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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상승에 건설사 계약 증액, 2개월간 2.4조 규모
아주경제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2일 ‘PROJECT LIGHTNING’(UAE 고압직류 송전공사) 관련 계약금액을 기존 2조7693억원에서 2조8764억원으로 1071억원 증액했다고 정정공시했다. 해당 사업은 UAE 내 전력 변환소와 변전소 설치, 해저 고압직류 케이블 공급 등을 포함한 대형 프로젝트다. 앞서 세울원자력 3, 4호기 주설비공사비는 1조2100억원에서 1조2959억원으로 859억원 늘었다.
현대건설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건설은 4월 들어 대장~홍대 광역철도 민간투자시설사업 건설공사, 사우디 자프라 유틸리티 공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등에서 계약금액을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관련 공시를 종합하면 증액 규모는 4462억원 수준이다. 특히 대장~홍대 광역철도 공사는 지난해 6월 최초 공시 당시 8688억6400만원이던 계약금액이 최근 정정공시에서는 1조1097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도시정비사업과 철도, 해외 현장까지 공사 유형을 가리지 않고 증액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원가 상승 부담이 특정 사업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우건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장위10구역 재개발, GTX-A 노선 민간투자시설사업, 흑석11구역 재개발,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공사 등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했다. 증액 규모는 총 6812억원가량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흑석11구역 재개발 관련 증액분만 2522억원 수준이다.
이들 건설사 공사비 증액분은 총 1조3204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신공영과 동부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도 단일판매·공급계약 정정공시에 나섰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물론 토목과 플랜트 현장까지 공사비 재산정 압력이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50위 내 상장 건설사 12곳의 최근 2개월 공사비 증액 규모는 2조429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사업장에서 최초 도급금액 기준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원가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한 현장에서는 착공 지연이나 공사 중단, 시공사와 조합 간 재협상으로 번지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공사비 인상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원가를 형성하는 자재비, 노무비가 안정되지 않아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기타 금속제품과 자동조정·제어기기, 철강 1차 제품 등의 가격 상승이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와 에너지 가격 변동, 운송비 부담까지 겹치면서 화학 계열 자재를 포함한 주요 공정 비용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착공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원가 변동분이 누적되고, 내부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워진 사업장부터 계약금액 조정에 나서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문제는 공사비를 올린다고 해서 수익성이 곧바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발주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일부만 반영되는 경우도 많고,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추가 부담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를 일부 올려도 급등한 자재비와 인건비, 금융비용 증가분까지 모두 만회하기 쉽지 않다”며 “숫자상 계약금액은 늘었지만,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