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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규제리스크에 K배터리 ‘긴장’…원가·ESS ‘이중 압박’
IT조선
배터리 업계는 특히 핵심광물 가격하한제 도입이 원가 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동안 리튬·니켈·코발트·흑연 등 주요 광물 가격이 하락할 때 원가를 낮춰 수익성을 방어해왔지만 가격 하한선이 설정되면 이러한 조정 여지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가 경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기업들은 가격하한제 시행 시 부담을 완화할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협정 참여국 간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관세 철폐와 함께, 원가 상승분을 상쇄할 세액공제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특정 국가산 광물 수입이 제한될 경우를 대비해 대체 공급망 확보를 위한 충분한 유예 기간도 요청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원가 문제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기조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라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같은 시기 무역법 301조 조사까지 병행되면서 제조업 전반의 통상 불확실성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내 일부 기계·로봇 기업들 역시 관세 강화가 투자 비용 증가와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공급망 재편’이라는 명분과 달리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키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산 저가 광물을 견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동시에 글로벌 가격을 끌어올려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 전반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점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되며 배터리 수요 증가 속도도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ESS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아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이 전략 역시 변수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ESS 사업은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한 분야다. 전력망·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서 비용 효율성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광물 가격이 정책적으로 하방이 제한되면, ESS 사업의 수익성 역시 동시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ESS로 돌파구를 찾으려던 국내 배터리 업계의 전략이 미국의 통상 정책 변수에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은 수요 기업 부담을 크게 키울 수 있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산업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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