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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아진 시밀러 시장,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수혜
아주경제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등 주요 규제기관은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손질하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한 대규모 제3상 임상시험 부담을 줄이고, 약동학(PK) 등 분석 자료 중심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전체 임상 비용은 약 25% 줄고, 개발 기간도 1~2년 단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도 규제 완화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이오신약·시밀러 허가 기간을 기존 406일에서 295일로 단축한 데 이어, 240일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진입 문턱이 낮아진다고 해서 시장 주도권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시밀러는 품목당 최대 3억 달러(약 4421억원)가 투입되고 5년 이상이 걸리는 고난도 사업이다.
규제 완화로 신규 진입 시도는 늘어날 수 있지만, 생산 설비·품질 관리·글로벌 허가 경험을 동시에 갖춘 기업은 제한적이다. 시장 진입이 쉬워질수록 오히려 기존 사업자의 경쟁력이 부각되는 구조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라며 "셀트리온은 규제 변화에 맞춰 임상 3상 시험계획 변경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어, 임상 간소화 효과가 가장 빠르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을 향한 외부 환경은 우호적이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낸 '2027년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정책에는 보험사 부담 증가와 환자 본인부담금 상향이 포함됐다. 고가 의약품 대신 바이오시밀러 선호를 높일 수 있는 구조로 정맥주사(IV) 비용 부담이 반영될 경우, 자가 투여가 가능한 피하주사(SC) 제형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셀트리온의 '짐펜트라'가 직접적 수혜 제품으로 거론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현재 11개에서 오는 2038년까지 41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T-P53', 'CT-P55', 항암치료제 'CT-P51' 등이 있으며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 개발 속도에서 앞서 있다. 글로벌 임상 환자 모집을 경쟁사보다 먼저 완료하며 선점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퍼스트 무버는 후발주자보다 평균적으로 27% 더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트루다는 미국 2028년, 유럽 2031년 특허 만료 예정이다. 의료진 신뢰가 중요한 분야인 만큼, 먼저 시장에 진입한 제품이 처방 경험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건선치료제 '피즈치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에피스클리' 등 11종의 바이오시밀러를 40개국 이상에서 상업화했다. 특허 만료를 앞둔 블록버스터 7종의 시밀러를 추가로 개발 중이며, 2030년까지 20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규제 완화는 단순 시장 확대를 넘어 판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부담이 줄어들면서 시밀러 시장 진입 시도는 늘어나겠지만, 실제 시장은 경험과 인프라를 갖춘 기존 강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