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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자동차 노조 성과급 요구, 산업 경쟁력 위축 우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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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통신까지 한국 산업 대표 기업들에서 노조 이슈가 동시다발로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 배분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5월 1일부터 창사 첫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30%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고, LG유플러스 노조 역시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른바 '수익 연동형 성과급' 경쟁이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실적이 좋아졌으니 더 많이 나눠 달라는 게 노조 측 요구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노조 주장이 단순한 보상 협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형국이다. 기업의 투자 여력, 생산 안정성, 공급망 신뢰, 원청과 협력업체 간 격차, 나아가 국가 산업 경쟁력까지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SK하이닉스에서부터 비롯됐다는 평가다. 이미 영업이익의 약 10% 수준 성과급이 기준 사례로 통하게 되면서다. 업계 전체 보상 기준을 끌어올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한 기업이 선제로 높은 비율을 요구하면 다른 노조도 낮은 수준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결국 협상은 생산성보다 상징 경쟁으로 흐르기 쉽다. 이것이 '성과급 치킨게임'으로 불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요구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급증했고 시행 첫날부터 한화오션·포스코·현대차 등 여러 현장에서 교섭 요구가 이어졌다.

​대기업 노조가 실적 연동형 보상 기준을 끌어올릴수록 원청의 비용 부담은 커지고 그 부담이 협력업체 납품단가 압박이나 투자 축소로 전가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이 지점에서 한국 산업의 오래된 병목이 다시 드러난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협상력은 커지는데 중소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몫은 오히려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성과급 규모가 커질수록 협력사 대금 인상 여력은 줄고,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겉으로는 노동의 몫을 넓히는 듯 보이지만 실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 심화시키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산업 현실은 냉정하다. 반도체와 바이오, 자동차 등은 글로벌 경쟁과 대규모 설비투자, 기술 전환 압력을 동시에 받는 업종들이다. 성과급이 생산성 향상의 결과에 대한 보상이어야지 이익이 나는 한 고정 비율을 자동 분배하는 구조로 굳어지면 경영은 단기 현금 배분에 묶이고 투자는 뒤로 밀릴 수 있다.

노조가 기업의 단기 실적을 기준으로 몫을 최대화하려는 순간 미래 성장의 씨앗이 될 연구개발과 설비 확장, 신사업 투자는 가장 먼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극단의 대치가 아니라 원칙의 재설계다. 성과급은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단순 비율이 아니라 투자 집행, 현금흐름, 업황 사이클, 미래 충당 비용까지 반영하는 다층 구조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노사는 파업과 총력전 이전에 성과급 산정 기준과 지급 상·하한, 불황기 조정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아울러 원청 대기업의 보상 체계가 협력업체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어떤 파급을 주는지까지 감안하는 사회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한국 경제는 수출과 제조업,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첨단산업의 경쟁력 위에 서 있다. 지금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갈등은 노동의 정당한 몫을 찾는 문제인 동시에 성장 엔진의 회전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경고등이기도 하다.

노조가 기업의 오늘 이익만 볼 것이 아니라 내일의 생존을 함께 봐야 하듯이 기업 역시 노동을 단순 비용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축으로 대해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산업의 과실을 나누는 방식이 산업의 미래를 해치지 않도록 힘겨루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언어로 협상해야 할 때다.

산업2부 이효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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