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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해서웨이 내한, 별마당도서관 방문 버킷리스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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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마당도서관. / 뉴스1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지하에 도서관이 하나 있다. 책장 높이만 13m. 7만여 권의 책이 라운드형 서가를 가득 채운다. 입장료는 없다. 그 도서관이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의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었다는 사실이 8일 밝혀졌다.

이날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내한 기자간담회. 앤 해서웨이는 한국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했다. "별마당도서관도 가보고 싶다. 버킷리스트에 오래 있었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은 오는 20일까지 ‘처음 돋는 첫잎처럼, 처음 여는 첫입처럼’ 특별전을 열고 있다. / 신세계프라버티 제공

사실 별마당도서관이 해외 스타와 연계돼 회자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휴 잭맨의 별마당도서관 목격담이 SNS를 통해 확산해 화제가 됐다. "코엑스 별마당에 갔는데 누구를 봤는지 맞춰보라"는 글과 함께 외국인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고, 누리꾼들은 "또 내한했나", "가려도 다 알아보겠다"며 잭맨 목격담에 힘을 실었다. 잭맨의 실제 방문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가 대표적인 '친한파' 배우라는 점에서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잭맨은 2024년 7월 라이언 레이놀즈와 함께 내한 당시 "서울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 벌써 여섯 번째 방문인데 올 때마다 좋다"고 밝힐 정도로 서울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니 별마당도서관이 그의 동선에 있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별마당도서관은 코엑스몰 지하 1층에 자리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높이 13m짜리 대형 서가가 라운드형으로 펼쳐지고, 7만여 권의 장서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쇼핑몰 한복판에 도서관을 통째로 집어넣은 발상 자체가 파격이다.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은 오는 20일까지 ‘처음 돋는 첫잎처럼, 처음 여는 첫입처럼’ 특별전을 열고 있다. / 신세계프라버티 제공

이 공간이 해외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2018년 무렵부터다. 외국인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고 인스타그램 등 SNS에 하루에도 수백 건의 관련 콘텐츠가 올라오더니 어느덧 세계적인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전 세계 여행자들이 서울에 오면 경복궁, 명동과 함께 별마당도서관을 일정에 넣기 시작했다.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보다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지만 그게 오히려 별마당도서관의 힘을 증명했다. 세상에 사진 찍고 싶지 않은 공간을 일부러 찾아가는 여행자는 없다.

국제적인 인정도 뒤따랐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은 지난해 '제1회 2025 관광 혁신상'을 신설하며 별마당도서관을 세계 10대 혁신 관광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심사는 트립닷컴 내 예약 증가 및 소셜미디어 확산 효과, 글로벌 공개 투표, 유럽여행위원회(ETC)·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국제지속가능관광위원회(GSTC) 등 국제 관광 기관 전문가 평가를 종합해 이뤄졌다. 수상작에는 각각 6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별마당도서관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몰입형 공연 '애프터라이프 쇼', 사우디아라비아 홍해의 에코 럭셔리 리조트 '셰바라 리조트',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해리포터' 체험 공간과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당시 트립닷컴 한국지사장은 "별마당도서관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문화적 경험과 시각적 감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도시형 관광 콘텐츠"라며 "한국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여행지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별마당도서관. / 뉴스1

해서웨이가 별마당도서관을 버킷리스트로 꼽았다는 소식아 알려지면서 소셜미디어에선 "역시 안목 있다", "서울 사람인데 아직 못 가봤다는 게 민망하다"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해서웨이가 아는 걸 나는 몰랐다"란 자조 섞인 댓글도 눈에 띈다.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자기 도시의 명소를 재발견하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펼쳐진 셈이다.

기자간담회에선 처음 한국을 찾은 메릴 스트립이 서울에 대한 감탄을 쏟아냈다. "한국에 오는 건 처음인데 너무나 기쁘다. 비행해 오면서 산맥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 들떴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묵은 호텔이 평생 묵어본 호텔 중 가장 좋았다. 너무 편해서 못 깰 정도였다"며 웃었다. 세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가 서울에서 생애 최고의 숙면을 취했다니 나쁘지 않은 홍보다. 해서웨이는 "조금 더 길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싶은 게 많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어떻게 하면 맛있는 걸 많이 먹을지 고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두 사람이 들고 온 영화는 오는 29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다. 2006년 개봉한 전편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3억26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고, 국내에서만 17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20년 만의 속편에는 스트립, 해서웨이와 함께 에밀리 블런트, 스탠리 투치까지 원작 주역이 전원 합류했다. 전편을 연출한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도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앤 해서웨이가 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감독 데이빗 프랭클)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꽃신 선물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전설적인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 분)와 20년 만에 기획 에디터로 돌아온 앤디(앤 해서웨이 분)가 럭셔리 브랜드의 임원이 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분)와 재회하고,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 속에서 다시 한 번 패션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모든 커리어를 거는 이야기를 담는다. / 뉴스1

별마당도서관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이 공간의 매력은 단순히 크고 예쁜 책장에 있지 않다. 낮에는 유리 천장으로 자연 채광이 쏟아지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다. 낮과 밤의 표정이 전혀 다른 공간이다. 인문, 경제, 취미, 실용 등 분야별 장서에 외국 원서 코너까지 갖췄고, 수백 종의 해외 잡지를 모아놓은 잡지 특화 코너는 일반 도서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구성이다. 작가 토크쇼, 시 낭송회, 북콘서트 같은 문화 행사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이곳에서 독자들과 만남을 가진 바 있다. 트립닷컴은 별마당도서관을 '문학·예술과 여행을 접목한 예술 혁신 사례'로 평가하며 AI 여행 추천 서비스 '트립.베스트'에서도 서울 대표 명소로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공간의 쓸모도 다양하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이 아니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13m 서가를 올려다봐도 되고, 쇼핑을 하다 지쳤을 때 잠깐 들러 숨을 고르기에도 좋다. 회원 가입도, 신분증도 필요 없다. 그냥 들어가면 된다.

접근성도 나무랄 데 없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 5·6번 출구, 9호선 봉은사역 7번 출구와 바로 연결된다.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늦은 저녁에도 문이 열려 있으니 퇴근 후 들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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