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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세량지 물안개와 산벚꽃, 고인돌 유적 및 적벽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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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온 새벽안개가 잔잔한 수면 위에서 낮은 춤을 춘다. 수양버들의 연둣빛 새순과 산벚꽃의 화사함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지는 이곳은 매년 봄이면 상춘객들의 발길을 끄는 장소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에 위치한 세량지는 1974년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축조된 인공 저수지다. '세량'이라는 지명은 샘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샘방'에서 유래해 '세양(細陽)'을 거쳐 현재의 '세량(細良)'으로 확정됐다.

산골 깊숙한 곳에 자리해 오랜 시간 외부인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저수지 주변에 자생하는 산벚꽃과 수양버들이 수면에 비치며 형성하는 독특한 경관 덕분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곳은 2012년 CNN이 발표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에 선정되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했다. 단순한 농업 시설이 예술적 가치를 지닌 관광 자원으로 재평가받자 화순군은 이를 보존하고 알리는 데 주력했다. 현재는 저수지 주변을 습지 생태 공원으로 조성하고 전망대와 산책로를 정비해 방문객들이 사계절 내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재탄생했다.

세량지의 가장 큰 특징은 잔잔한 수면이 거울 역할을 해 주변 산세를 그대로 투영한다는 점이다. 이른 아침 바람이 잦아들면 수면은 완벽한 '물거울' 상태가 돼 산벚꽃의 분홍빛과 수양버들의 연둣빛을 대칭적으로 그려낸다. 수심이 깊지 않고 물이 맑아 투영되는 풍경의 선명도가 높은 것도 이곳만의 강점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하는 또 다른 주역은 물안개다. 일교차가 큰 봄철 새벽, 수면 위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산벚꽃 사이를 지나며 신비로운 풍광을 연출한다. 매년 4월이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모인다. 물안개와 아침 햇살, 산벚꽃이 이루는 삼중주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봄의 절경으로 평가받는다.
저수지를 일주하는 약 1km 구간의 산책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책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게 평탄하게 조성됐으며, 저수지 둑방에 올라서면 정면으로 펼쳐지는 산세와 수면의 조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화순군이 설치한 포토존은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곳곳에 벤치가 마련돼 있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하다.

저수지 하단에 위치한 습지 생태 공원도 중요한 볼거리다. 다양한 수생 식물이 자생하는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자연 학습장 역할을 겸한다. 최근에는 야간 방문객을 위해 은은한 조명을 설치해 밤에도 운치 있는 산책도 가능하다.

전남 화순군 화순읍 세량리 98번지에 위치한 세량지는 광주광역시와 인접해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자가용 이용 시 광주 도심에서 약 20분 내외면 도착할 수 있으며 주차 공간도 넉넉히 확보돼 있다.

다만 산벚꽃이 절정에 달하는 4월 초순부터 중순 사이에는 이른 새벽부터 주차장이 만차되는 경우가 잦아 방문 시간을 서둘러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화순 시내버스나 광주 광역버스를 이용해 인근 마을 정류장에서 내린 뒤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세량지에서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 명소다.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를 잇는 고개 약 5km 구간에 걸쳐 596기의 고인돌이 집중적으로 분포해 있다. 특히 다른 지역 유적지와 달리 고인돌의 제작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채석장이 함께 발견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유적지는 탁 트인 야외 공간으로 조성돼 산책하듯 고인돌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대신리 유적지에는 무게 200톤이 넘는 거대 고인돌인 '핑매바위'가 있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화순 고인돌 유적지는 누구나 무료로 입장 가능하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된다.
화순의 또 다른 보물은 동복천 상류에 형성된 화순 적벽이다. 높이 약 100m, 길이 7km에 달하는 수직 절벽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 적벽이라 불린다. 조선 시대부터 수많은 문인과 선비들이 그 경치를 찬양해 왔으며 상수원 보호구역 내에 위치해 장기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다.

적벽 중 가장 웅장한 장항적벽(노루목적벽)은 맑은 호수와 어우러져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 밖에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등이 줄지어 나타나며 화려한 볼거리를 더한다. 세량지가 아늑하고 정적인 미학을 보여준다면 화순 적벽은 거대한 규모와 역동적인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한다.

화순적벽은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개방되며, 매주 월·화요일은 휴무일이다. 온라인 투어 예매 가격은 5000원이며 4세 미만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전남 화순은 남도 특유의 깊은 손맛과 청정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가 어우러져 미식가들 사이에서 숨은 맛의 고장으로 통한다. 든든한 보양식부터 가벼운 별미까지, 화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음식을 소개한다.

화순 도곡면 일대에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푸짐한 밥상을 내놓는 보리밥 전문점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의 보리밥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남도의 넉넉한 인심을 상징한다. 주문과 동시에 깔리는 수십 가지의 밑반찬은 제철 나물과 장아찌, 젓갈 등으로 구성돼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다.

인위적인 조미료 대신 자연의 맛을 살린 반찬들은 자극적이지 않아 먹고 난 뒤에도 속이 편안하다. 커다란 양푼에 보리밥과 각종 나물을 넣고 직접 짠 고소한 참기름과 매콤한 고추장을 더해 비벼 먹는 맛은 일품이다. 여기에 곁들여 나오는 싱싱한 쌈 채소와 구수한 된장국은 보리밥의 맛을 한층 돋워준다.

화순은 콩 농사가 잘되는 지역적 특성 덕분에 두부 요리도 유명하다. 특히 국산 콩을 사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가마솥에 끓여 만든 손두부는 시중에서 파는 매끈한 두부와는 차원이 다른 거칠고 고소한 맛을 선사한다.

도곡과 이서면 주변에는 직접 두부를 만드는 노포들이 많아 갓 나온 따뜻한 두부를 맛볼 수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 한 점에 잘 익은 묵은지를 곁들여 먹는 두부김치의 맛이 일품이다. 콩의 영양을 그대로 간직한 비지찌개나 콩물국수 역시 화순이 자랑하는 별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씹을수록 깊어지는 두부의 고소함이 특징이다.

가벼운 식사를 원한다면 화순 시장 인근과 도곡 일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닭칼국수나 팥죽을 추천한다. 화순의 닭칼국수는 닭 뼈를 장시간 고아낸 진한 육수에 쫄깃한 면발과 잘게 찢은 닭고기 고명을 얹어 낸다. 일반적인 해물 칼국수보다 묵직하고 구수한 맛이 특징이며, 겉절이 김치와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전라도 지역의 특색이 살아있는 팥죽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걸쭉하고 진한 팥 국물에 갓 뽑아낸 칼국수 면이나 새알심을 넣은 팥죽은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매력적이다. 설탕이나 소금을 취향껏 넣어 간을 맞춘 뒤 한 그릇 비워내면 든든한 포만감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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