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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뼈의 기록, 장의사 로봇 로비스가 찾는 인간미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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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는 길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연극 '뼈의 기록'의 주인공은 장의사 로봇 '로비스'다. 로비스의 서비스에는 흠이 없다. 시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는 침착함으로 무장한 장인 정신마저 느껴진다. 손짓과 몸짓은 섬세하고,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다. 작은 요동조차도. 로비스는 규격화된 절차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한다. 실수도, 망설임도, 불만도 없다. 정해진 틀 안에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점에서, 그의 서비스는 어찌보면 가장 이상적이다. 

달라지는 것은 그의 앞에 놓인 시신이다. 80대 남성, 20대 여성, 9세 아이. 각기 다른 삶은 각기 다른 뼈의 기록으로 남는다. 로비스는 이를 담담하게 읽어 내려간다. 뒤틀린 발목, 두부 외상과 같은 뼈의 기록은 유족의 기억과 맞물리며 슬픔이 된다. 그러나 로봇인 로비스에게 죽음은 해석 불가능한 영역이다. 유일한 친구였던 장례식장 청소부 모미의 죽음 전까지는. 

이 작품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의 이야기란 평을 받는다.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속 로봇들처럼 말이다. 왜 사람들은 이들 로봇에게 인간미를 느낄까. 챗GPT에 물었다. '인간미'란 뭘까.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이해되고, 그래서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란다. 그리고 이내 되묻는다. "혹시 이 질문을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로비스의 친구 모미는 불완전한 존재다. 그는 말을 하지 못해 수어로 소통한다. 규칙성과도 거리가 멀다. 하염없이 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안에 규칙성을 알 수 없는 무늬가 있기 때문이다. 로비스의 눈에는 모두 같은 벽과 나비가, 모미의 눈에는 서로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각각은 저마다의 무늬를 지니고 있다.

공감으로 무장한 언어 패턴으로 그럴싸한 인간미를 풍기는 기계와 달리, 질투에 휩싸이고 죄책감에 잠못 이루는, 때로는 자기자신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모순으로 가득찬 게 인간이다. 

그렇기에 차가운 영안실의 똑같은 자리에 항상 서 있던 로비스가 갑자기 정문 밖으로 달려나갈 때 우리는 인간미를 느낀다. 뼈의 기록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모미가 뜨거운 것을 싫어했다는 걸 기억하고, 모미의 미소를 그리워할 때 로비스는 엄격한 절차와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바깥으로 내달린다. 

정성. 로비스는 진심으로 소통한 기억과 켜켜이 쌓인 함께한 시간에서 정성이 비롯된다는 점을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에서 보여준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에서 5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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