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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인사, 문화예술 생태계에 폭력” 문화예술인 약 800명 규탄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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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 인사를 두고 문화예술계에서 “전문성과 공공성이 없는 인사로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며 규탄하는 연서명에 65개 단체, 794명의 개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정부 출범 초기 IT 기업인 출신으로 문화예술 분야 전문성이 부족한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부터 10개월간 문화예술 공공기관 인사 전반이 현장 문화예술인들에게 모욕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연대는 21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예술의 전문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일방적 인사조치 즉각 중단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의 명확한 기준 수립과 공개 △문화예술 현장과 소통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구축 △인사혁신처가 인사 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책임을 명확히 규명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문화분야 인사정책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전면 재검토 등 5가지를 요구했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최휘영씨를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할 때부터 이재명 정부의 인사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돼 왔고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데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며 “문화예술은 단순한 행정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방향을 만들어가는 공공의 영역이기에 인사는 곧 정책이며 그 기준과 절차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지만 지금의 인사는 ‘밀실인사’, ‘보은인사’, ‘셀럽인사’라는 무책임하고 일방적 관행 속에 현장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에서 대표적으로 문제 삼는 인물은 최 장관을 비롯해 공공 문화기관 운영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배우 출신 장동직 국립정동극장 이사장, 콘텐츠진흥원장 후보로 거론되다 무산돼 인사 기준의 혼란을 야기한 이원종 배우, 무대 사고 책임 논란에도 임명된 박혜진 국립오페라단장, 기관 운영 전문성과 비전 부족으로 보은인사라 비판받은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전문성과 정책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등이다.
“문화예술 현장이 초토화…불을 지른 게 서승만, 황교익”

현장의 분노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주장도 전해졌다.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은 “몇몇 비판적 단체 수준이 아니라 문화예술 현장이 초토화됐다”며 “제가 문화운동을 하면서 30년 만에 처음 봤는데 국책연구원 출신 OB멤버들이 성명서 내는 거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대부분의 인사가 인사 기준의 상식을 넘어섰는데 여기에 불을 지른 게 서승만, 황교익”이라며 “이 인사들이 전문성과 문화예술을 위해 K-pop 예산 300조를 위한 인사라면 이재명 대통령이 좋아하는 타운홀미팅이든 공개토론하자”고 말했다.

각 지자체장이 해당 지역문화재단에 보은인사, 밀실인사로 진행하는 행태도 함께 비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미 지난 20년간 전국의 지역문화재단 공공기관장 인선이 개판이 된지 오래됐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이런 잘못된 문화정책, 코드인사가 지방선거 이후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니 대통령이 직접 잘못된 인사 정책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 전문성에 기반한 인사정책으로 개혁되길 당부한다”고 했다.

“현 정부 화이트리스트가 있는 것 같다…리스트 없는 곳에서 예술 하고 싶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숲해설가인 이서영씨는 “저는 한달째 예술활동 증명위원회 검토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개인 예술가가 예술인으로 인정받기까지 이토록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면서 지금 공공문화예술 기관장들은 매우 쉬운 기준으로 임명되고 있다”며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와 무관하게 임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에 블랙리스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화이트리스트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며 “저는 리스트가 없는 곳에서 예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심리학을 연구하는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는 문화예술계 인사는 문화예술 생태계에 가해지는 폭력과 같은데 전문성이 없는 인사는 현장에 대한 기만”이라며 “그래서 지금 현장 예술인들이 분노하고 모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예술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인지도가 있다고 해서 운영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스포츠도 감독의 인지도 만으로 팀이 승리하지 않듯 문화예술 기관장은 그 분야의 고유한 철학과 전문성, 현장예술인과 호흡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열심히 해봐야 결국 정권과 가까운 사람이 다 차지한다는 냉소가 퍼질 때 문화예술의 창의력은 죽어버린다”며 “이재명 정부는 지금 대한민국 문화의 기초체력인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급하게 내 사람을 심고 결과를 내려는 욕심이 지금의 참사를 불러왔다”며 “문화예술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공공재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편적 가치다. 정치적 이해관계라는 짧은 시각으로 긴 호흡을 가진 문화예술을 재단하지 말라”고 했다.

문화예술계에선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각계 입장과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 19일부터는 학계 및 연구자, 현장예술인이 각각 링크를 공유하면서 연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연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인사정책 현안에 대해 문진영 청와대 사회수석과 공식 면담을 요청하고 관련 답을 오는 24일 오후 5시까지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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