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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알주꾸미와 여름 고흥 붉바리, 계절별 미식 가이드
위키트리
고급 횟감이라고 하면 보통 다금바리를 먼저 떠올리지만, 바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다금바리와 대등하게 대접받는 생선이 붉바리다. 서울이나 수도권 수산시장에서는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귀한 어종이다. 붉바리는 표준명 자바리로 불리는 다금바리, 돌돔, 줄가자미와 함께 국내 4대 고급 횟감으로 꼽힌다.

운이 좋다면 바다낚시를 통해 직접 낚아볼 수도 있다. 여름 고흥 바다에서는 쏨뱅이가 가장 흔하게 올라오지만, 가끔 몸값 높은 붉바리가 바늘에 걸려들기도 한다. 갓 잡은 붉바리를 그 자리에서 회로 떠먹는 경험은 낚시꾼들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붉바리의 맛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단맛'이다. 씹을수록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단맛이 일품이다. 살의 색깔도 뽀얀 흰색을 띠고 있어 보기에도 매우 깔끔하다. 크기가 큰 개체는 씹을 때 살점이 탄탄하게 저항하는 탄력이 느껴지며, 작은 개체는 좀 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준다. 몇 점 먹지 않아도 입안에 남는 존재감이 강해 미식가들 사이에서 평가가 매우 높다.
회만큼이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탕 요리다. 붉바리는 뼈와 머리에서 우러나오는 국물 맛이 매우 깊고 뛰어나다. 특히 뼈에 붙어 있는 살점은 마치 꽃게 살을 씹는 것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난다. 회로 담백하게 시작해 진한 국물의 탕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붉바리를 즐기는 정석으로 통한다.

고흥 현지 수산시장에서 직접 생선을 고르면 신선한 상태의 붉바리를 그나마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만약 이번 여름이나 가을에 고흥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수산시장에 들러 붉바리를 맛보는 일정을 넣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회와 탕을 함께 주문해 붉바리가 가진 모든 매력을 온전히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바다 생물들은 각자의 산란기와 생존 방식에 따라 제철이 나뉜다. 주꾸미는 봄철 산란을 앞두고 알이 가득 차는 3~4월이 가장 맛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포획을 막기 위해 정부는 매년 5월 11일부터 8월 31일까지를 주꾸미 금어기로 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주꾸미를 먹을 수 없는 여름철에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붉바리다. 붉바리는 수온이 올라가는 여름철에 활동이 활발해지고 살이 차오른다. 자연스럽게 봄에는 주꾸미, 여름과 가을에는 붉바리로 이어지는 미식의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고흥은 지형적으로 이 두 어종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 계절마다 다른 매력의 수산물을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4월의 알주꾸미를 놓쳤다면 고흥의 여름 바다가 선사하는 붉바리가 그 아쉬움을 달래줄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