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읽음
삼성전자 가전 구조 재편, 저마진 외주화 및 프리미엄 집중
위키트리
1989년 문을 열고 30년 넘게 삼성전자의 해외 가전 생산 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도 폐쇄 수순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가전 사업의 '애플화'로 해석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대만 폭스콘에 맡기고 본사는 기술 개발과 브랜드 관리에 집중하는 것처럼, 삼성전자도 제조는 외부에 넘기고 고부가가치 영역에 역량을 모으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김철기 DA사업부장(사장)은 경영설명회에서 "올해가 가전 사업 구조 혁신에 나설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수익성 기반의 성장 사업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철수까지 검토…"확정된 내용 없다"
중국 시장에서의 완전 철수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달 안에 중국 내 가전·TV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재고를 단계적으로 소진한 뒤 연내 사업을 완전히 접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현지 생산 설비는 유지해 동남아 등 인근 시장을 겨냥한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000억 적자…올해는 더 나빠진다
이번 재편의 원인은 가파른 실적 하락이다. 2023년만 해도 VD·DA사업부는 연간 1조 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삼성전자의 효자 사업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불과 2년여 만에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올 1분기 VD·DA사업부 매출은 14조 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 줄었고, 영업익은 지난해 1분기 3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33.3% 급감했다. 반도체 영업익의 268분의 1 수준이다.

VD·DA사업부가 속한 DX부문의 영업이익률도 2022년 7%를 기록한 이후 2023년 8.46%, 2024년 7.11%, 2025년 6.84%로 매년 하락했다. VD·DA사업부만 따로 보면 올해도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전망이 증권가 안팎에서 잇따라 나온다. 삼성증권과 하나증권 모두 같은 입장이다. 수요 침체에 중국 업체의 공세가 겹친 탓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15%)를 지키고 있지만, TCL(13%)과 하이센스(12%)가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AV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내 TV·냉장고·세탁기 점유율은 각각 3.6%, 0.4%, 0.4%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원자재값 상승과 물류비 증가, 관세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앞으로 프리미엄 가전과 냉난방공조(HVAC),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짤 계획이다. 지난해 인수한 독일 공조 기업 플랙트그룹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는 중앙공조 시장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