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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쑥섬, 민간 정원과 고양이 어우러진 힐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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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의 수많은 섬 중에서도 유독 사람의 손길과 자연의 조화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장소가 있다. 육지에서 배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이 섬은 거친 바다 바람을 막아주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며 오랫동안 인근 어민들의 안식처가 돼 왔다. 최근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특별한 주민들이 공존하는 힐링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전남 고흥군 봉래면에 자리한 애도(艾島)는 우리말로 '쑥섬'이라 불린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섬은 과거부터 질 좋은 쑥이 많이 자생하기로 유명했다. 섬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고려 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주민들은 척박한 섬 지형 속에서도 바다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왔으며, 좁은 땅을 일궈 쑥과 채소를 재배하며 삶을 영위해 왔다.

쑥섬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다. 섬의 자원을 보존하려는 주민들의 의지와 민간 정원을 가꾸려는 노력이 더해지면서 황폐했던 산등성이가 꽃밭으로 탈바꿈했다. 쑥섬은 이제 단순한 어촌 마을을 넘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찾아가고 싶은 섬'에 이름을 올리며 고흥의 대표적인 관광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쑥섬은 '고양이섬'이라는 독특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길고양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섬의 생태계 관리와 주민들의 삶의 방식이 합쳐진 결과다. 과거 이 섬에는 쥐가 많아 곡식을 갉아먹거나 가재도구를 망가뜨리는 일이 잦았다. 주민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양이를 한두 마리씩 키우기 시작했는데,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 특성상 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번식하며 개체 수가 늘어났다.

일반적인 어촌에서는 고양이를 생선 도둑으로 취급해 멀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쑥섬 주민들은 고양이를 섬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마을 입구부터 고양이 사료 통이 비치돼 있으며, 주민들은 고양이가 쥐를 잡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믿고 극진히 보살폈다. 이러한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하며 '한국의 타시로지마(일본의 유명 고양이섬)'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섬 곳곳에는 주민들과 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고양이 급식소'와 '고양이 호텔(쉼터)'이 배치돼 있다. 관광객들이 주는 무분별한 간식으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용 사료를 비치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쑥섬의 자랑거리는 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별정원'이다. 해발 80m의 완만한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별정원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부부가 20년 넘는 세월 동안 직접 꽃을 심고 가꾼 공간으로, 약 400여 종의 야생화와 외래종 꽃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전남 제1호 민간 정원으로 등록됐으며, 정원의 배치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별정원'이라는 명칭은 정원의 형태와 설립자의 철학에서 유래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정원의 전체적인 화단 배치가 별의 형상을 닮았을 뿐만 아니라,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운 꽃들이 지상에서 반짝인다는 의미를 담았다.

별정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다를 품은 정원'이라는 점이다. 꽃밭 너머로 드넓은 다도해의 풍광이 펼쳐지는데, 맑은 날에는 멀리 거문도와 나로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또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의 종류가 달라 봄에는 수선화와 튤립,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구절초가 만발한다. 정원 곳곳에는 주민들의 손때 묻은 돌담과 소박한 조형물들이 배치돼 있어 방문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섬 둘레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1~2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나로도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도착하면 가장 먼저 벽화가 그려진 마을 골목이 반긴다. 주로 쑥섬의 상징인 고양이, 섬의 이름이 된 쑥, 그리고 바다 생물들이 벽화의 주인공이다. 담장마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 '고양이섬'에 왔음을 실감나게 한다. 아울러 마을 전체의 지붕이 파란색이나 주황색 등 선명한 유채색으로 채색돼 있어 다도해의 푸른 바다와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이곳을 지나면 울창한 난대림이 나타난다. 수백 년 된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난대림을 통과해 가파른 계단을 잠시 오르면 탁 트인 수평선이 보이는 '환희의 언덕'에 닿을 수 있다.

'환희의 언덕'에서 '별정원'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쑥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어두컴컴하고 울창한 동백나무 숲터널을 통과하자마자 갑자기 시야가 확보되면서 드넓은 바다가 나타나 '환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에서는 고흥의 앞바다뿐만 아니라 나로도 전체의 전경, 거문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쑥섬에 가기 위해서는 고흥군 봉래면에 위치한 나로도항(나로도 연안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해야 한다. 나로도항에서 쑥섬까지는 '쑥섬호'라는 전용 도선이 운항하며, 승선 시간은 약 5분 내외로 매우 짧다. 배편은 정기적으로 운항하지만 기상 상황이나 방문객 수요에 따라 증편되기도 한다. 또 섬 내 수용 인원을 고려해 예약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니 방문 전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마치는 것이 좋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나로도항 인근의 공영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고흥 공용버스터미널에서 나로도 방면 군내버스를 타고 나로도항까지 이동해야 한다.

고흥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릴 만큼 쑥섬 외에도 연계해서 볼만한 명소가 풍부하다. 쑥섬을 나오면 인근에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 위치해 있다. 대한민국 우주 강국의 기틀이 된 이곳에서는 로켓 발사 원리와 우주 과학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야외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의 실물 크기 모형이 서 있다. 1층과 2층 전시실에서는 로켓의 원리, 인공위성의 궤도, 우주 탐사의 역사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우주 과학교실이나 3D·4D 영상관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발사 통제 센터에서는 실제 발사 통제 상황을 재현해 놓은 전시물을 통해 긴박했던 나로호와 누리호 발사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된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1500원이다.
고흥에서 가장 경관이 빼어나기로 소문난 남열해돋이해수욕장도 빼놓을 수 없다. 모래가 매우 곱고 부드러워 맨발로 걷기 좋으며, 수심이 완만해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안전한 편이다.

이곳은 이름처럼 일출 명소일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서핑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남해안임에도 불구하고 파도가 적당히 높고 일정한 편이라 서퍼들에게 인기가 높으며, 해변 인근에 서핑 숍과 강습소가 있어 초보자도 쉽게 서핑을 배울 수 있다.

백사장 뒤편으로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여름철에도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캠핑이나 휴식을 즐길 수 있어 캠핑족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명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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