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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최강야구 합류 후회, 현장 복귀 의사에 KT 팬 반대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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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김수인 칼럼니스트] 1998년 6월 어느 날, 스포츠조선 신동호사장은 김수인 야구부장을 사무실로 불렀다. “재미난 야구 기사 덕분에 신문이 잘 팔려, 다른 경쟁지를 제치고 우리가 판매부수 1위로 올라섰어. 다 김부장 덕분이지. 일본으로 위로휴가나 다녀와~”

이렇게 해서 일본 프로야구 출장을 갔다. 당시 주니치 드래곤즈에는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선동열과 이종범이 뛰고 있어 당연히 나고야행을 택했다. 공항에 내리자 마자 주니치 홈구장을 찾았다. 상대팀은 기억이 안나지만 6회말인가, 이종범이 2루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 타자가 중견수 깊숙한 플라이를 날렸는데, 깊숙한 플라이라도 3루까지 안전하게 진루하는게 주루 패턴. 그런데 이종범은 플라이 상태를 힐끗 보더니 2루에서 3루를 거쳐 냅다 홈까지 질주하는게 아닌가. 스피드가 워낙 빨라 당황한 중견수와 유격수의 중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다. 이종범은 이를 틈타 헤드 퍼스트로 홈을 파고 들어 짜릿한 득점을 올렸다. 나는 물론,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이종범의 ‘번개 주루’에 박수를 보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주루였나 하면, 다음날 일본 스포츠 신문들은 일본 프로야구 62년 역사에 처음 있는 대담한 도루라며 일제히 1면 톱기사로 다뤘다.
이종범/마이데일리
이종범의 ‘야구 천재성’은 천하가 다 안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한시즌 최다 도루(팀당 126경기 시절인 1994년, 84개), 역대 시즌 타율 2위 0.393(1위는 1982년 백인천의 0.412), 국내선수 최다 2위인 196안타(1위는 2014년 넥센 서건창의 201개), 거기에다 눈부신 유격수 수비는 ‘종범神(신)’이라고 추앙받을 정도다. 오죽하면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는 극찬을 받을까.

하지만 이종범은 2025년 6월 시즌 도중 KT 코치직에서 사퇴, 곧바로 JTBC ‘최강야구’ 감독으로 합류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도루 실패’를 기록한다. 최강야구가 ‘불꽃야구’와의 법적 갈등과 시청률 저조 여파로 지난 2월 2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고, 이종범은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그런 이종범이 지난 6일 MBC SPORTS+ ‘비야인드’에 출연해 “지난해 6월 ‘최강야구’를 맡으면서 과정이 순탄하지 못했다. 생각이 짧았고 후회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선택이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 다만 그 이후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KT에서 눈여겨봤던 선수들에게 미안하다. 코치로서 더 해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현장으로 갈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콜이 오면 무조건 어디든 간다”고 현장 복귀 의지를 밝혔다.

이종범의 느닷없는 복귀 의사에 대해, KT 위즈 팬들이 곧바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KT 위즈 갤러리는 지난 7일 ‘이종범 규탄 및 KT 위즈 복귀 반대 성명문’을 냈다. 팬들은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안긴 이종범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팬들 비난때문이 아니라, 이종범은 ‘잘못된 선택’에 책임을 지며 야구 현장을 떠나 유소년 야구에 재능기부를 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어물쩍 야구계 복귀설을 흘린데 대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

이종범은 2013년 한화 주루코치를 시작으로 LG 트윈스, 일본 주니치 드래곤즈, 야구 국가대표팀, KT를 거치며 예비 지도자 경력이 13년이다. 하지만 항상 감독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릴뿐 어느 팀도 정식 감독으로 거들떠 보지 않았다. 급기야 예능 야구팀 감독으로 비상 탈출을 감행했고 결국 ‘불명예 제대’를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종범은 왜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부터 감독 콜을 받지 못했을까. 바로 아들 이정후(28,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때문이다. 광주 서석초교를 나온 이정후는 당연히 광주의 중-고교에 진학해야 했으나 아버지 이종범은 아들을 대선수로 만들기 위해 서울 휘문중으로 전학을 시켜버렸다.

그래서 휘문고를 졸업한 이정후는 2016년 가을, KIA가 아닌 서울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지명을 받았는데, 이를 안 그룹 최고위층은 크게 화를 내 “이종범을 절대 KIA 감독으로 선임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이런 뒷이야기를 모르는 이종범은 KIA 감독이 바뀔때마다 초조하게 부름을 기다렸다. 10여년 미역국을 먹자 “감독 타이틀이라도 따자”는 단순한 생각에 예능 야구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결국 망신살만 뻗친 것. 이종범이 인터뷰에서 ‘코치 복귀’를 구걸하다시피 한 건 너무 구차스럽다.
이종범/마이데일리
대스타답게 좀 의연하게 대처했으면 그의 기록과 명예에 먹칠을 하지 않았을건데 안타깝기 짝이 없다. 야구계를 위한 대범한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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