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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충전료 급등, 전기차 유지비 경쟁력 실종
IT조선
전기차 보급은 빠르게 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가격을 낮추고, 정부는 보조금을 앞당기며 확산에 속도를 냈다. 지난 2025년 누적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20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인프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충전소는 늘었지만 요금이 올라 체감 비용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문제의 중심은 아파트 완속 충전기다. 일부 단지에서는 킬로와트시(kWh)당 160원 수준이던 요금이 320원 안팎으로 뛰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말 충전 사업자 20곳을 조사한 결과, 회원 평균 완속 충전 요금은 kWh당 293.3원이었다. ‘집밥’이라 불리던 가격 경쟁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실제 비용도 크게 올랐다. 63kWh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스탠다드를 기준으로 하면, 아파트 완속 충전 비용은 1만원 수준에서 2만원대로 올라섰다. 환경부 급속 충전 요금(347.2원/kWh)으로 계산한 비용과의 차이는 1000원 남짓이다. 시간은 두 배 이상 걸리는데 가격 차이는 없다면, 소비자는 더 빠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구조다. 아파트 충전기는 자체 운영형과 외부 사업자 위탁형으로 나뉘는데, 요금 급등은 주로 위탁형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업자들이 보조금을 받아 설치한 뒤 장기 계약을 통해 요금을 올려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계약이 체결되면 입주민이 요금에 개입하기도 쉽지 않다.
이 같은 구조는 정책에서 비롯됐다. 화재 예방을 명분으로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 보급에 보조금이 집중되면서 사업자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했다. 설치는 늘었지만 비용은 이용자에게 전가됐다. 보조금이 요금 인하가 아니라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든 셈이다.
국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 보조금 정책이 시장 왜곡과 요금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충전기 교체 과정의 불법 리베이트, 요금 산정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의 타당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과충전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결함이나 외부 충격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책의 명분과 효과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보조금은 늘었지만 이용자의 부담은 줄지 않았다. 전기차 확산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운영 비용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부 사업자의 과잉 경쟁과 비용 전가까지 더해지며 시장 왜곡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기차 경쟁력은 차량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유지비가 무너지면 시장의 전제도 흔들린다. ‘집밥’이 사라진 전기차가 과연 기존 내연기관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충전기 숫자가 아니라 요금 구조다. 방향이 틀렸다면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