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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황금종려상 아노라 넷플릭스 공개, 아카데미 수상
위키트리
'아노라'는 제77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어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을 포함해 총 5개 부문을 석권했다.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은 영화사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기생충'이 2020년 이 두 트로피를 모두 가져간 이후, '아노라'가 그 계보를 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연출은 소외된 계층의 삶을 날카롭고도 따뜻하게 포착해온 션 베이커 감독이 맡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탠저린'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온 그는 '아노라'를 통해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 두 곳을 모두 정복했다. 주연은 마이키 매디슨이 맡았으며, 이 작품으로 단숨에 할리우드 최고의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랐다.
국내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아노라'에 5점 만점에 4.5점을 매기며 "불안한 웃음과 절박한 고함에서 참을 수 없는 눈물까지, 뼛속 깊이 아린 그 모든 아노라"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4.5점은 이동진 평론가의 기준으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평점이다.

어느 날 애니는 러시아 재벌가 아들 이반을 만난다. 두 사람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애니는 현대판 신데렐라의 꿈을 꾼다. 그러나 이 소식이 이반의 부모에게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아들의 결혼을 무효로 만들려는 이반의 부모는 하수인들을 뉴욕으로 급파하고, 이때부터 예측 불허의 소동극이 시작된다.
영화는 초반의 로맨스에서 중반의 스크루볼 코미디, 후반의 계급 드라마로 장르를 바꿔가며 전개된다.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전혀 다른 결말에 직면하게 되는 구조다.

'아노라'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주인공의 직업적 현실을 거르지 않고 묘사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션 베이커 감독은 '탠저린'에서도 트랜스젠더 성노동자의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던 바 있다. 자극을 목적으로 한 연출이 아니라, 캐릭터의 삶과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의 특성상 개인이 선택해 시청하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 극장 개봉 때보다 접근 장벽은 낮아졌다. 그러나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시청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위인 만큼, 사전에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 적절하다.
'아노라'가 국내 관객에게 어떻게 수용될지는 흥미로운 지점이다. 재벌 2세와 밑바닥 인생의 충돌이라는 구도는 '기생충'이 파고든 계급 갈등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권력층과, 자신의 삶을 지키려 발버둥 치는 주인공의 대비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은 분노와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소재다.

영화 중반부 소동극은 빠른 템포와 찰진 대사로 구성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웃기면서도 슬픈 '웃픈' 정서는 한국 관객들이 선호하는 감정 구조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반면, 뉴욕 브라이튼 비치의 러시아 이민자 사회라는 문화적 배경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결말 역시 "꽉 닫힌 해피엔딩"을 선호하는 관객층에게는 차갑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배우 마이키 매디슨은 '아노라' 이전까지 국내에서 크게 알려진 이름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는 영화 전반을 혼자 끌어가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거칠고 에너지 넘치는 초반부터,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후반의 감정선까지 압도적인 집중력으로 소화했다.
이 연기는 '블랙 스완'의 나탈리 포트만,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남긴 인상과 견줄 만하다는 평가가 해외 영화 매체와 커뮤니티에서 나왔다. 특히 영화 마지막 장면은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전달되는 장면으로, 이 장면 하나만으로 마이키 매디슨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는 반응이 많다.

결말의 구체적인 내용을 미리 접하면 영화의 감동이 크게 반감되므로,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보는 것이 권장된다. 초반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더라도 끝까지 보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경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아노라'에서 션 베이커 감독의 연출에 매료됐다면, 그를 전 세계에 알린 전작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빠뜨릴 수 없다. 국내 관객들 사이에서도 이미 정평이 난 작품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색감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한다. '꿈의 궁전' 디즈니월드 바로 옆에서, 내일의 방세를 걱정해야 하는 가족들이 살고 있다. 션 베이커 감독은 이 모순된 풍경을 아름답게 찍어내면서도,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잔인한 위장인지를 끝까지 놓지 않는다.
주인공은 이 모텔에 사는 6살 꼬마 '무니'다. 무니는 자신을 둘러싼 빈곤의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하나를 나눠 먹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하루를 채운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 풍경은, 어떤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보다 강하게 관객의 감정을 파고든다.

'기생충'이 계급 격차를 날카로운 서스펜스와 반전으로 풀었다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햇살 아래 가려진 그늘을 조용히 비춘다.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아름답고도 아프게 제시한다. 이 지점에서 두 영화는 전혀 다른 감정 경로로 같은 문제에 도달한다.
국내 관객 반응 중 압도적으로 많은 후기는 "포스터만 보고 힐링물인 줄 알았는데, 영화 끝나고 한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는 연출이 없는데도, 마지막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먹먹함은 관객의 뒤통수를 조용히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