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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기 옥순의 관계 통제 전략, 불안과 심리 분석
아주경제
SBS Plus·ENA '나는 SOLO'에는 늘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직접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판을 읽고, 관계의 흐름을 만들고, 출연자들의 감정선을 조율하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중심축이길 원하는 사람. 그런 캐릭터는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최근 31기 옥순의 모습이 그렇다. 옥순은 주변 인물의 불안과 욕망을 빠르게 읽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는 인물처럼 보인다.
정희가 정숙과 영식의 러닝 데이트에 하소연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옥순은 정희의 불안을 진정시키기보다 "둘이 러닝복 입고 오는 거 열받지 않냐"고 반응한다. 표면적으로는 공감이다.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정희의 불안을 낮추기보다 더 구체적인 장면으로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순자를 둘러싼 장면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옥순은 룸메이트들과 이야기하며 "경수가 과연 순자를 좋아할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순자가 경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처럼 해석한다. 더 논란이 된 건, 순자가 들을 수 있는 거리에서 다른 여성 출연자와 경수가 이어지길 바라는 듯한 말을 한 장면이다.

이 같은 통제 성향은 이성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옥순은 가능성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을 더 빛나게 만들며 그 곁에서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강해 보인다. 영호가 특별히 웃긴 말을 하지 않아도 옥순은 적극적으로 웃고 반응한다. 호감 표현이기도 하지만, 상대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행위다. 영호의 입장에서는 강력한 경험이다. 별것 아닌 말을 해도 크게 반응해주고, 자신을 괜찮은 사람처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기질은 양면적이다. 상대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반대로 자신이 이 흐름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불안해질 수 있다. 상철과의 대화에서 그런 면이 드러났다. 상철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인상을 주자, 옥순은 공격적인 말투로 선을 그었다.
이는 실망감이라기보단 통제감 상실에 대한 반응처럼 보인다. "나는 당신을 선택지에 둘 수 있지만, 당신이 나를 선택지 중 하나로 두는 건 불쾌하다"는 듯한 반응. 관계에서 통제감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모습. 불안한 사람은 상처받기 전에 먼저 밀어내고, 버림받기 전에 먼저 차단하려 한다.

옥순이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관계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인해야 안심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조력자, 해석자, 대변인, 설계자가 될 때 가장 살아나는 인물.
항공사 전략기획팀 소속 옥순의 대변인 활동 이력도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대변인은 누군가의 말을 대신 정리하고, 해석하고, 외부에 전달한다. '나는 솔로' 속 옥순 역시 종종 타인의 감정과 관계를 해석하고 대신 말하는 위치에 선다. 우연일 수 있지만, 그의 관계 방식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옥순은 사람을 움직이는 법을 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말에 반응하며, 어떤 위치에 서고 싶어 하는지 빠르게 감지한다. 좋은 능력이다. 다만 관계에서 중요한 건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만이 아니다. 자신이 만든 흐름 안에서 누군가가 작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감각도 필요하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일수록, 가까운 곳의 표정을 놓치기 쉽다.
얼핏 보면 옥순은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강함은 어쩌면, 관계의 중심에서 밀려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의 다른 얼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