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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외모 품평 보도 확산, 언론 자정 노력 시급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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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피의자의 외모를 평가하며 ‘논란’이라 이름 붙인 언론보도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피의자부터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등, 다수 언론은 SNS에 퍼진 외모 관련 댓글을 ‘논란’으로 기사화하거나 SNS 속 피의자의 사진과 머그샷을 비교, 조롱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글과 사진을 갈무리해 범죄와 무관한 정보로 논란을 만들어내는 보도들이다.

이같은 범죄보도 행태는 2024년 확대 도입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와 맞물려 더욱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SNS와 경찰을 통해 신상공개가 이뤄지게 되면서 언론이 외모에 대한 묘사, 학력 등 자극적인 정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명확한 공개 기준의 부재와 위헌성 논란 등 신상공개의 제도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의 자체적인 자정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논란’이라며 ‘논란’ 만드는 외모 품평 보도

최근 광주 광산구에서 길을 가던 여고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장윤기의 사진은 경찰이 신상을 공개하기 며칠 전부터 SNS에 퍼지기 시작했다. 다수 언론은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는 피의자 추정 사진이라며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보도했고, 피의자의 외모를 평가한 댓글, 게시물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일부 누리꾼들이 피의자 사진을 보고 “잘생겼다”, “훈남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고, 이에 “외모 품평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등의 비판성 댓글이 달리며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SNS 반응을 나열하는데 그쳤고, 이를 ‘외모 평가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대다수 기사 제목엔 “잘생겼네, 훈남”, “잘 생겼는데 왜 그랬냐”, “멀쩡하게 생겨서 왜” 등의 댓글이 인용됐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외모에 대한 전형성을 정해 두고, 그 틀에 맞는 사람이라면 ‘그럴만 했다’, 아니라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라는 식으로 범죄와 외모를 연결 짓는 경향을 확대 재생산해 논란으로 키워낸 보도다. 범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외모 품평 보도는 범죄자가 여성일 경우 더 심각해진다.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이은해는 그의 외모가 공개됐을 당시 팬클럽이 생겼다며 관련 보도가 집중됐고, 전 남편을 살해해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유정은 지극히 평범한 외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보도가 확산됐다.
올해 초 서울 강북구의 숙박업소 등에서 남성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는 수법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피의자 김소영에 대해서도 외모 관련 보도가 급격하게 양산됐다. 피의자의 머그샷(체포된 범인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후에는 SNS 사진과 머그샷이 전혀 딴판이라며 김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포토샵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는 조롱성 기사까지 나왔다.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는 기사도 있다. 한국경제 기사 「‘모텔 살인’ 김소영 뽀샵에 9900원 결제…40대 男기자도 놀랐다」(2026년 3월29일자)는 “기자는 해당 앱으로 사진을 만들었을 때, 김소영과 같이 실물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지 실험해봤다”며 직접 본인의 얼굴을 포토샵한 사진을 기사에 게재했다.
이러한 기사들은 범죄자의 외모에 집중해 불필요한 정보로 가십거리를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보도 사례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는 지난 14일 미디어오늘에 “취재 없는 ‘논란 기사’의 대표적 사례”라며 “이러한 가치 없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본 축은 외모 평가다. 외모 중심주의, 특히 여성의 외모가 시각적 자원이자 화젯거리가 된다는 것이 자연화돼 있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이 ‘논란’이라고 이름 붙이며 부추기는 행태는 일부의 문제를 더 키워낸다. 김 교수는 “실제 논란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은 사안을 부추기는 논란 저널리즘의 문제”라며 “(범죄자의 외모에 대한) 댓글을 팬덤화나 문제있는 것으로 과도하게 보며 오히려 (기사를 통해) 권위를 부여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의 명암

