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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구성원, 유진그룹 퇴진 및 사영화 저지 투쟁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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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옥이 서울 남대문에 있던 시절, 기자회견과 집회 현장에서 만났던 YTN 구성원들은 울고 웃고 분노하며 매일매일 저마다의 가슴에 ‘해직 언론인 6명’을 새기고 있었다.

2008년 10월6일, 이명박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해직된 6명의 복직 투쟁은 험난했다. 2009년 11월 1심 법원은 6명 전원에게 복직판결을 내렸지만 2011년 4월 2심 법원은 ‘징계 이후 활동’을 이유로 노종면·현덕수·조승호 3명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훗날 최악의 언론자유지수를 기록한 박근혜 정부가 등장했다. 지칠 법했다. 하지만 YTN 구성원들은 흩어질 듯 흩어지지 않았다. 계속 싸웠다. 이윽고 노종면·현덕수·조승호 기자가 2017년 8월28일, 해직 3249일 만에 출근했다. 포기 없이 ‘공정방송 투쟁’을 이어간 동료들이 있어 가능했던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YTN은 해직 언론인 전원이 복직한 언론사다. 구성원들에게 그 자부심은 적지 않다. 어떤 압력과 회유에도, 저널리즘 원칙과 대의를 지키면 언젠가 승리한다는 ‘DNA’가 있는 것만 같다. 돌이켜보면 YTN 구성원들에게는 스스로 YTN을 지켜온 역사가 있다. 1995년 개국 당시 이름도 생소한 케이블 보도전문채널을 무시하던 출입처를 뚫어냈고, IMF 위기 때는 월급도 포기하며 회사를 지켰다. 그렇게 신뢰도 1위 언론사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2023년엔 국내 언론사 유튜브 채널 가운데 최초로 400만 구독을 돌파하기도 했다.
“YTN이 방송을 시작하기 전인 1994년 9월 9일 첫 출근을 했다. 1995년 3월 1일 정오 보신각 타종 소리와 함께 첫 방송을 시작한 그 순간의 환희를 기억한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마지막까지 취재 현장을 지키며 한국 최초의 24시간 뉴스를 성공적으로 일궈낸 것은 바로 우리의 피땀이었다.” 1994년 입사한 YTN 2기 사원 13명이 지난 3일 낸 성명의 한 대목이다. 선배들로부터 이어진 환희와 피땀의 역사는 사실 공기업 중심의 ‘공적 소유 구조’라는 토대가 있어 가능했다.

그런 그들에게 유진그룹의 등장은 굴욕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사가 흔들리고, 경영진이 장기적인 전략을 세울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더해져 민영화에 찬성하는 구성원들도 있었지만 유진그룹처럼 ‘천박한 자본’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점령군처럼 들어온 대주주는 2008년 해직 사태를 주도했던 김백씨를 사장으로 선임했고 YTN은 김건희 검증 보도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이는 ‘방송장악 외주화’라는 언론탄압의 신유형으로, 김건희와 더불어 ‘MB정부 언론장악 기술자’ 이동관의 합작품으로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유진 강점기’에 맞선 구성원들의 투쟁은 유진그룹이 대주주에서 물러나야 끝난다. 2008년 해직자복직 투쟁처럼, 5년이든 10년이든 이들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승리의 역사가 이들을 받쳐주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1심 법원은 유진그룹을 YTN 대주주로 변경해 준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21년 말 대선 무렵 “YTN에 복수하겠다”고 예고했던 김건희 목소리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YTN 이사회가 달라졌다. 양상우 전 한겨레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소위 진보 성향 인사들로 이사회를 재편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려는 유진그룹의 속물적 대응에 구성원들은 ‘김백이나 양상우나 본질은 유진’이라며 되레 전투력을 높인 모습이다.

2기 사원들은 앞선 성명에서 “YTN에 복수하겠다던 김건희의 협박 이후 이름도 낯설던 유진그룹이 하루아침에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내란 동조’ 기사를 가장 많이 보도한 언론사가 YTN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 우리는 세상에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고 전한 뒤 “소위 진보 인사들이 주축이 된 이사회가 점령군처럼 입성했다. 부당한 사영화를 전제로 한 어떤 리더십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후배들의 절규가 매일 울려 퍼진다. 과거보다 더욱 힘찬,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2023년 입사한 23기 사원 10명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훗날 들어올 후배들에게만큼은 진짜 리더가 존재하는,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의 모습에서 “사수! 공정방송” “복직! 해직기자”를 외치며 기어코 승리했던 3249일의 투쟁이 떠오른다. 그들은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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