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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모 테러 처벌 강화, 박은정 의원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발의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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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지난달 발생한 ‘여직원 책상 체모 테러 사건’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엽기적인 범죄 행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임원에게 재물손괴 혐의만 적용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성적 추행으로 보기 어려워 ‘성폭력처벌법’ 적용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회가 ‘체모 테러’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나섰다.

◇ 박은정 “입법 공백 메우고 피해자 보호 강화”

지난 7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근 정액·체모 등 성적 암시를 주는 물건을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 측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근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 직원 물품에 체모를 묻히는 사건이 있었다”며 이번 법안 발의는 변화하는 범죄 양상을 현행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범죄 행위는 폭행이나 협박이 이뤄지지 않아 강제추행죄 적용이 어렵고,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아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도 처벌할 수 없다. ‘스토킹처벌법’ 역시 지속적·반복적 행위를 성립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회성 행위는 처벌에 한계가 있다.

결국 재물손괴죄로 기소돼 약식재판을 통한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2020년 같은 건물에 사는 여성의 옷에 정액을 묻힌 한 남성의 사례 역시 궤를 같이한다. 법원은 3만 원 상당 니트 원피스의 효용을 해쳤다며 재물손괴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현관문 틈에 콘돔을 끼워놓는 등의 행위를 반복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성범죄 혐의 인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행위’를 성범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점이다. 앞서 민주당 백혜련·이수진 의원이 관련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지만 두 법안 모두 범죄 행위가 ‘일상적 생활 장소’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모호한 기준을 갖는다. 이에 박 의원의 개정안은 형법상 주거침입죄에 있는 장소 범위 용어들을 차용하기로 했다. 사람이 주거·관리하는 건조물이 해당한다.

이번 개정안의 또다른 차별점에 대해 묻는 ‘시사위크’의 질문에 박 의원 측은 “음란행위로 인해 재물의 효용가치가 훼손된 경우가 많다”며 △사용할 수 없게 된 텀블러 △망가진 키보드 △정액이 붙은 키보드 등을 사례로 들었다. 이럴 경우 “기존의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되 가중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고 전했다.

또한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 부분을 제거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법안은 범죄 목적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고인들이 이를 악용해 “(범죄 행위가) 성적 목적이 아니다. 괴롭히려 했다”고 주장해 법 적용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성범죄 수법이 다양화되면서 법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관련 논란이 처음 불거진 건 2021년이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입법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이슈가 잠시 논란되다 잊혀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전에 국회가 조속히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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