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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궁2 중동 요격 성공, 사우디 등 조기 납품 요청 상황
위키트리
이번 전쟁에서 UAE에 배치된 천궁-Ⅱ는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534발 중 494발을 요격했다. UAE 방공망은 미국제 패트리어트, 이스라엘제 애로, 한국제 천궁-Ⅱ로 구성돼 있는데, 이 교전에서 천궁-Ⅱ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이란이 즐겨 쓰는 샤헤드-136 같은 소형 자폭 드론까지 잡아낼 수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하나의 무기체계로 두 가지 위협을 동시에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 걸프 국가들이 천궁-Ⅱ를 선호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천궁-Ⅱ를 포함한 한국산 무기에 대해 "중동의 전시장이 됐다"고 평했다. K방산이 전차·자주포 같은 지상 무기 수출을 넘어 정밀 유도무기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UAE는 2022년 1월 천궁-Ⅱ 10개 포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빠른 납품을 원한 UAE는 계약 3개월 만에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돼 있던 1개 포대를 먼저 넘겨받았고, 올해 1개 포대가 추가 인도되면서 현재 총 2개 포대가 전력 배치돼 있다. 나머지 8개 포대는 순차 납품 일정에 맞춰 인도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교전에서 대량의 요격미사일을 소모하자 UAE는 남은 물량의 조기 납품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아직 천궁-Ⅱ를 전력 배치하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도 다급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수천 발 규모의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으로, 요격 과정에서 기존 미사일 재고가 급감했다. 미국에 추가 공급을 요청해도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대응 가능한 공급처다.

문제는 천궁-Ⅱ가 찍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발사체 하나를 생산할 때마다 엄격한 품질 검사가 수반되고, 생산라인 증설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연간 4개 포대이던 생산 규모를 이라크 계약 이후 연간 8개 포대로 늘렸지만, 이 이상의 추가 증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UAE 10개 포대, 사우디 10여 개 포대, 이라크 8개 포대 등 이미 확정된 계약 물량만으로 생산라인은 2030년대 초반까지 풀가동이 불가피하다. 실전 검증 이후 신규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뒤늦게 계약에 나서는 국가는 2033~2034년은 돼야 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없어 우리 공군에 전력 배치됐거나 배치될 물량을 검토 중"이라며 "조기 납품이 결정되더라도 운송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궁-Ⅱ의 가격은 미국 패트리어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성능 면에서는 패트리어트가 앞서는 부분이 있지만, 중동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무기로서는 천궁-Ⅱ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무기체계는 북극 수준의 혹한과 열대 수준의 혹서를 모두 견디도록 설계됐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사계절 전천후 운용을 요구받아 온 덕에 열사의 땅 중동에서도 성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납기 속도도 경쟁력이다. 한국 방산기업들은 전시를 상정해 평시에도 유효 설비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 가동률이 낮아도 설비를 줄이지 않고 120~140% 가동이 가능한 여력을 확보해 온 덕에, 갑작스러운 대규모 수주에도 타국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방산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신규 생산으로 조기 납품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지만 협상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카드는 현재 한국 공군에 배치됐거나 배치 예정인 천궁-Ⅱ 물량을 수출로 돌리는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 국내 방공 공백이 생기는 만큼 정부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 원유 변수까지 얽혔다. 한국은 중동 원유 수급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고, 사우디는 원유 공급과 천궁-Ⅱ 조기 납품을 패키지로 연계하는 방식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산과 외교와 에너지가 한꺼번에 걸린 협상이 지금 한국과 중동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