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읽음
벤조디아제핀 처방 4년째 증가, 범죄 악용 및 우려 급증
위키트리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의 작용을 강화해 과도한 신경 흥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긴장과 불안이 완화되고 심리적 안정감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인다.
대표적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로는 디아제팜,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등이 있으며 빠른 효과 발현으로 급성 불안 증상에 널리 사용된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주로 불안장애, 공황장애, 불면증 등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에서 증상 완화를 위해 처방된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강한 불안이나 공포, 신체적 긴장 상태를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며 수면 유도 작용도 있어 단기적인 수면 장애 개선에도 활용된다. 또 근육 이완 효과도 있어 근육 경련 완화나 수술 전 진정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최근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40대 직장인 A 씨는 "격무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너무 힘들어 견디기가 어렵다.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라며 "그래서 병원에서 처방받은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필요할 때 복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30대 주부 B 씨도 "평소 불면증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해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복용한다"라고 했다.

김소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남성 6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하거나 숨지게 한 혐의(살인·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3월 구속기소 됐다.
김소영의 범행은 사전에 준비한 계획범죄인 것으로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김소영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가장해 허위로 처방받은 약물을 숙취해소제에 타서 미리 준비하고 피해 남성들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PTSD'로 불리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사고, 폭력, 재난 등 생명을 위협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뒤 발생하는 정신건강 질환 증상이다.
김소영은 첫 번째 피해자가 자신이 건넨 약물로 인해 의식불명에 이르는 심각한 피해 상황을 목격했음에도 약물의 양을 2배 가까이 늘려 다음 피해자들에게 건넸다. 이 밖에 생성형 AI(인공지능)에 약물과 술 동시 복용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검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2024년 10월 열린 선고 공판에서 윤 씨 측은 "다른 사람이 자신 몰래 약물을 투약하도록 하는 이른바 '퐁당 사건'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른 사람이 피고인 몰래 처방받지 않은 약물을 복용하게 하기는 어려운 점, 피고인이 복용하지 않고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소변에서 검출된 것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수원지법 형사4단독 정재욱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윤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및 40시간의 마약류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 부장판사는 "동종 범죄로 재판받는 동안 구치소 내에서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밝혔다.
2024년 3월 발표된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를 보면 응급실을 찾은 중독환자 가운데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복용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질병관리청은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4개 시·도 15개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한 7766명의 중독환자를 심층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 등 의도적인 목적으로 중독된 환자가 66.1%로 전체 조사대상자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중독을 일으킨 물질로는 치료 약물이 50.8%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가스류(13.6%), 자연 독성물질(12.4%), 인공 독성물질(12.2%), 농약류(10.0%)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자 가운데 49.5%는 중증 중독 질환자에 해당했다. 중증 중독을 유발하는 주요 물질은 벤조디아제핀계, 일산화탄소, 졸피뎀, 글라이포세이트(농약류) 등이 있었다. 조사대상자의 1.6%(122명)는 중독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기분, 인지, 행동 등에 변화를 일으키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처방은 4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알프라졸람, 로라제팜, 디아제팜, 에티졸람 등 13개 주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처방량은 8억 6335만 개로 전년(2024년)보다 735만 개(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처방량은 2021년 8억 988만 개에서 2022년 8억 2708만 개, 2023년 8억 5034만 개, 2024년 8억 5600만 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8억 6000만 개를 넘어섰다. 4년간 증가 폭은 5347만 개(6.6%)에 달한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최근 유튜브를 채널을 통해 "약물 남용의 치료는 먼저 자신이 남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라며 "이후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신체적·정서적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 의학적 관리와 금단 증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 상황에 대비해 병원과의 연계가 필요하며 주변 환경의 지지도 중요하다"라며 "약물 사용을 성공적으로 중단한 이후에는 재활 단계로 넘어가며 재발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재발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용 가능성이 있는 약물 복용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반드시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후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며 약 복용 중 이상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처방이 수년째 증가하고 있고최근에는 강북 모텔 연쇄 살인사건처럼 범죄에까지 악용되고 있어 오남용 방지를 위한 당국의 관리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표적인 항불안제인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에 대한 처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오남용을 넘어 범죄에도 악용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 처방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