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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표 전 거액 거래, 내부자 거래 의혹 제기
아주경제
20일(현지시간) BBC가 자체 분석을 토대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재임 기간 동안 금융시장에서 주요 발언 직전 특정 자산 가격 변동에 베팅하는 거래가 급증하는 패턴이 확인됐으며, 공개 전 수시간 또는 수분 사이에 거래가 집중되는 사례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기반으로 거래하는 불법 내부자 거래의 전형적인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발언 시점을 예측하려는 시장 참여자들의 대응이 정교해진 결과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3월 9일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CBS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기 47분 전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거래가 선물시장에 유입됐다. 인터뷰 내용이 공개되자 유가는 약 25% 급락했고, 사전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달 23일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적대적 행위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매우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졌다"며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전에 이미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대규모 거래가 포착됐다. 실제로 발표 직후 유가는 약 11% 떨어졌고, 해당 거래를 한 투자자들 또한 거액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에너지 시장 분석가는 당시 거래를 두고 "분명 비정상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거래 패턴은 이후에도 유사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 17일 일부 투자자가 1분 동안 약 7억6000만달러(약 1조1192억원) 규모의 브렌트유 선물 매도 거래를 했다. 약 20분 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항해 허용 방침이 발표되자 유가는 장중 최대 12% 급락했고, 해당 투자자 역시 엄청난 수익을 올렸음은 분명하다.
아울러 지난 7일에는 미·이란 간 2주 휴전 발표 직전 약 9억5000만달러,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 연기 발표 15분 전에는 약 5억달러 규모의 원유 선물 매도 거래가 각각 포착됐다. 해당 발표 이후 유가는 최대 14%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해 4월 9일 ‘상호관세 유예’ 발표 당시에도 유사한 패턴이 관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상호관세 부과 중단을 발표하기 18분 전부터 미국증시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거래가 분당 1만건 이상 급증했다. 이들은 단 하루 만에 약 2000만 달러(약 27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정황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발표가 행정부 내부 인사나 측근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SEC는 관련 조사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백악관도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정치 예측시장인 폴리마켓에서는 군사 기밀에 가까운 정보가 사전에 반영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포착됐다. ‘Burdensome-Mix’라는 계정은 지난 1월 2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1월 내 축출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3만2500달러를 베팅했다. 다음 날 미 특수부대가 마두로를 체포하면서 해당 계정은 43만6000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다만 내부자 거래 의혹을 실제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 규제 전문가들은 정보의 출처를 특정하지 못할 경우 수사기관이 기소에 나서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금융 규제 전문가인 폴 우댕 ESSEC 경영대학원 교수는 "대규모 거래는 누군가 트럼프의 발표를 미리 알았음을 시사할 수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