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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10조원 AI 투자, 노조 50조원 성과급 요구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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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11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노동조합이 해당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면서 자금 운용에 비상등이 켜졌다. 글로벌 빅테크 주요 기업이 내년 1000조원이 넘는 무한 투자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노조의 현금 잔치 요구는 재투자 선순환을 파괴하고 한국 반도체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게 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삼성전자의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110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한다. 이는 생성형 AI 열풍 속에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고 차세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증권가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노조의 요구액은 최소 45조원에서 최대 50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 연간 R&D 비용인 37조754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삼성전자가 내부 진통을 겪는 사이 글로벌 빅테크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쩐의 전쟁’에 돌입했다.

4월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빅테크 4개사의 2026년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7250억달러(약 1082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4개 사의 올해 자본지출(CAPEX)은 2025년 4100억달러(약 612조원)보다 7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역시 현금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기조를 강화하며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비를 600조원으로 늘렸고, 올해에만 30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3월 24일 주총에서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해 글로벌 고객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돌입한 배경 역시 첨단 기술력 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핵심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는 성과급 지급 규모를 노사 협상이 아닌 이사회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한다. 작년 순이익의 약 10%를 배분했지만, 이는 이사회의 재량에 따른 일회성 보상일 뿐 삼성전자처럼 노사가 제도화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 않다.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글로벌 투자 광풍 속에서 자칫 보상 갈등에 매몰될 경우 핵심 인프라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룬 1분기 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이라는 실적이 단순 노동 투입의 결과가 아니라 수십년간 이어온 대규모 투자가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공정은 인간의 물리적 노동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기술 집약적 산업이다. 이익의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은 개별 인력의 숙련도보다 선제적 장비 도입과 공정 기술력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21년부터 5년간 연구개발에 쏟아부은 금액만 약 148조원에 달한다”며 “이런 기술 자본이 호실적의 밑바탕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과급의 법적 성격 역시 ‘임금’이 아닌 ‘경영 성과의 사후적 분배’로 평가받는 점도 노조의 성과급 제도화 요구에 명분을 싣기 어렵다. 대법원은 최근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초과이익성과급(OPI)이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해당하지 않으며, 회사가 유연하게 결정하는 몫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2026년 2월 SK하이닉스 성과급 사건과 4월 추가 판결에서도 “경영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다”라며 이를 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법적 근거가 없음을 거듭 판시했다.

삼성전자 사측과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는 14일 오전 나란히 노조에 추가 대화를 제안했다. 다만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이번 제안에 “성과급 제도화와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21일부터 5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 이익은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가 경제에 영향을 줄 파업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명분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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