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읽음
혈액형 바뀐 혈소판 수혈, 적십자사 검수 실수 확인
위키트리지난 5일 JTBC가 단독보도한 사건이다.
지난 3월 발생한 이 사고는 A형 환자에게 O형 혈액이 주입되고 O형 환자에게는 A형 혈액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초 헌혈의 집 단계에서 혈액팩에 붙이는 스티커와 바코드가 서로 엇갈리며 기초적인 실수가 시작되었다. 혈액원은 검수 과정에서 정보가 불일치한다는 경고를 확인했으나 이를 단순 오류로 치부하는 치명적인 과오를 범했다. 담당자는 잘못된 바코드를 바로잡는 대신 오히려 멀쩡한 혈액형 스티커를 바코드에 맞춰 교체하며 사고를 키웠다.

현대 의학에서 수혈은 생명을 살리는 필수적인 처치이지만 혈액형이 불일치할 경우 인체는 이를 치명적인 독소로 받아들인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외부 물질을 구별하는 정교한 감시망을 갖추고 있어 자기 것과 다른 항원을 즉각 공격한다. 특히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항원이 일치하지 않으면 체내 항체들이 유입된 적혈구를 이물질로 간주해 파괴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반응은 수혈 시작 후 불과 몇 분 이내에 강력한 면역 응답으로 나타나며 전신을 위협하게 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위험 징후는 급성 용혈 반응으로 혈관 안에서 적혈구가 대량으로 터지는 현상이다. 적혈구가 파괴되면서 내부의 헤모글로빈과 각종 전해질이 혈액 속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게 된다. 환자는 이 과정에서 심한 오한과 떨림을 느끼며 가슴이 옥죄는 듯한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한다. 면역 체계가 폭주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아나필락시스형 쇼크가 동반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혈액 응고 체계의 마비로 발생하는 범발성 혈관 내 응고 증후군이다. 적혈구 파괴 시 방출되는 물질들이 혈액을 굳게 만드는 성분을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해 온몸의 혈관에 미세한 피떡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정작 필요한 혈액 응고 인자들이 모두 소진되어 나중에는 조그만 상처에도 피가 멈추지 않게 된다. 내부 장기 곳곳에서 조절되지 않는 출혈이 발생하며 이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혈액 내 칼륨 농도가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고칼륨혈증 또한 심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다. 세포 내에 풍부하던 칼륨이 적혈구 파괴와 함께 혈액으로 대량 방출되면 심장의 전기 신호 체계가 교란된다. 이는 치명적인 부정맥을 유발하거나 예고 없이 심장을 멈추게 만드는 심정지 사고의 주된 원인이 된다. 수혈 사고가 단순한 과실을 넘어 살인 행위와 다름없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수혈 사고는 2014년 이후 12년 만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보고된 수치에 불과할 수 있다. 의료 현장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이번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위험 요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보건 당국은 혈액의 채혈부터 제조, 검수, 공급에 이르는 모든 단계를 데이터화하여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인간의 실수를 기술적으로 보완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환자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비극이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