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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 이관, 고객·설계사 당연 권리 아닌 협의 사항
아주경제
보험계약의 이관은 고객이나 설계사 일방의 권리로 보기 어렵다. 이는 보험사와의 협의 사항에 해당하며, 요청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구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의 이관과 관련해 상법이나 보험업법 등에서 직접적으로 정해놓은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 당사자 간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보험회사와 보험대리점, 설계사, 가입자 간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험계약은 쌍무계약의 성격을 갖는다. 가입자는 보험료를 납입하고, 보험회사는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가입자는 계약 유지나 해지, 보험금 청구 등 다양한 권리를 갖지만, 해당 계약의 유일한 주체로서 모든 사항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보험회사 역시 계약의 당사자로서 계약 관리와 관련된 권한과 책임을 함께 가진다.
계약자는 보험을 유지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피보험자는 보험사고 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수익자는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이 보험회사의 내부적인 운영 영역까지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담당자 지정이나 계약 관리 방식과 같은 부분은 계약 당사자 간 협의로 결정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며, 이관 여부 역시 그 범주에 포함된다.
물론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계약자의 요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험업법상 모집질서 준수 의무와 소비자 보호 원칙을 고려할 때, 담당자 변경 요청이 승환계약 유도 등 모집질서를 해치는 목적이 아니라면 보험회사가 이를 원칙적으로 거부하기 어렵다는 금융당국의 해석도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최종적인 승인 권한은 보험회사에 있으며, 개별 계약의 특성과 내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보험계약 이관은 절대적인 권리라기보다는 계약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으로 보는 것이 현실에 가깝다. 요청 자체는 가능하지만, 반드시 관철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에서 이관을 가장 많이 요청하는 보험 설계사는 보험계약의 당사자라기보다는 계약 체결을 중개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에 가깝다. 가입자가 작성하고 보험사에 제출하는 청약서류에서도 정보 제공의 주체와 이를 제공받는 주체는 보험회사로 명확히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설계사는 위촉계약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해당 계약에 대한 관리 권한을 가지며, 이직이나 퇴사로 위촉관계가 종료될 경우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 역시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내 고객의 계약’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이관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위촉계약이 말소된 경우 기존 소속 보험사가 해당 계약을 반드시 넘겨줘야 할 의무는 없다. 이 역시 계약 당사자가 아닌 설계사의 지위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한계로 볼 수 있다.
또한 건전한 보험모집 질서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도 계약 이관을 무조건 허용하기 어려운 이유가 존재한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기존 계약 해지 후 신규 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승환계약이나 차익거래환수 제도와 같은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보험회사가 이관 요청을 제한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보험에서 일방의 정당한 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청약철회나 계약 해지와 같이 계약자가 일정한 요건 하에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만약 보험계약의 이관이 고객이나 설계사의 당연한 권리라면, 보험기간 중 언제라도 자유롭게 이관이 가능해야 하고, 관련 내용이 약관에도 명시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약관 어디에도 이관을 보장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무에서는 이관 문제로 인해 고성이 오가거나 금융당국 민원, 나아가 법적 분쟁까지 언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계약은 보험회사와 체결된 것이며 특정 설계사나 지점과 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한다면 이관 역시 특정 개인의 권한만으로 결정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
보험계약은 상법을 기반으로 한 사적 계약이며, 기본적인 원칙과 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계약자와 설계사, 보험회사 모두 각자의 역할과 권한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