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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AI 영화 아파트 공개, 제작비 80% 절감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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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풀리지 않던 샷이 인공지능(AI)으로 단번에 해결되는 걸 보며, 콘텐츠 제작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정창익 CJ ENM AI 스튜디오 팀장은 3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CJ ENM 2026 AI 컬처 토크’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CJ ENM은 AI와 실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장편영화 ‘아파트(The House)’를 처음 공개하며, 제작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이번 작품은 총 제작비 약 5억원 규모로 완성됐다. 통상적인 방식으로 제작할 경우 최소 5배 이상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촬영 역시 단 4일 만에 마쳤다. 제작진은 AI 도입을 통해 비용과 시간을 동시에 줄이면서도 완성도를 확보하는 ‘효율성 실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아파트’는 배우의 실제 연기를 제외한 모든 배경과 시각효과를 AI로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그린스크린 환경에서 촬영한 배우 연기에 이미지 생성, 보정, 영상 생성 등 다양한 AI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구글의 ‘이마젠’, ‘나노 바나나’, ‘비오’ 등 생성형 AI 솔루션이 제작 파이프라인 전반에 적용됐다.

정 팀장은 “모든 장면을 로케이션 이동 없이 실내에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며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배경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해 배우들이 현장에서 실제 환경을 보듯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기술적 성과와 함께 ‘AI 영화의 한계’도 솔직히 공유됐다. 서로 다른 AI 솔루션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색감과 디테일이 균일하지 않은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후반 작업에서 디지털 색보정(DI) 공정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AI 결과물마다 컬러 특성이 달라 이를 균질화하는 작업이 필수”라며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제작 공정의 정교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본질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CJ ENM 측은 “배우의 진정성 있는 연기는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며 “배우의 표현력은 유지하고, 배경과 효과를 AI로 구현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배우 김신용은 “AI 배경과 효과를 현장에서 직접 보며 연기할 수 있어 몰입도가 높았다”며 “오히려 기존 크로마 촬영보다 연기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배우를 대체하기보다는 더 많은 콘텐츠 제작 기회를 만들어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 효율성 측면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백현정 CJ ENM 콘텐츠이노베이션담당은 “장르와 연출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영화 기준으로 5~7배 수준의 비용 효율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AI가 단순히 제작비를 낮추는 수단이 아니라, 품질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기술 협력 측면에서는 구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강조됐다. 백 담당은 “구글은 사실적인 묘사에 강점을 가진 다양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며 “단순한 생성형 AI를 넘어 서사와 연출이 중요한 ‘내러티브 AI’ 구현을 위해 협업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구글 측도 창작자 협업 모델을 강조했다. 안성민 구글 클라우드 커스터머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AI는 창작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창작자의 의도를 구현하는 도구”라며 “영상 요소를 정밀 분석해 일관성 있게 결과물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제작 완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향후 전략과 관련해 CJ ENM은 “AI 영화와 일반 영화의 구분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CG 기술이 영화 산업을 확장시킨 것처럼, AI 역시 제작 규모와 표현 범위를 크게 넓힐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반기부터는 AI 활용 영화 제작이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CJ ENM 관계자는 “기획, 제작, 유통, 마케팅 전 과정에서 AI를 적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술 고도화와 함께 산업 생태계 구축을 병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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