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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무싸 구교환 고윤정, 존재 가치 증명하며 첫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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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 인생이 왜 니 맘에 들어야 하는데요?”라는 황동만(구교환)의 일갈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조용히 있어”라는 변은아(고윤정)의 이해는 내면의 목마름을 폭포수처럼 해갈했다.
여기에 차영훈 감독은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하는 인간들의 밑바닥 감정을 집요하게 포착, 그 기저에 깔린 현대인의 근원적 불안을 위트로 비튼 기발한 미장센으로 담아내며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잘나가는 감독인데도 황동만의 독설에 매번 긁혀 미쳐 죽겠는 박경세(오정세)가 국민 스트레스 유발자를 알아서 제거하는 정부 요원을 소환해 황동만을 처단하는 상상을 펼친 오프닝 장면이 그 대표적 일례였다.
이날 방송은 20년째 감독 문턱에서 좌절한 황동만의 일상을 조명했다. 그럼에도 그는 24시간이 바빴다. 형편없는 영화 보면 여기저기 사이트 찾아다니며 신랄하게 씹어주고, 진짜 좋은 영화 보면 눈물 콧물 흘려가며 샘이 나 미쳐버리느라 하루도 모자랐다. 그 사이사이 유명 영화인 모임 ‘8인회’에도 빠지지 않고 나가, 잘 나가는 선후배에게 ‘초 치기’를 시전했다. 수강생이 갈수록 줄어 학원 강사 자리는 언제 잘릴지 모르고, 사채 독촉 전화에 시달리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죽지 않는 입에선 주변을 괴롭히는 장광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8인회 내에서도 황동만은 철저히 이방인이었다. 가는 곳마다 제어장치도 없이 날뛰는 탓에 황동만은 그저 에너지 소모가 큰 피곤한 존재일 뿐이었다. 특히 새 영화 개봉을 앞둔 박경세에게 황동만은 눈엣가시였다. 정작 본인은 영화 한 편 만들어본 적 없으면서 남의 영화는 물론 자기 영화까지 신랄하게 깎아내리는 황동만의 독설에 질린 박경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반면, 세상이 그의 목소리를 소음으로 치부할 때, 황동만의 결핍과 잠재력을 알아본 변은아의 등장은 황동만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다. “시나리오 궁금해요”라는 변은아의 한 마디에 붉은 경고등뿐이던 감정 워치에 첫 번째 ‘초록불’이 켜진 것.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서사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증폭시킨 대목이었다.

황동만의 감정 워치에는 ‘허기’라는 적신호가 점멸했지만, 그의 얼굴엔 어쩐지 부처 같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더니, 잘나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을 때 차라리 처절하게 망가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겠다는 듯 최동현과 세상을 향해 “내 인생이 왜 니 마음에 들어야 하는데요?”라며 날아올랐다.
한편 ‘모자무싸’ 2회는 오늘(19일)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사진=‘모자무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