외모에 초점을 맞춘 범죄보도는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 도입 전후로 달라진 흐름을 보인다. 2010년 정식 도입된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는 2024년부터 특정강력범죄와 성폭력 범죄 외에도 중상해와 조직·마약범죄 등으로 공개 대상 범위를 대폭 넓혔다. 수사 중인 피의자뿐만 아니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도 신상공개 대상이 됐고, 대상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도 머그샷을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애초 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강한 여론과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가 과열되면서 도입된 제도이지만, 제도가 확대되며 외모 품평 같은 선정적 보도가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전에는 피의자의 신상을 알아내서 보도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이미 SNS에서 먼저 신상이 공개되거나 경찰이 공식적으로 공개하면서 그 이상의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내고, 이에 한발 더 나아간 선정적인 묘사를 하는 보도가 많아졌다는 평가다. 외모에 대한 묘사 외에도 학력, 재산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소재를 찾아나서며 범죄와는 무관한 정보들로 범죄를 소비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치안대학원 범죄학과 교수는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신상을 알아내기 위해 주변인들을 무리하게 취재하거나 탐문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항 등이 부지기수로 발생할 수 있어 아예 합법의 영역으로 만들기 위해 신상공개법이 생겼다”며 “(신상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기사)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 플러스 알파가 붙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 사람이 범죄자라고 생각할 수 없는 포인트나 범죄자의 전형에 맞는 포인트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보도되고 있다. 신상정보 공개법 이전에는 없었던 양상”이라고 말했다.

현행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에 대해선 명확한 기준이 없는 문제도 있다.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사건이어도 언론의 주목을 받거나 여론의 분노가 큰 사건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결국 여론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위헌성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신상공개는 형법상의 형벌이 아님에도 마치 실질적 형벌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유죄와 처벌이 확정되지 않은 수사단계에서 이뤄져 ‘이중 처벌금지’, ‘무죄추정’ 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한 교수는 “가령 국내에 2~3일에 한 명씩 친밀한 관계에서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사건들의 신상공개가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일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사회적 공분이 더해지면 신상 공개가 되면서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도 경찰청마다 심의하는 기준에 차이도 있다. 서울·경기 지역에선 여러 번 심의를 해봤기 때문에 ‘이정도 사건이면 해야 한다’는 관행이 있고,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그럼에도 신상을 공개하지 않으면 (사건) 주변인들을 괴롭히는 과정도 그것대로 피해이기 때문에 보완할 게 많지만 꾸역꾸역 가고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유족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서 신상공개가 안 되는 사건도 있지만, 유족이 이런 절차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없을 정도로 황망하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며 “후폭풍은 남겨진 유족들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발생으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상공개가 이뤄지기 때문에 유족들은 아직 경황이 없을 수 있는 상황인데 공개를 결정하는 것에 모든 유족이 다 의견을 낼 수는 없다”며 “국민의 알 권리 때문에 운영되는 제도이긴 한데, 정말 국민이 다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의 보도윤리 고민 중요한 시점

제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자체적인 보도 윤리 준수는 더 중요해진다. 일례로 한겨레는 2020년 자체 개정·시행한 ‘범죄수사 및 재판 취재 보도 시행세칙’에 따라 신상공개 대상자의 얼굴 공개는 최대한 하지 않고 있다.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후에도 한겨레는 이 사실을 밝히며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진을 사용했다.
이종규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한겨레는 공적 인물이 아닌 경우 수사 대상자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며 “수사기관이 신상 공개를 결정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얼굴을 기사에 싣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다만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의 실명은 편집국 논의를 거쳐 때때로 기사에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수사기관이 공개한 정보를 한 언론사에서 비공개하는 것이 얼마나 실익이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공개된 신상정보를 악용해 조회수를 올리려는 매체가 넘쳐나는 분위기에서 신상정보에 대한 각 언론사 자체 윤리는 오히려 강조돼야 할 대목이다. 피해자 및 유가족의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피의자의 인권 등 신상공개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언론의 역할은 논란을 만드는 것이 아닌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 실장은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당연히 국민의 알 권리 못지않게 피의자의 명예와 인권도 보호되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범인의 얼굴이 공적 가치가 있을 리도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 공개가 범인의 검거 및 추가 피해 예방 등 공익에 꼭 필요한 경우에는 얼굴 공개 여부를 고민해야겠지만, 지금까지 그런 경우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수사당국의 신상공개는 이미 범인을 검거한 이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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