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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오 논란 속 오세훈 추격, 무당층 투표가 승부처
아주경제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여전히 격차는 존재한다. 정원오 후보가 앞서고 오세훈 후보가 뒤쫓는 형국이다. 그러나 숫자의 정치 화면 만으로 판세를 읽는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오 후보의 지지율이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거에서는 이 미세한 변화가 때로는 판을 뒤집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정원오 후보의 여론조사 홍보물 논란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조사기관과 기간 등 필수 공표 사항이 빠진 채 게시됐다가 '빛의 속도'로 삭제된 사건은 단순 실수 이상의 정치적 메시지를 남긴다. 선두 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안정감이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남겼다. 준비된 캠프가 아니라, 급한 캠프라는 인상이다. 더구나 유사 논란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관리 실패'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정치에서 조급함은 치명적이다. 앞서가는 후보일수록 여유를 보여야 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는 의심으로 확정되는 순간, 선거는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심리의 싸움으로 넘어간다. 지금 정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메시지가 아니라, 더 단단한 관리다.
반대로 오세훈 후보측에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추격자는 원래 불리하지만, 판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반사이익을 얻는 위치이기도 하다. 특히 상대가 실수를 반복할 겅우, 굳이 공격하지 않아도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정치의 아이러니는 여기서 발생한다. 잘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흔들릴 때 버티는 쪽이 이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진짜 변수는 따로 있다. 바로 무당층이다. 최근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정치에 대한 불신, 양당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투표 의지의 약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민은 스스로를 "무당층"이라 규정하면서도 특정 정치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아직 투표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정작 투표여부를 묻자 답은 흐려졌다. 이것이 지금 서울 민심의 단면이다. 이른바 '정치 불신형 무당층'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한번 움직이면 크게 흔든다. 문제는 이들이 움직이지 않을 경우다. 투표율이 떨어지고 결국 조직력이 강한 쪽이 유리해 진다. 민주주의의 역설이다. 분노는 있는데 행동은 않는 상태, 그것이 지금 민심의 위험 신호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한 정치적 충돌, 검찰과 특검을 둘러싼 논쟁 등 각종 이슈들 역시 민심을 자극하기보다는 피로를 누적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가 갈등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냉소를 확대하는 국면이다. 이럴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 바로 '저누표율 선거'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지율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은 지지자를 확보하느냐 보다, 누가 더 많은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의 싸움이다. 선두 주자는 방심하면 무너지고, 추격자는 기회를 잡으면 뒤집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무당층은 끝까지 결정을 미룬다. 그래서 지금 서울은 민심은 분명 움직이고 있으나 아직 투표로 이러질 지는 미지수라고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이 간극을 누가 먼저 메우느냐에 따라 순간 판세가 바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