계약 분쟁을 넘어 국내 아연 제련 공급망의 생산성과 효율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오랫동안 유지돼온 협력 구조가 해체되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핵심 비철금속 산업의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경영권 분쟁과 별개로 공급망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양사의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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