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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는 집이 세금도 잘 낸다…국세청이 인증한 '진짜 맛집' 지도 화제
위키트리
그런 가운데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주목받고 있는 기준이 하나 있다. 국세청이 매년 '납세자의 날'(3월 3일)에 선정하는 '모범납세자 맛집' 명단이다. 세금 전문 매체 택스워치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선정된 서울 맛집 29곳과 전국 맛집 51곳을 인포그래픽 지도로 정리해 공개하자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2025~2026년 선정 명단도 전국 34곳이 추가로 공개되며 화제가 이어지고 있다.

하나는 꾸준한 매출이다. 식당이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많이 벌었다는 뜻이고,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은 손님이 꾸준히 찾는다는 증거다. 반짝 인기로 문을 열었다 닫는 가게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성실한 납세다. 매출을 숨기거나 세금을 체납하지 않았다는 공식 인증이기도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사가 잘 되는 집이고, 탈세도 없다"는 두 가지 사실을 국가 기관이 확인해준 셈이다.
실제로 2025~2026년 전국 모범납세자 선정 맛집 명단을 살펴보면 이름난 가게들이 적지 않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만석닭강정 엑스포점', 3대째 나주를 대표하는 '삼대나주곰탕원조집노안집', 강원도 춘천에서 2대째 설렁탕을 이어오는 '감미옥', 평택에서 80년 전통을 이어온 '고복수냉면' 등이 포함돼 있다. 오랜 역사와 지역 대표성을 갖춘 노포들이 눈에 띈다.
부산에서는 1998년 개업해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청송양곱창', 신선한 자연산 회를 제공하는 '동백섬횟집' 등이 이름을 올렸다. 수도권에서는 대한민국 명장이 운영하는 평택의 '빵과당신', 두부과자를 주력으로 한국 전통 간식을 해외에 알리는 수원의 '두씨밀레' 등 개성 있는 가게들도 포함됐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식당 주인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국세청 표창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국세청장 표창을 받은 경우 선정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지방국세청장·세무서장 표창은 2년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는다. 단, 구체적인 탈루 행위가 확인될 경우 유예 혜택은 즉시 배제된다.
이 외에도 선정일부터 1년간 업무상 목적의 철도 이용 시 주중 10~30% 운임 할인 혜택이 주어지고, 협약된 금융기관에서 대출금리 경감, 신용보증기금·서울보증 등의 보증 한도 우대 및 보증보험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별도의 조례에 따라 공영주차장 1년 무료 이용, 협약 병원 의료비 10~30% 할인 등 추가 혜택도 제공된다.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맛집이나 광고 기반의 포털 상위 노출 식당에 대한 피로감도 작용하고 있다. 실제와 다른 리뷰, 협찬 공개 없는 광고성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쌓이면서 "광고가 아닌 데이터로 검증된 곳"을 찾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모범납세자 맛집은 돈을 내고 인증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국가 기관이 세금 자료를 바탕으로 사후 선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저렴한 식당 정보를 지도로 모은 '거지맵'이 대학가와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지는 현상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믿을 수 있고, 오래 운영된, 검증된 집'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다.
국내에서 식당을 공식적으로 평가하거나 인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미쉐린 가이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5 빕 구르망 리스트에는 서울 58곳, 부산 19곳 등 총 77곳이 올랐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대상으로 하는 미쉐린의 특별 카테고리다.
국내 맛집 정보 플랫폼 '식신'은 월 350만 사용자의 빅데이터와 AI 분석을 기반으로 '2026 식신 별 인증 맛집' 599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2016년부터 10년째 이어온 인증 사업으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일부 차량 내비게이션 지도에서도 연동돼 제공된다.
행정안전부는 '착한가격업소' 제도를 운영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업소를 지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도 별도의 우수 음식점 인증 제도를 운영한다.
이처럼 다양한 인증 기준이 존재하지만, 모범납세자 맛집이 갖는 독특한 점은 '맛'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과 신뢰성'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는 데 있다. 음식이 맛있어서 손님이 꾸준히 오고, 그래서 매출이 있고, 그 매출에 맞는 세금을 성실하게 냈다는 일련의 흐름이 검증되는 구조다.
2025~2026년 선정 명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국 각지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속초가 두드러진다. '만석닭강정 엑스포점'은 속초 중앙시장에서 시작한 지역 대표 닭강정 브랜드로 전통 조리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봉포머구리집'은 계절별 회와 해산물을 친환경 야채·과일과 곁들인 물회 전문점으로, '청초수물회'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속초의 대표 물회 전문점으로 소개된다. 춘천의 '감미옥'은 2대째 설렁탕을 잇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80년 전통의 평택 '고복수냉면'이 독특한 육수와 면발을 자체 개발한 냉면집으로 이름을 올렸다. 수원의 '포크포크 수원역점'은 13년간 골목상권에서 자리를 지킨 식당으로, '두씨밀레'는 두부과자를 주력 상품으로 한국 전통 간식을 해외에 알리는 이색 가게다. 남양주의 '기와집순두부'는 지역 주민들과 오랜 시간 함께 성장해온 전통 순두부 전문점이다.
전라남도에서는 3대째 나주를 대표하는 '삼대나주곰탕원조집노안집', 막걸리 식초장과 지역 식재료를 활용해 3대째 운영 중인 목포의 민어 전문점 '영란횟집', 여수의 '미가칼국수'(착한가격업소 선정) 등이 포함됐다.
부산에서는 기장의 '기장끝집'이 전복죽과 미역국 밀키트를 최초 개발한 곳으로 소개됐고, '동백섬횟집'은 신선한 자연산 회를 제공하는 부산의 대표 해산물 식당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종에서는 숯불돼지갈비를 특화 메뉴로 30년간 지역민에게 사랑받아온 '산장가든'이 포함됐다. 인천에서는 한결같은 맛과 정성으로 직원 복지와 성실한 세금 납부를 실천해온 '유천정육식당'이 선정됐다.
모범납세자 맛집 명단 자체는 국세청 홈페이지나 각 세무서에서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택스워치 등 세금 전문 매체가 매년 납세자의 날 전후로 공개 자료를 취합해 정리한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2025년에는 전국 34개 음식점이, 2026년에는 추가 선정 명단이 함께 발표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 목록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모범납세자 선정은 맛이나 위생을 직접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 세금을 잘 낸다는 것이 맛집의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선정 이후 운영 방식이 바뀌거나 폐업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매년 갱신되는 명단이므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목록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광고나 협찬 없이 오랜 기간 꾸준히 운영된 가게를 찾을 때 하나의 실질적인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지역에서 낯선 식당을 선택해야 할 때, '이 가게가 적어도 몇 년은 꾸준히 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공식 자료이기도 하다.
외식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인플루언서 추천과 광고성 리뷰의 홍수 속에서 '진짜 오래된 단골집'을 찾는 기준으로 국세청의 모범납세자 맛집 목록이 다시 주목받는 것은,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국세청 모범납세자 제도 공식 자료, 택스워치 공개 맛집 명단(2025~2026년), KOSIS 외식물가 통계 등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