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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도덕적 해이 논란, 노무현 정신 실천과 쇄신 필요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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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 퍼진 '도덕적 해이' 곰팡이

'이기면 장땡'보단 부끄러움 아는 일꾼 필요

노무현이 강조한 '도덕적 신뢰가 밑천'

겉핥기식 '盧 정신' 추종은 이제 멈춰야
"도덕적 신뢰 하나만이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밑천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10월 최측근의 SK 비자금 수수 의혹에 고개를 숙이며 내뱉은 말이다. '도덕적 자부심'은 그가 평생 놓지 않으려 했던 신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그 밑천이 바닥을 드러낸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금고 문이 열려 있는 것 같다.

6·3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약 4000명의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답게, 지역구 총선보다 훨씬 다채로운 해프닝이 쏟아지고 있다. 도덕성 문제야 여야가 돌려가며 나눠 갖는 오랜 고질병이지만, 요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사안은 유독 민주당 쪽에서 터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선거이니 당내 경선만 이기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일까. 그렇다 해도 '이기면 장땡'이라는 논리가 이 정도로 노골적이어도 되는 건지, 보는 내내 아연해진다.

"저 음주 전과 한 번 있다. 이 대통령도 전과가 있다. 이 대통령 안 찍었느냐" 천영미 민주당 안산시장 예비후보가 유권자들의 공분을 산 발언이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 필자는 한참을 되새겼다. 정치부 기자로서 온갖 정치인의 언어를 목격했지만, 이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상을 찾아보니 당혹감의 연속이었다.

경쟁자가 정견발표회에서 전과자가 안산시장이 안 된다고 지적하자, 그 반박으로 나온 말이었다. 이 대통령의 이름을 방패 삼아 자신의 전과를 정당화한 셈이다. 더 가관인 건, 그 자리에서 "괜찮아"라며 두둔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전과 자랑에 기립박수까지는 아니었지만, 분위기가 그리 다르지도 않았다.

천 후보는 결국 "감정을 충분히 절제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렇다면 경선 결과는 어땠을까. "전과자가 시장이 되는 안산, 당원들은 응답할 수 있겠나"며 직격탄을 날렸던 김철진 전 후보는 탈락했고, 정작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두 후보는 나란히 결선에 올랐다. 이쯤 되면 경선이 도덕성 검증의 장인지, 면죄부 발급의 장인지 헷갈린다.

안산만의 해프닝이라고 넘기기도 어렵다. 일부 광역단체장 경선 과정에서는 당 도당 청년들에게 대리기사비 명목으로 돈봉투를 건넨 사례까지 나왔다. 폐쇄회로(CC)TV에 돈 건네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힌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급 후 찝찝해서 다음 날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공직자가 아니었다면 직원들 대리비 챙겨주는 인심 좋은 사장님 이야기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공직자는 다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인과 같은 잣대로 볼 수 없다.

더 씁쓸한 건 이후의 행보다. 당 지도부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김 지사는 "당에 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기각하자 그제야 결과를 수용했지만, 제명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법정까지 끌고 간 그 몸부림이 내내 뇌리에 남는다. 실수를 인정하는 척하면서도 결과만큼은 피해 보려는 태도가 진정한 성찰일까.

"더 낮게 성찰하고 주어진 길을 흔들림 없이 걷겠다"(김 지사)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낮은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보겠다"(천 예비후보) 도덕성 논란의 마무리는 언제나 한결같다. '성찰'이라는 단어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낮아지겠다는 다짐이 뒤따른다. 그러나 성찰이 필요 없도록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이 먼저 아닐까.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직자에게는 실수 이후에 '책임'이라는 무거운 선택지가 따라온다. 민주당이 고질적으로 이 문제를 반복하는 걸 보면, 그동안 책임을 지기보다는 국민의 망각에 기대온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이 모든 게 일부의 일탈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 정치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1월 수도권 지역위원장이 구의회 의원을 상대로 유세 과정에서 강압적으로 옷을 잡아당기며 수치심을 유발했다는 투서가 중앙당에 제출됐다. 당 윤리심판원은 당원 명부 유출 건만 인정해 당원 자격정지 1년을 의결했다. 밖으로 드러난 것만 이 정도이니, 드러나지 않은 것은 얼마나 더 많을까. 폐쇄적인 정치 문화 속에서 공직자의 도덕성이 결국 '개인 양심'에 맡겨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비극이다.

'도덕적 신뢰'가 진보 진영의 밑천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옛말이 됐을까. 당의 덩치가 커지면서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있고, '상대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문화가 내부 윤리 감각을 마비시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문제를 인정하고 정권을 내주니 손해는 우리만 본다는 식에 인식 때문"이라면서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진영 전체까지 뿌리내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도덕적 자부심을 지키려 했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노무현 정신' 안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그 정신을 구호가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때다. 도덕적 해이라는 곰팡이가 진영 전체로 번지기 전에, 제대로 된 청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단순히 걸레질 한 번으로 해결될 수준인지는 필자는 솔직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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