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8 읽음
“가입 여부 따라 대화까지 단절” 삼전 노조 조합원 탈퇴 가속화 중인 이유
위키트리
0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내세운 성과급 인상 요구안이 반도체 부문 소속 조합원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비반도체 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노조 연쇄 탈퇴가 가속화되고 있다.

노조 지도부가 파업 기간 활동하는 스태프에게 최대 3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조치가 쟁의 기간 조합비 대폭 인상 결정과 맞물려 그동안 누적됐던 조합원 내부의 불만을 폭발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신청 게시글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존에는 하루 100건 미만으로 접수되던 탈퇴 신청 건수가 지난달 28일 기준 500건을 넘기더니 29일에는 1000건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이탈 조짐은 사내 게시판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탈퇴를 인증하는 릴레이가 확산하면서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조합을 탈퇴한 직원들은 초기업노조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조합원들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며 다른 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에는 완전히 귀를 닫았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삼성전자 내 유일한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전체 조합원의 약 80%를 차지하는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임직원들을 핵심 동력으로 삼아 이번 파업 투쟁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직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대해서만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상한선 없이 지급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관해서는 아무런 보상 조건도 제시하지 않았다.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 부문은 같은 그룹 소속인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반도체 가격 인상 정책의 여파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6%나 급감했다. 심지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영업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제기된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초기업노조의 요구안이 원안대로 관철된다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임직원은 올해 1인당 6억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

반대로 디바이스경험 부문 임직원은 성과급 수령은 고사하고 고강도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의 한파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전자 사측이 노조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배경에도 이처럼 극심한 부문 간 위화감 조성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문제는 노조가 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내에서도 막대한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에 대해서는 동일한 디바이스솔루션 소속이라는 이유로 똑같은 성과급 대우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디바이스경험 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반발을 더욱 거세게 부채질하고 있다.

디바이스경험 부문 내부에서는 노조 지도부가 과반 노조 지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무리한 파업을 강행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소수인 자신들을 노골적으로 배제한 채 다수인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결속만을 최우선으로 챙긴다는 냉소적인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내홍 속에서 초기업노조가 파업 기간 중 15일 이상 활동한 조합원 스태프에게 특별 수당 명목으로 3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인원 모집에 착수한 조치도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해당 소식을 접한 조합원들은 지난 1월 노조 지도부가 쟁의권 확보에 따른 신분보장기금 조성을 명분으로 쟁의 기간 조합비를 월 1만원에서 5만원으로 5배나 대폭 기습 인상했던 결정을 다시 끄집어내며 분노를 표출했다.

비반도체 부문 조합원들은 "디바이스경험 부문의 권익은 전혀 챙기지도 않으면서 지도부 소송 방어 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넘어 스태프들에게 선심성 수당까지 뿌리라고 조합비를 5배나 올려줘야 하나"라며 반발한다.

조합원 간의 이른바 노노 갈등이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심화하면서 초기업노조의 대표성 상실과 파업의 명분 퇴색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체 7만 4000여 명의 초기업노조 조합원 가운데 디바이스경험 소속 비율은 약 20%로 소수에 불과한 만큼 다수의 힘을 앞세운 노조가 파업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은 "반도체 부문 내부에서조차 노조 가입 여부에 따라 동료 간 대화가 단절될 정도로 노노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조속히 사태가 합리적으로 해결돼 회사의 조직 문화가 다시 하나로 정상화하길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