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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다낭 국제금융센터 조성, 고소득국 진입 본격화
아주경제
이번 VIFC 추진은 단순한 자본 유치를 넘어 국가 경제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그간 제조업 중심의 외연 확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자본과 기술, 지식을 스스로 연결하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융 구조의 질적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VIFC의 가장 큰 특징은 '1개 센터-2개 거점' 모델이다. 경제 수도인 호찌민과 해양 혁신 도시인 다낭의 지정학적·경제적 강점을 결합해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선택을 넘어 베트남 남부와 중부의 가장 역동적인 두 도시의 보완적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시적 국가 전략이다.
먼저 베트남의 경제 수도인 호찌민은 '국제 자본시장'의 허브로 집중 육성된다. 특히 투티엠(Thu Thiem) 지구가 핵심 거점이다. 이곳에는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 벤처캐피털(VC) 등을 집중 배치해 국경 간 자본 거래와 IPO(기업공개), M&A(인수합병)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자본 관문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반면 중부의 대표 도시인 다낭은 '녹색금융 및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한다. 다낭에는 핀테크, 블록체인, 금융 인공지능(AI) 등의 규제 샌드박스와 지역 데이터 센터가 집중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등 지속 가능한 미래 금융의 확장을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베트남 정부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 기존 금융 허브들과의 정면 대결 대신, 후발 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린 역발상 전략을 취했다. 기존 전통 금융 허브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디지털, AI, 데이터 경제 및 녹색금융을 결합한 '차세대 금융센터'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인프라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 프로젝트를 위한 자본 중계소 역할을 자처하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자본을 유인하기 위한 파격적인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베트남 당국은 특별 법적 프레임워크인 시행령(Decree) 323호 및 324호를 통해 VIFC에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했다. 국제회계기준(IFRS) 전면 도입과 바젤 기준의 리스크 감독 시스템 적용, 디지털 자산 결제를 위한 샌드박스 운영 등 글로벌 금융 관행과의 동기화에 초점을 맞췄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제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투자 유치를 위한 파격적 혜택은 동남아 지역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핀테크, 녹색금융, AI, 반도체 등 최우선 순위 프로젝트에는 무려 30년간 10%의 법인세율이 적용되며, 여타 일반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15년간 15%의 세율이 보장된다.
여기에 인재 유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에 대한 개인소득세 면제 혜택과 최장 10년 기한의 '골든 비자' 및 '인재 비자'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까다로운 비자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고 명확한 영주권 취득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핵심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유인책에 힘입어 출범 초기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항공금융 및 데이터 인프라 부문을 중심으로 이미 약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정을 기록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전문가들은 1억 명의 인구 규모와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산층, 촘촘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 등을 바탕으로 VIFC가 완성도 높은 자생적 금융 생태계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한국 금융권 및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베트남 제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해왔던 한국 자본이 이번 VIFC 추진을 계기로 금융 및 서비스 산업으로 투자의 보폭을 넓힐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