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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박장범 임명제청 취소 안건, 13일 이사회 재논의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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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KBS 사장 임명이 무효가 될 수 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인 방통위’ 체제에서 위법적으로 임명한 KBS 이사 7명의 업무 활동이 법원 판결로 정지된 가운데, 현 KBS 이사 5인(김찬태, 류일형, 이상요, 정재권, 조숙현)이 지난 20일 2024년 10월23일 임시이사회에서 의결된 ‘박장범 KBS사장 임명제청 취소 의결’ 안건을 제출했다. 이들은 “위법한 이사들만으로 이루어진 임명제청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면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수행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주장했다. 29일 KBS 이사회에서는 해당 안건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진숙·김태규 2인 상임위원이 추천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KBS이사 7인(권순범, 류현순, 서기석, 이건, 이인철, 허엽, 황성욱)이 박장범 기자를 KBS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했다. 그러나 지난 1월22일 서울행정법원이 ‘2인 방통위 의결은 위법하다’며 이들의 임명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놨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항소를 포기했으나 이사 7인이 새롭게 소송에 참가하며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2인 방통위 의결로 임명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EBS 사장 등 공영방송 인사에 대한 임명 처분은 모두 무효 판결이 확정되었다.

29일 이사회에서 이은수 이사는 “해당 안건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우리나라는 3심제인데 아직 소송이 완결되지 않았다”며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결 안건 상정에 합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이사는 또 “만약 (임명제청 취소) 결론이 난다면 대통령이 재가하고 후속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 새 방송법에 따라 새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안건이) KBS에 실효적 의미가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조숙현 이사는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게 맞지만 소송 당사자인 대통령은 항소를 포기한 반면 1심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이사 7명이 참가인 자격으로 항소해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기이한 형태”라고 전한 뒤 “임명 처분을 한 대통령 스스로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7명 이사 임명이 위법하다는걸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법 이사들의 의결에 의해 임명된 사장이 KBS 대표이사 업무를 계속하면 KBS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문제가 된) KBS 이사들과 같은 날 (방통위가) 임명했던 방문진 이사들, 이후 임명한 EBS 사장까지 전부 2인 방통위 의결이 위법하다고 확정판결이 나왔다. (항소심에서) 다른 결론이 나기 어렵다”고 밝히며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항소심 진행을 핑계로 위법하게 사장이 임명된 상황을 그대로 둘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이미 내부에 사장의 영향력이 없는 상황이다. 정당성 없는 사장이 앞으로 수개월 운영하는 것보다 해임 이후 권한대행 체계로 가는 시도라도 해보는 게 KBS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이사회는 한 차례 정회 이후 논의를 이어갔다. 이석래 이사는 “임명 무효 의결을 대통령이 재가했다고 했을 때, 다음은 어떻게 할거냐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는 발의한 쪽에서 대안을 제시해 줘야 한다”면서 “(사장 없이) 공석 상태로 몇 개월 가는 게 정말 바람직한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자”고 말했다. 황근 이사는 “과거 이사들이 박장범 사장 임명한 게 합법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과거 이사들이 사장 임명만 했나. 다른 의결도 했다. 어떤 건 (의결) 그대로 가고, 사장 임명은 안 된다고 할 수 있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욱 이사는 “박장범 사장 임기 1년 6개월 지나고 있다. 지금 월드컵 중계해야 하고 지방선거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사들이 경영진이나 직원들 일하는 현장에 대한 공감 없이 이런저런 법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사장을 해임 시키려 한다. 그 뒤의 혼란은 누가 책임지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알고 있는 ‘박장범=파우치’ 말고도 박 사장 장점이 많다고 들었다. 청와대와 관계도 껄끄러운 게 아니다”라며 “이 체제가 갈 수 있으면 KBS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일형 이사는 “어차피 몇 달 뒤 바뀌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우리 내부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KBS는 뇌사상태라는 표현이 적확해 보인다”며 “박장범 본인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체적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안일하게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재권 이사는 “KBS가 사장 거취를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너무 커져 있다. 가결 이후 불확실성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관점에서 이 안건을 제출한 점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불확실성이 생기더라도 지금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우리의 책무”라고 했다. “박장범 사장에게 이 안건에 대한 입장을 들을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의 끝에 KBS 이사회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사들은 오는 13일 차기 이사회에서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위법한 이사들의 제청으로 강행된 사장 임명이 유지된다는 것은 법치에 대한 정면 부정이다. 박장범 사장 임명 취소는 ‘가능한 선택’이 아니라 불가피한 결론”이라며 “KBS 이사회는 더 이상 지체 없이 박장범 사장 임명 취소를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언련은 “박장범 사장 임명 근거는 법원 판결로 무너졌고, 사장으로서의 자격은 각종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다. 내란 가담 의혹 또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진상은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박장범 사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KBS에 대한 신뢰를 더욱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박장범 사장 임명 제청 무효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법적·상식적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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