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읽음
이창용 이임, 구조개혁 강조와 소통 체계화 성과 남겨
아주경제
1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미스터 오지랖'으로 불릴 만큼 우리 경제 전반에 목소리를 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마지막 순간까지 '구조개혁'을 화두로 던졌다. 이 총재는 20일 오전 이임식에서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통화·재정정책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과거의 성공 경험으로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시장을 예로 들며 "과거처럼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 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 없는 단기 처방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 주거,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은의 '싱크탱크' 역할을 당부했다.

이처럼 임기 마지막까지 변화를 촉구한 그의 목소리는 지난 4년간 보여준 파격적인 행보와 궤를 같이한다. 2022년 4월 취임한 이 총재의 4년은 유례없는 결단의 연속이었다. 취임 초기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사상 최초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과 '연속 빅스텝'을 단행하며 강력한 인플레 파이터의 면모를 보였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탄핵에 이르기까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하강과 금융 시장 혼란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혁신을 시도했다. 한은 최초로 3개월 뒤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도했고 지난 2월에는 한국형 점도표를 선보이며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반기로 공개되던 경제전망을 분기로 확대 공표한 것 역시 그의 임기 중 이뤄진 주요 변화다.

이 총재는 단순히 금리를 결정하는 역할을 넘어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환율이 외국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과 국민연금 등 국내 거주자의 영향을 받는 구조로 변화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는 대외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총재의 가장 큰 업적은 단연 '시장과 소통 체계화'다. 직설적인 화법과 데이터에 기반한 설명은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 채권 전문가는 "이 총재 취임 후 나타난 한은의 변화는 유의미하다"며 "한은이 시장에서 비판 받을 때도 있지만 포워드 가이던스나 점도표 등 새로운 소통 방식 자체는 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설적인 소통 방식은 '양날의 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 중 일부는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벌어진 '실기 논란'과 함께 이 과정에서 시장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을 주요 실책으로 꼽았다. 또 다른 채권 전문가는 "이 총재가 해외에서 내놓은 발언들이 연말 연초 국내 시장 변동성을 불필요하게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